‘고금리·보험료·재산세’등 새집 구입비 부담 높아
낮은 이자율 포기 못 해 안 파는 소유주 상당수
극심한 매물 부족 현상에 바이어들은 마치 보물찾기하듯 매물을 뒤져야 하는 실정이다. 신규 주택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주택 소유주들이 집을 내놓지 않는 것이 매물 부족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례없는 매물 부족 현상 때문에 주택 거래는 줄어도 집값은 오르는 비정상적인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주택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이라는데 왜 집을 내놓지 않는 걸까? 부동산 매체 인맨 뉴스가 주택 소유주들이 내놓기를 꺼리는 이유를 진단했다.
◇ 이사 갈 집 못 찾을까 봐
심각한 매물 부족 탓에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과열 경쟁 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집을 내놓자마자 여러 명의 바이어로부터 오퍼를 받아 바로 팔려 나가는 매물이 수두룩하다. 치열한 경쟁 현상은 바이어에게 극심한 스트레스인데 이를 바라보는 셀러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내놓은 집이 팔리면 셀러는 바로 바이어 입장에서 이사 갈 집을 찾아야 하고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현재 주택 소유주들이 섣불리 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 큰 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기존 주택을 내놓는 ‘무브 업’ 셀러가 주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그런데 ‘무브 업’ 셀러가 담당했던 매물 공급망이 꽉 막히면서 극심한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무브 업’ 셀러가 공급하는 매물을 제외하면 사망, 이혼, 은퇴, 전근 등에 의한 매물 밖에 없는 데 이처럼 제한적인 이유로는 매물 공급이 충분할 수 없다.
◇ 낮은 이자율 절대 포기 못 해
지금 주택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황금 수갑 효과’(Golden Handcuff Effect)다. 저리에 묶인 주택 소유주들이 집을 내놓지 못하는 현재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작년 5월 이전에 모기지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했거나 재융자를 실시한 주택 소유주들은 역대 최저 금리의 수혜자들이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도 낮은 모기지 이자율이 매물 부족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2월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주택 소유주 중 약 14.7%가 주택 구입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인터넷으로 매물 정보를 검색하고 있지만 낮은 이자율을 포기할 수 없어 집을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이 집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를 숫자로 보면 간단히 이해된다. 2.75%를 적용받아 40만 달러를 대출받은 경우 매달 내는 페이먼트는 약 1,632달러 96센트다. 그런데 최근 껑충 뛰어오른 7.35%의 이자율을 적용하면 월 페이먼트가 2,755달러 89센트로 무려 68.77%(1,122달러 93센트)나 오른다. 최근 일부 전문가들은 모기지 이자율이 8%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 중인데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하면 1,632달러(대출액 40만 달러 기준)였던 페이먼트는 2,935달러로 치솟는다.
현재 보유 중인 집을 팔면 ‘무브 업’은커녕 더 작은 집으로 다운사이즈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최근 급등하는 주택 보험료와 주택 수리비, 재산세 등의 비용까지 더하면 쉽게 집을 내놓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 높은 양도 소득세 부담 때문에
집값이 오른 것은 좋은데 처분할 때 내야 하는 양도 소득세 때문에 집을 내놓지 못하는 셀러도 상당수다. 특히 주택 가격이 폭등해 고가 주택이 밀집한 샌프란시스코 해안 도시와 같은 지역에서 이 같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한 부부가 35년 전에 10만 달러를 지불하고 구입한 주택이 현재 110만 달러로 오른 경우 집을 팔 때 부과되는 양도 소득세 부담이 상당하다. 부부에게 적용되는 비용 공제 50만 달러와 그동안 실시한 리모델링 비용 20만 달러에 대한 비용을 공제해도 과세 표준이 되는 30만 달러에 대한 세금을 연방 정부와 주 정부에 납부해 한다.
높은 양도 소득세 부담이 원활한 매물 공급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일자 부동산 업계 이익단체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주택 양도 소득세 비용 공제 금액을 두 배로 늘리는 법안을 공식 지지한 바 있다.
◇ 재산세 급등 부담 때문에
주택 보유로 인한 재산세 부담도 만만치 않다. 모기지 페이먼트 다음으로 높은 주택 비용이 재산세인 경우도 많다. 그런데 최근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재산세 부담은 더욱 불어났다. 집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는 경우에는 연간 재산세 상승 폭은 미미하다. 그러나 새집을 구입하면 매매 가격을 기준으로 재산세 금액이 새로 산정되기 때문에 재산세가 상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오래전에 구입한 40만 달러짜리 주택에 적용되는 재산세율이 1.25%라면 연간 재산세 금액은 5,000달러(월 416달러 67센트)다. 만약 이 집을 팔고 120만 달러짜리 큰 집으로 무브 업하면 연간 재산세액은 1만 5,000달러로 껑충 오른다.
◇ 집값 더 오르면 팔려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얼어붙었던 주택 시장은 지난해 초부터 풀리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4월과 6월 사이 그야말로 절정을 이뤘다. 당시 전국 대부분 지역의 주택 가격이 최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모기지 이자율이 오르기 시작한 작년 5월부터 주택 수요가 줄고 주택 가격도 12월까지 내리막길을 이어갔다. 많은 셀러가 최고가에 집을 못 팔았다는 생각에 내놓은 집을 다시 거둬들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올들어 주택 가격 회복이 시작됐지만 아직 지난해 최고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 집을 팔지 못한 셀러들은 주택 가격이 다시 최고치를 찍을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지만 모기지 이자율 상승세가 이어지는 한 지난해와 같은 가격 회복세는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 인플레이션에 주택 비용 너무 올라서
식료품에서 개솔린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인플레이션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택 시장도 마찬가지다. 주택 관련 비용이 급등하면서 주택 매매는 물론 매물 공급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팬데믹 초기 공급망 차질로 치솟은 주택 수리 및 건축 자재비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집을 내놓으려면 수리는 필수이고 리모델링도 고려해야 하는데 자재비 급등에 수리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높은 수리비와 리모델링 비용을 지출하느니 차라리 집을 팔지 않고 머무르는 주택 소유주도 많다.
최근에는 주택 보험이 주택 거래를 가로막는 장애 요인으로 등장했다. 빈번한 자연재해로 주택 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보험 회사가 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새집을 장만하면서 높은 보험료를 내야 하거나 아예 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높은 보험료와 보험 가입 거절에 대한 부담 때문에 집을 선뜻 내놓기 쉽지 않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