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엘리트 학원
경동나비

[뉴스의 현장] 연준과 뚝배기

지역뉴스 | | 2023-09-20 13:35:08

뉴스 현장, 이경운 LA미주본사 경제부 기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한국인을 두고 ‘냄비 근성’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특유의 화끈한 성격 탓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회 전체가 빠르게 달아오르면서 격분하지만 정작 중장기적인 해결책은 마련하지 못함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 냄비 근성 덕분에 빨리빨리 문화가 정착돼 고도 경제 성장의 과실을 누릴 수 있었음을 고려하면 과도하게 스스로를 비하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흥미로운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한국을 냄비에 비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에서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가 특히 우려되는 이유는 관련 채무가 단기 연동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글로벌 긴축 국면에서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기준 금리를 빠르게 올렸는데 단기 연동이기 때문에 변동 금리인 가계부채가 갑자기 튀면서 전체 경제가 급냉했다. 한국의 회사채를 살펴봐도 공기업이 아니면 단기채 위주로 채권을 발행하는데 이 역시 단기 위주의 냄비적 성격을 갖고 있는 시장 특성 때문이다.

반면 미국 시장은 냄비가 아닌 뚝배기에 가깝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인 모기지를 살펴보면 30년물 상품이 고정 금리로 나온다. 이 때문에 한 번 집을 사면 매달 갚아야 하는 페이먼트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별개로 안정적인 상환이 가능하다. 물론 상업용부동산(CRE) 시장 같이 변동금리에 취약한 시장도 있지만 예외적이라고 볼 수 있다. 채권 시장을 살펴보면 애플과 같은 대기업이 30년 이상 장기로 회사채를 발행한 일도 과거에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아니면 이와 같은 장기채 발행은 쉽지 않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추진하는 통화정책 역시 뚝배기적인 성격을 갖는다. 이는 냄비가 빨리 끓는 것과 달리 기준 금리를 올린 정책 효과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때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림을 의미한다. 작년부터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함께 긴축을 이어왔는데 유독 미국 경제만 아직 활황인 이유의 상당 부분이 여기에 있다. 팬데믹 기간 막대하게 풀린 현금에 더해 긴축 시차 효과가 겹쳐지면서 일종의 착시 효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연준이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기준 금리를 5% 이상까지 올렸는데 미국 주택 시장이 견고한 것도 시장의 뚝배기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기존 주택 거래가 발생하기 매우 힘든 구조다. 집을 한 채 보유한 사람이 이를 팔고 다른 집으로 이사하려면 기존 집과 연관돼 갚아왔던 저금리의 모기지에서 새집을 사기 위한 고금리 모기지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채무 상황 부담이 극심해진다. 이러한 리스크를 각오하고 이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현금 부자들 밖에 없다. 현재 주택 시장에서 매물이 실종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이렇게 끓어오를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미국 금융시장의 특성은 부작용을 낳기 쉽다. 연준 입장에서는 금리를 이렇게까지 올렸는데 인플레이션 문제가 완전 해소되지 않고 집값도 고공행진을 하는 것을 보고 과잉 긴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해 기준 금리를 필요 이상으로 올리면 이는 경기 침체의 씨앗이 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근 연설에서 ‘신중하게’(carefully) 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다.

최근 미국 주택 시장이 여전히 강세지만 불안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준이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고 유지하는 구간에서 자산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과거와 같이 빠른 속도의 금리 인하보다는 꽤 오랜기간 고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오늘 발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통해 투자자들은 각자 나름의 힌트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연준이 경제 전망을 담은 점도표를 발표하는데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경운 LA미주본사 경제부 기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18개주서 '대장균 오염' 당근 유통…1명 사망
18개주서 '대장균 오염' 당근 유통…1명 사망

CDC "대형식료품체인서 판매…지금도 유통될 가능성은 낮아" 18개 주 대형 식료품점을 통해 대장균의 일종인 이콜라이(E. coli O121)에 오염된 당근과 미니당근이 유통돼 1

"하루 10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 심혈관 질환 위험 커져"
"하루 10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 심혈관 질환 위험 커져"

미 연구팀 "활동적인 사람도 10.6시간 이상 앉아 생활하면 위험"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활동적인 사람도 하루 10시간 이상 앉아서 생활하면 심부전(HF)과 심혈관 질환(CVD

트럼프, '불체자 추방에 군동원 계획' SNS글에 "사실이다"

국가비상사태 선언 및 군사자산 활용 가능성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내년 1월20일) 직후부터 실시하기로 공약한 불법체류자 대규모 추방에 군을 동원할 수 있음

韓 최초 여성 국극 ‘정년이’, 자체 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
韓 최초 여성 국극 ‘정년이’, 자체 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

사진=tvN '정년이'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18일(한국시간 기준)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7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

신용카드 부채 역대 최대… 가계 ‘먹구름’
신용카드 부채 역대 최대… 가계 ‘먹구름’

3분기 1조1,700억달러신용카드 대출 8% 증가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대출이 지난 3분기 1조1,700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1인당 평균 신용카

세계 최고 대학 옥스포드
세계 최고 대학 옥스포드

최우수 랭킹   세계 최고 대학에 영국의 옥스포드대학이 선정됐다. 이어 미국의 MIT,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등이 세계 최고 대학 순위 상위권에 들었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 기

독거미 320마리 밀반출 한인 체포

멸종위기종 지네 등까지 페루에서 20대 한국 남성이 독거미를 포함한 멸종위기종을 밀반출하려다 현지 공항에서 적발됐다. 페루 산림·야생동물보호청(SERFOR·세르포르)에 따르면 지난

트럼프 ‘국경폐쇄·추방’ 실현 순조?
트럼프 ‘국경폐쇄·추방’ 실현 순조?

NYT, 6월 행정명령 지목“바이든 정책으로도 가능”  국경순찰대 노조 지지를 받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전 남부 국경을 방문한 모습.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

스킨케어를 위해 ‘소기름’을 얼굴에 바른다고?
스킨케어를 위해 ‘소기름’을 얼굴에 바른다고?

틱톡 등에서 ‘자연적 스킨케어’ 트렌드로 부상 스킨케어를 위해 소기름을 얼굴에 바른다면? 소기름(비프 탈로, beef tallow)은 소의 지방을 녹여 만든 연한 색의 페이스트로,

“엔진오일 과다 소모로 엔진 교체… 불만 속출”

현대차 소유주 사례 현대차 차량의 엔진오일이 과도하게 소모돼 엔진을 통째로 교체해야 하는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NBC4 뉴스가 보도했다. 지난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