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복수국적 발목, 유공자 남편 안장 미뤄진
백정순씨 대통령 탄원서에 법무부 피상적 회신
월남전 참전 국가유공자인 남편의 사후 한국 호국원에 안장하려 했으나 미국 태생인 37세 아들이 ‘선천적 복수국적’에 발목이 잡혀 10개월째 안장이 미뤄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 뉴욕 거주 한인 백정순씨가 보낸 대통령 탄원서에 대해 한국 법무부 장관 명의의 회신이 왔으나 그 내용이 너무 부실해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고 법률대리인 전종준 변호사가 밝혔다.
전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5일 도착한 한국 법무부 법무부 회신은 민원 요지를 “국가유공자 아들의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대한민국 방문 및 국적이탈’에 대한 문의로 이해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 변호사는 7일 “법무부 회신은 국가유공자 아들의 사례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중대한 법적 이슈를 놓친 알맹이 없는 피상적인 답변에 불과하다”며 실망감을 드러낸 후 “구체적이고 대안이 있는 답변을 위해 보충설명 요청건을 법무부에 재차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법무부 회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법무부는 해외동포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 국적이탈에 대한 개별적 통보를 하지 못한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회신에 의하면, ‘출생에 의한 복수국적자는 법이 정한 기간 내에 국적을 선택할 의무가 있으나, 국적법에는 별도로 본인에게 복수국적자임을 신고할 의무 규정은 없어’라고 밝힌 뒤 ‘따라서 정확한 소재지 및 연락처 또한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현실적으로 모든 정책 대상자에게 개별적으로 이를 통보하기는 어려운 점을 깊이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국가기관에서 ‘양해’해 달라는 것은 일종의 권한 남용이고 직무유기라 할 수 있다는 것. 전 변호사는 “법무부가 인정했듯이 해외 대상자의 주소지 파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현행법은 실효성이 없는 법안이다. 개별적 통지가 없어 대상자가 국적이탈을 못한 경우, 병역 의무 부과와 미국 내 공직, 정계 진출 장애 등의 불이익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것은 국적선택의 기회를 보장해야 할 정부의 직무는 유기하면서도 그로 인한 불이익을 한인 차세대에게 고스란히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개탄했다.
또 법무부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대한민국 방문에 대해 “복수국적자가 대한민국에 출입국 할 때는 대한민국 여권으로 출입국심사를 함이 원칙입니다. 다만 외국에서 거주하면서 단기간(90일 이하) 친척 방문 등 목적으로 대한민국을 출입국하는 경우에는 외국여권을 사용하여 출입국이 가능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변호사는 “국가유공자 아들의 경우 국적이탈을 하지 않았기에 병역 의무가 부과된 병역기피자가 되었는데, 이런 병역기피자도 90일 이하 방문이 가능한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최근 법무부에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 신청’을 했다가 거절된 선천적 복수국적자도 똑같이 병역기피자로 분류될 것인데 과연 이들의 90일 방문도 합법적으로 허용되는지에 대한 공식 답변은 없다”는 점을 반박했다.
법무부는 또한 국가유공자 아들에게 “국적법 개정으로 국적이탈 신고 기한(18세 3월말)을 도과한 복수국적자도 국적심의위원회를 거쳐 국적이탈이 가능합니다”라고 안내했다.
이 점에 대해 전변호사는 “법무부가 놓친 큰 이슈는 국가유공자 아들은 ‘예외적 국적이탈허가’ 신청조차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국적이탈의 선행조건으로 부모의 국적 상실신청, 혼인신고, 및 출생신고 등을 해야 하는데, 국가유공자 아들 처럼 부나 모의 사망 및 이혼 가정 등의 경우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국적이탈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정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