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은 벌써 국내 남성 암 3위에 올랐다. 국가암정보센터가 밝힌‘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65세 이상 남성 10만 명당 375.4명의 발병률을 나타나면서 폐암·위암에 이어 남성 암 발생률 3위(전체 암 발생률 6위)를 차지했다. 1년 전인 2019년 4위였는데 대장암을 제치고 한 계단 상승한 것이다. 고령화와 함께 식생활 서구화가 전립선암 증가의 주원인이다.
◇3기 이상 늦게 진단 환자가 47.1%
전립선암 주요 발병 원인은 고지방 위주의 서구적인 식습관과 비만 등이 주요 원인이다. 또한 가족력 같은 유전적 요인도 원인으로 꼽힌다. 아버지나 형제가 전립선암에 걸렸다면 발병 확률이 3배가량 높아진다. 최근 급증하는 이유는 고령화 탓이 크다. 45세 이전에는 거의 드물고, 대부분 60대 이후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립선암은 증식 속도가 느리므로 초기 증상이 거의 없는 편이다. 하지만 암이 증식해 요도를 압박하면 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거나 배뇨 중간에 소변 줄기가 끊어진다.
또한 방광을 자극하기에 소변을 자주 보거나, 참기 힘들고, 특히 잠자다가 요의를 느끼게 된다. 암이 정액을 배출하는 사정관을 침범하면 사정할 때 피가 보이거나 통증을 느끼곤 한다. 골반 림프절이나 골반ㆍ척추 등으로 퍼지면 극심한 골반통ㆍ요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전립선암은 조기 치료하면 5년 생존율이 94%일 정도여서 췌장암ㆍ폐암ㆍ간암 등 다른 암보다 크게 높다. 하지만 전립선암은 초기에 증상이 없고, 있더라도 전립선비대증과 비슷한 배뇨 곤란 등이 나타날 뿐이다.
이처럼 전립선암은 초기에 증상이 없어 조기 검진율이 여전히 저조하다. 전립선암 환자 대상 조사 결과, 전립선암 최초 진단 시기에 이미 ‘3기 이상’이었다고 답한 환자가 47.1%에 달했다. 이처럼 암세포가 원격 전이되면 5년 생존율은 30%대로 뚝 떨어진다. 원격 전이 여부가 전립선암 환자 생존율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뼈로 전이되면 암세포가 커지면서 뼈를 감싸고 있는 신경세포를 자극해 심각한 통증을 일으킨다. 또한 골절ㆍ척수 압박 등 골격계 합병증에 노출돼 뼈 수술을 받거나 방사선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안순태 고려대 구로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고령화로 전립선암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에 가족력이 있다면 40대부터 정기검진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로 진단
전립선암은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로 선별한다. PSA는 전립선에서 생성되는 조직 특이 단백질인데, 혈액검사로 알 수 있다. 전립선암 조기 발견, 예후(치료 경과) 판정, 재발 유무 판단에 중요한 잣대로 쓰인다.
PSA는 전립선 조직이나 정액 내에는 고농도이지만 혈액 속에서는 4ng/mL 이하 수치로 있기에 전립선이 파괴되면 혈중 수치가 증가한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전립선암 진단ㆍ치료에 이용한다. PSA 수치가 3~4ng/mL을 넘으면 전립선암 여부를 확진하기 위해 조직 검사를 한다.
그러나 PSA는 전립선암에만 특이적으로 있는 게 아니어서 전립선비대증ㆍ급성 요폐ㆍ전립선염 같은 다른 전립선 질환이어도 수치가 높아진다. 사정, 직장 수지(手指) 검사, 전립선 마사지, 전립선 조직 검사, 경(經)요도 전립선 수술 등으로도 일시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
따라서 혈액 내 PSA 농도가 상승하면 나이, 혈액 내 증가 속도, 최근 병력 등 다양한 상황을 종합 검토해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조직 검사 여부를 판단한다. 손가락을 항문 속에 넣어 전립선을 만지는 직장 수지 검사, 직장 초음파검사도 전립선암 검진에 중요하다.
이상철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 치료는 진행 단계에 따라 다르지만 전립선암이 전립선 내에 국한돼 있다면 수술로 전립선을 제거하는 ‘근치적 전립선 절제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다”고 했다.
수술에는 개복·복강경·로봇을 이용한 근치적 수술이 있으며 이 가운데 로봇 수술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근치적 전립선 절제술의 70% 이상이 로봇 수술로 진행될 정도다.
암이 온몸에 퍼졌다면 호르몬 요법이나 항암 치료 같은 약물 요법을 쓴다. 전이성 혹은 일부 진행성 전립선암이라면 호르몬 치료로 전신 치료를 시행한다.
전립선암은 남성호르몬을 먹이로 하므로 남성호르몬을 약으로 차단하면 암이 퇴화된다. 전이된 환자도 호르몬 치료가 표준 치료법이다.
전립선암은 고지방의 육류 섭취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따라서 식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육류 섭취를 줄이고 저지방식을 권한다. 최태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과일ㆍ채소는 물론 토마토의 라이코펜, 마늘의 알리신, 카레의 커큐민, 녹차의 카테킨 성분이 예방적 효과가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면 전립선암을 예방하고 대사증후군도 줄일 수 있다”며 “음주ㆍ흡연은 전립선 외 다른 암 발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