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검찰, 치사량 5배 ‘펜타닐’ 발견
지난해 3월 4일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 911센터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남편의 몸이 너무 차갑다. 사망한 것 같다.” 에릭 리친스(당시 39세)가 침대 발치에 쓰러져 있다는 아내 쿠리 리친스(당시 33세)의 신고였다.
출동한 경찰관에게 쿠리는 “남편에게 축하할 일이 있어서 보드카가 들어간 칵테일 음료를 만들어준 뒤 아이들 중 한 명을 달래러 아이 침실로 갔다가 돌아와 보니 남편이 반응이 없었다”라는 설명을 했다. 쿠리는 별다른 혐의점 없이 풀려났다.
검시관은 에릭의 몸에서 치사량의 5배에 달하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성분을 찾아냈다. 사인도 펜타닐 과다 복용이었다. 유타주 검찰은 쿠리가 남편과의 금전 갈등 끝에 그를 계획적으로 살해했다고 보고 지난 5월 그를 기소했다. 남편의 죽음 이후 슬픔에 대처하는 방법에 관한 동화책을 쓰면서 이름을 알렸던 쿠리의 기소 소식에 지역사회가 술렁거렸다.
감옥에 갇힌 채 재판을 받던 쿠리가 사형은 면할 것이라고 미 AP통신, ABC방송 등이 18일 보도했다. 다만 유죄로 인정될 경우 징역 25년에서 종신형까지 처해질 수 있다.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이어진 재판에서 쿠리와 변호인은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AP는 “쿠리의 변호인은 남편이 사망한 후 자택에서 마약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며 “쿠리에게 약을 판매했다고 한 증인이 마약 혐의에 대해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관대한 처분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했을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반면 검찰은 쿠리가 가족의 재산 계획을 바꾸고 남편 사망 전 약 200만 달러(약 26억 원)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생명보험에 가입했다고 지적했다. 25만 달러의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남편 은행 계좌에서 10만 달러를 인출하고 남편 신용카드로 3만 달러를 쓰는 등 약 50만 달러를 쿠리가 에릭에게서 훔치거나 오용했다는 게 에릭 가족과 검찰 주장이다. 이에 대해 쿠리의 변호인은 “검찰이 내세운 재정적 범행 동기는 쿠리가 살인을 저지른 게 아니라 수학을 못 한다는 것만 입증했다”라고 반박했다.
쿠리와 에릭은 2013년 결혼했고 2020년부터 이혼 상담을 받아왔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나와 내 아이들이 겪은 다양한 감정과 슬픔을 담은 책이다. 아빠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여기 있다.” 쿠리가 지난 3월 동화책 ‘나와 함께 있나요?’를 펴내고 지역방송에 나와서 한 말이다.
과연 그가 가증스러운 남편 살해범이었는지, 아니면 억울한 아내이자 엄마인지는 재판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정상원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