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귀가 잘 들리지 않고,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어지럼증이 20분 이상 지속된다면?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은‘메니에르병’일 가능성이 있다. 메니에르병은 20분 이상 지속되는 발작성 어지럼증·난청·이명·이충만감(귀가 먹먹한 증상) 등이 주 증상이다. 1800년대 중반 메니에르라는 프랑스 의사가 처음 언급해서 병명으로 정해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메니에르병 환자가 최근 10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메니에르병 발병 원인은 내이수종(Endolymphatic hydrops)이다. 귀에는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과 균형 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前庭器官·평형기관)이 있다.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에는 내림프액이 순환하고 있다. 이 내림프액은 매일 일정한 양이 만들어지고, 흡수돼 일정한 농도와 양이 유지된다. 어떤 이상이 생기면 내림프액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내이수종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회전성 어지럼증과 청각 증상이 나타난다. 이밖에 편두통, 여성의 임신 및 호르몬 변화, 가족력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남기성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메니에르병이 생긴 귀는 반복적으로 어지럽고 청력이 점점 손실된다”며 “환자의 75% 정도는 한쪽 귀에서만 발생하지만 나머지 25%는 양측 귀에 생긴다”고 했다.
이세아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메니에르병과 헷갈릴 수 있는 질환은 재발이 잘 되는 회전성 어지럼증을 특징으로 하는 이석증과 편두통성 어지럼증이 있다”며 “이석증은 일반적으로 청각 증상이 동반되지 않지만 편두통성 어지럼증은 어지럼증과 함께 40% 정도의 환자가 청각 증상도 호소하므로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메니에르병은 특히 여름처럼 습도가 높은 계절에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민희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팀이 국내 최초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국내 메니에르병의 역학 연구 결과에서다(Audiology & Neurotology).
메니에르병은 반복적인 병력 청취, 청력 검사, 전정 기능 검사 등으로 확진한다. 20분에서 12시간까지 지속되는 자발성 회전성 어지럼증이 2회 이상 발생하면 청력 검사로 저주파수 대역의 감각신경성 난청이 확인되고, 변동성 난청·이명·이충만감이 동반되며 이러한 증상을 일으키는 다른 질환이 없음을 확인해야 한다.
메니에르병을 치료하려면 발작적이고 반복적인 회전성 어지럼 빈도와 강도를 줄여 일상생활의 불편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저염 식이요법 등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이뇨제·베타히스틴 등 약물 치료만으로 80% 정도에게서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
약물 치료 효과가 없다면 청력에 따라 고실(鼓室) 내 스테로이드 주입술을 시행하거나, ‘겐타마이신’이라는 이독성 약물을 고실 내에 주입해 남은 전정(평형) 기능을 파괴하고 어지럼증을 조절할 수도 있다.
또한 전정 신경을 자르거나, 미로절제술 등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볼 수도 있다.
메니에르병 진행을 억제하려면 술과 카페인이 포함된 음식도 피하고 운동이나 열로 인해 수분 손실이 생기면 곧바로 보충해야 한다. 또한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은 내이로 가는 혈액순환을 방해해 증상이 나빠지므로 금연해야 한다.
강우석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저염식(하루 1g 미만) 식이요법과 술·담배·커피·스트레스·과로 등을 피하고 충분한 수면으로 육체적 피로와 불면 등을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