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산불…유난히 건조한 날씨에 허리케인 강풍 타고 급속히 확산
일부 주민, 화마 피해 바다에 뛰어 들었다가 해안경비대에 구조되기도
'지상 낙원'으로 불리던 하와이의 마우이섬에 화마(火魔)가 덮치면서 아름다웠던 섬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지난 8일 이른 새벽부터 발생한 산불은 10일 오전까지 사흘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유난히 건조한 기후에 더해 허리케인이 하와이 근처를 지나가면서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하며 피해를 걷잡을 수 없게 키운 것입니다.
현재까지 사망자 36명이 확인됐고, 앞으로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당국은 화재 진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아직 집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소방 당국과 민간항공순찰대의 보고서를 인용해 건물 271채가 산불로 손상되거나 파괴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마우이섬의 유명 관광지인 라하이나 지역의 피해가 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국은 라하이나 지역의 주택과 상가 건물 상당수가 완전히 불에 타 소실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지역의 명물이었던, 유서 깊은 와이올라 교회 건물이 불에 타는 모습도 사진에 포착됐습니다.
이번 피해를 완전히 복구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화염과 연기가 빠른 속도로 번지면서 현지 주민들은 간신히 집을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다급한 상황에 부닥친 일부 주민들은 바다에 뛰어들어 몸을 피했다가 해안경비대에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적십자사가 마련한 곳곳의 대피소에는 수천 명이 머물고 있습니다.
라하이나를 포함해 마우이섬 1만여 가구에 전기가 끊겼고, 도로가 상당수 통제돼 현지 관광객 등이 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유선전화와 휴대전화 등 통신이 모두 끊긴 곳도 있습니다.
지난 8일 현지 상황을 모른 채 마우이섬을 여행하러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관광객들은 공항에 발이 묶여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주호놀룰루 한국총영사관은 하와이에서 한국인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우이 섬에는 한인 약 500명이 거주하고 있고, 연간 한국 관광객 2만5천명 정도가 방문하고 있어 피해 집계가 본격화하면 추후에 피해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