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인플레이션이 잡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기지 이자율은 아직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020년 3.22%였던 평균 이자율(30년 만기)이 최근 7%에 근접하며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이자율만 보면 집을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주택 구입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높은 이자율이다. 그래서‘지금 사고 나중에 재융자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주택 구입에 나서는 바이어가 많다. 이자율이 지금보다 떨어질 것을 가정한 기대다. 그러나 향후 이자율이 어떻게 변동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CBS와 온라인 재정정보업체 고우뱅킹레잇닷컴이 조언한다.
재융자 기대하면 무리한 구입 쉬워… 신중한 접근 필요
집값 상승기에는 자산 축적 효과 있어 시도해 볼 만
◇ 이자율과 달리 가격은 되돌릴 수 없어
크레이튼 대학 로버트 존슨 경영학과 교수는 중요한 주택 구입 결정 요인으로 가격과 이자율을 꼽았다. 대부분 바이어가 이 두 가지 요인을 잣대로 주택 구입을 결정하는 데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이자율은 주택을 구입 뒤에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지만 구입 가격은 일단 집을 사고 나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존슨 교수는 “이자율보다 가격 조건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일단 구입을 결정해도 좋다”라며 “재융자를 통해 이자율을 낮출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주택 가격은 구입이 완료되면 조정이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최근 ‘결혼은 집이랑, 데이트는 이자율이랑 한다’(Marry the home, but date the rate)라는 말이 부동산 업계에 자주 회자되고 있다.
◇ 이자율 오르면 경쟁 줄어
이자율이 높아도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되는 장점도 있다. 이자율이 낮았던 지난해 초만 해도 주택 시장이 과열 경쟁으로 몸살을 앓았다.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이자율을 받기 위해 너도나도 주택 구입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자율이 오르면서 지난해와 같은 극심한 경쟁은 이제 대부분 사라져 불필요한 경쟁을 피한 내 집 마련이 가능해졌다.
모기지 업체 베테랑 유나이티드 홈론의 아피파 사부리 수석 연구원은 “주택 시장의 열기가 가라앉으면서 바이어의 협상력이 높아졌다”라며 “모기지 대출 만기까지 평균 2~3번 재융자가 이뤄지고 있고 그 기간 동안 주택 자산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라고 이자율이 높은 시기에도 주택 구입에 따른 장점이 있음을 설명했다.
‘지금 사고 나중에 재융자’할 계획으로 현재 주택 구입을 계획 중이라면 이자율 동향에 대한 예측이 필수다. ‘미국 경제 연구소’(American Institute for Economic Research)의 피터 C. 얼 경제학자는 “현재 이자율보다 최소 0.75%포인트~1%포인트를 낮출 수 있어야 재융자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난다”라며 “그러나 이자율이 언제 1%포인트 이상 떨어질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 재융자 기대하면 무리한 구입하기 쉬워
주택 구입 시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이어의 재정 상태다. 현재 주택 가격과 이자율을 감당할 수 있는 재정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주택 구입 후 얼마나 오래 거주할 계획인지 등이 구입 타이밍보다 더 중요하다. 그래서 부동산 투자 업체 SILT의 브라이언 위트만 대표는 ‘지금 사고 나중에 재융자’ 계획을 주의하라고 경고한다.
위트만 대표는 “현재의 높은 이자율 수준으로 주택을 구입하면 언제 찾아올지 모를 재융자 시기까지 높은 주거비 부담을 떠안고 살아가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이자율이 단기간 내에 떨어지지 않으면 자칫 페이먼트 부담에 허덕이다가 연체 또는 압류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로 볼 수 있다.
◇ 재구입자는 현재 적용 이자율과 비교
현재 주택 보유자로 새집을 구입하려는 경우에는 현재 적용 받고 있는 모기지 이자율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마이클 길포드 부동산 전문가는 “시중 이자율이 현재 적용받는 이자율보다 높으면 집을 구입하거나 재융자에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라고 충고했다. 모기지 시장 조사기관 블랙나이트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30년 고정 이자율 대출자 중 3분의 2 이상이 4% 이하의 이자율을 적용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이자율이 7%대를 넘은 것을 감안하면 길포드 CEO의 충고대로 이들은 이자율이 충분히 떨어질 때까지 새 집을 사거나 재융자를 미루는 것이 좋다.
그래도 더 이상 주택 구입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자율 ‘플로트 다운’(Float-Down) 옵션을 고려해볼 수 있다. 플로트 다운 옵션은 이자율을 모기지 신청 시기 기준으로 묶어 두지만 신청 기간 동안 시중 이자율이 하락하면 고정한 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을 적용 받을 수 있도록 있는 옵션이다.
이자율이 상승하는 시기에 더 오르지 못하도록 고정하는 ‘록 인’(Lock-In) 옵션과 반대 개념의 옵션이다. 플로트 다운 옵션은 대출 은행과 이자율 고정 기간에 따라 융자 금액의 약 0.5%~1%에 해당하는 수수료가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자율 하락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될 경우에만 고려하면 좋다.
◇ 재융자가 구입 조건 되면 안 돼
7%를 넘나드는 이자율 수준이 꽤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과거 이자율과 비교하면 그다지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다. 1981년 모기지 이자율은 평균 16.63% 지금의 두 배를 넘었지만 당시에도 주택 구입은 꾸준히 이뤄졌다. 이자율은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뀌고 경제 상황에 따라 80년대처럼 높은 수준을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주택 구입 뒤 기회가 오면 재융자를 실시할 수 있지만 재융자를 하겠다는 목표로 현재 무리한 주택 구입에 나서면 안 된다. 부동산 업체 온태리오 프로퍼티 바이어스의 세바스찬 자니아 대표는 “주택 구입 시 낮은 이자율로 재융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 좋다”라며 “이자율은 등락을 거듭하지만 재융자 실시에 적합한 이자율이 언제 찾아올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