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지난 20일 미국인을 위한 즉석 송금시스템 표준을 만들기 위한 새 결제 시스템‘페드나우’(FedNow)를 런칭했다. 연준은 새 시스템을 통해 미국인 소비자들의 24시간 실시간 송금은 물론 현행 시스템상의 지연으로 저소득층이 내고 있는 수수료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페드나우의 자세한 내용과 소비자들에게 미칠 혜택에 대해 알아본다.
연준의 새로운 24시간 실시간‘송금·결제’시스템
월급 즉시 수령 가능,‘첵캐싱’수요 감소 등
초과 인출 수수료, 연체 수수료 절감 효과도
현재 50여개 은행 가입, 가입 기관 증가 전망
■페드나우란?
페드나우는 참여 금융 기관 간 즉석 송금 서비스를 지원하는 일종의 금융 인프라스트럭처로 이해하면 된다. 현재 결제 시스템으로는 소비자들이 급여 입금과 고지서 납부가 결제되기까지 며칠씩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연준은 소비자들의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번 업데이트된 결제 시스템을 오랜 기간 기다려 왔다.
■소비자와 사업체에 의미하는 바는?
페드나우는 벤모나 페이팔의 대안으로 소비자들이 직접 다운로드할 수 있는 앱은 아니다. 은행과 크레딧 유니온과 같은 금융 기관이 참여해 자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금융 시장 조사 기관 모펫 네이선슨의 리사 엘리스 애널리스트는 “페드나우 참여 금융 기관의 고객은 서비스를 통해 렌트비, 유리틸리티 고지서, 처방 약 등 정기적으로 내야 하는 여러 비용을 ‘자동집중화’할 수 있다”라며 “시간당 급여 근로자의 경우 월급 지급일 전에도 월급을 받을 수 있고 자동차 사고로 인한 보험금의 보다 빠른 지급도 가능하다”라고 페드나우의 장점을 설명했다.
페드나우 지지자들은 새 결제 시스템이 저소득층의 은행 초과 인출 수수료와 연체 수수료 발생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성명을 통해 “앞으로 페드나우를 사용하는 금융 기관이 늘어나게 되면 근로자는 월급을 즉시 수령할 수 있고 기업은 청구서 지급 즉시 자금 이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수수료 비용 절감 외에도 봉급 생활자가 높은 이자율이 붙는 ‘첵캐싱’ 서비스에 의존할 필요 없이 더 빠르게 월급을 타갈 수도 있게 된다. 비영리 단체 파이낸셜 헬스 네트워크에 따르면 연방의회가 팬데믹 경기 부양금 지급을 처음 승인했던 2020년 당시 미국인이 첵캐싱 수수료로 지급한 금액은 무려 6,600억달러로 추산된 바 있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아직까지 많은 소비자가 벤모와 페이팔을 통해 즉석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송금 앱으로 송금하려면 기존 은행 시스템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결제에 수일이 걸린다.
2017년 대형 은행들이 설립한 실시간 지급 시스템 네트워크인 ‘리얼타임 페이먼트’를 사용하는 미국인이 이미 많다. 리얼타임 페이먼트 설립을 주도한 은행 간 그룹 클리어링 하우스에 따르면 미국 내 체킹 및 세이빙 계좌의 65%가 이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수 천 여 곳이 넘는 소형 은행과 크레딧 유니온은 아직 리얼타임 페이먼트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페드나우 지지자들은 소형 금융 기관이 중앙은행이 개발한 페드나우 시스템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페드나우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은?
현재 금융 기관 37개와 결제 서비스 제공업체 17개가 페드나우에 가입했다. 미국 내 9,000개 넘는 은행과 크레딧 유니온 숫자에 비하면 참여 기관이 아직은 매우 적은 편이다. 페드나우 초기 가입자로는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BNY 멜론과 같은 대형 은행도 있고 소형 커뮤니티 은행과 크레딧 유니온의 참여도 이뤄지고 있다.
■기타 금융 기관 참여 가능성은?
기타 금융 기관의 참여가 얼마나 빨리 이뤄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참여는 자발적이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페드나우가 금융업계에서 널리 사용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는데 연준도 이 같은 전망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경쟁적으로 참여하는 은행이 늘어나면 잔류 은행의 참여 압박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울프 리서치의 대린 펠러 애널리스트는 “페드나우 가입이 포커판의 ‘테이블 스테이크’처럼 진행될 것”이라며 “앞으로 5년 사이 미국 금융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실시간 지급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앞으로 더 많은 금융 기관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페드나우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도 있다. 브루킹 연구소의 애론 클라인 수석 경제 연구원은 “연준이 최근 몇 년간 페드나우를 둘러싼 갈등을 겪으며 자금을 더 빠르게 이체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지 못했다”라며 “연준이 소비자가 수령해야 할 자금이 더 빨리 결제될 수 있도록 의무화해야 페드나우의 약속이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시스템을 갖춘 다른 나라는?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 경제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2008년 정부 주도로 실시간 결제 시스템을 시작한 영국에 뒤쳐졌다. 클라인 연구원은 “페드나우는 아이폰1을 구매해서 그 성능에 놀라는 것과 같다”라고 꼬집었다.
정부 지원으로 즉석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나라로는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이 있다. 펠러 애널리스트는 “그렇지만 미국이 다른 나라를 따라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며 “미국 내 자금 이동 속도가 너무 더디기 때문”이라고 즉석 지급 시스템 운영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