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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인플레에도 팬데믹 전보다 두둑해진 은행 잔고

미국뉴스 | 기획·특집 | 2023-07-31 09: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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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역대 최고 수준이지만 미국인들의 은행 잔고는 팬데믹 이전보다 여전히 높다. 최근 발표된 은행 체킹 및 세이빙 계좌 통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 은행 잔고가 2019년 대비 10~15% 불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 유입된 추가 현금을 빠르게 소진하는 가구가 최근 늘고 있어 경제 및 금융 당국이 주시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 인스티튜트가 체이스 은행 고객 900만명의 계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은행 계좌 중위 잔고액은 2021년 4월 최고치 대비 41%나 감소, 3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1년 4월은 정부가 지급하는 경기 부양금과 세금 환급금으로 미국 가구의 현금 사정이 여유로웠던 때다. 

 

덕분에 미 경제 침체 피해갈 수 있어

임금 인상률, 2년 만에 인플레 역전 

급여 3배 오른 월급자들까지 전국 속출

팬데믹 이전 소비·저축 패턴 회복세 

 

이들 통계 자료를 종합해보면 미국 경제가 많은 경제학자들이 우려했던 침체를 어떻게 피해가고 있는 지 이해할 수 있다. 강력한 노동 시장에 힘입어 소비자들은 인플레이션과 대출 비용 급등에도 불구하고 지출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식료품, 주거비, 여행비 등 생활물가가 잡히지 않자 향후 경제를 바라보는 미국인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많은 소비자는 그동안 은행 저축을 여러 지출에 사용해왔지만 잔고 하락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1~2년전 잔고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 인스티튜트의 크리스 위트 대표는 “팬데믹 사태로 정부가 전례 없이 큰 규모의 지원금을 소비자들의 은행 계좌에 입금했다”라며 “2020년이 이미 오랜 전처럼 느껴지지만 당시 우리 가족의 은행 잔고도 풍성했던 것으로 뚜렷이 기억한다. 아마도 그런 기억때문에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는 지금 은행 잔고가 그때보다 훨씬 적게 느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는 계속해서 전문가들의 예측을 뒤엎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경제 여러 분야가 냉각되고 주택, 금융, 테크 부문에서는 대규모 해고가 발생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의 올해 초 예측과 달리 노동 시장은 여전히 뜨겁고 소비자 및 기업의 건전한 지출은 경제 버팀목이 되고 있다. 

1년 넘게 지루하게 이어진 인플레이션과 바이든 행정부의 미숙한 경제 대처 능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의 경제 전망은 낙관적이다. 미시건 대학의 조사에 의하면 7월 소비자 심리는 1년 반 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미시건 대학 소비자 조사부문 조앤 쉬 디렉터는 “소비자들은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을 잘 느끼고 있다”라며 “여전히 강한 노동시장과 높은 소득 수준이 최근 소비자 지출 급등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은행 계좌에 전보다 많은 현금이 유입되고 있는 미국인도 많아졌다. 루이스빌 운송회사의 토니 옥스 매니저는 팬데믹 이후 세이빙 계좌 잔고가 거의 세 배나 불었다. 월급이 두 번 올랐고 커미션과 보너스를 포함한 총 급여가 50% 이상 증가한 덕분이다. 최근 401(K) 기여금 비율을 3%에서 15%로 5배나 높였다는 옥스 매니저(39)는 “월급이 정말 많이 올랐다”라며 “물가가 오르긴 했지만 세후 월급의 25% 정도를 저축하고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영향은 크게 느끼지 않는다”라고 팬데믹 이전보다 한결 나아진 현금 사정을 설명했다. 옥스 매니저는 약간 사치스러운 지출도 즐기고 있다. 여자 친구와 일주일간의 칸쿤 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부모님의 크루즈 여행비도 내드렸다. “전에 이렇게 많은 돈을 번 적이 없다”는 옥스 매니저는 “부모님 여행을 보내 드린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뿌듯해했다. 

지난해만 해도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 속도를 앞섰지만 최근 이 같은 현상은 역전되기 시작한 것도 침체 우려가 낮아진 이유다. 조사에 의하면 최근 임금 상승 속도가 4개월 연속 인플레이션을 앞질렀다. 연방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시간당 평균 임금은 4.4% 올라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인 3.3%를 앞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덴버에서 공공기관 채용담당자로 근무하는 니키 시미노(40)도 팬데믹 기간 저축한 돈을 계속 써왔다. 이혼과 콘도 구입으로 지난 3년간 그녀의 지출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그런데 이번 달 높은 폭의 급여 인상을 받아 그녀의 연봉은 6만 5,000달러로 높아졌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할 때 30%나 높아진 것이다. 재정적으로 안정감을 확보한 그녀는 다음달 친구들과 사우스캐롤라이나 머틀 비치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시미노 는 “인생이 바뀐 것 같다”라며 “은행 예금을 쓰지 않고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라고 기뻐했다. 

지난 3년간 소용돌이처럼 일어난 팬데믹, 대규모 경기 부양금,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같은 사건들이 미국인의 재정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다. 집에 갖혀 있었던 팬데믹 초기 경기부양금이 지급되면서 미국인의 은행 잔고는 두둑해졌다. 그러다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많은 소비자들이 이른바 보복 지출에 나서면서 잔고는 빠르게 빠져나갔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 소비와 저축 패턴을 회복한 가구가 최근 다시 늘고 있다. JP모건체이스 인스티튜트의 위트 대표는 “경기 대침체와 팬데믹 발생까지의 10년 동안 미국인 은행 잔고는 큰 폭의 변동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라며 “현재 그러한 패턴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라고 반겼다. 

팬데믹 이전 10년 간 고소득층 가구는 은행에 27일 치 여유 자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고소득 가구의 여유 자금 규모는 2021년 43일치까지 늘었다가 올해 3월 다시 35일치로 감소했지만 팬데믹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저소득층 가구의 여유 자금 규모는 훨씬 적지만 비슷한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팬데믹 이전 13일치에 불과했던 저소득층 가구의 여유 자금은 대대적인 경기 부양금이 지급되던 시기에 22일치까지 늘었지만 최근 다시 16일치로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는 모든 소득 계층과 인종 그룹에 걸쳐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현금 자산 불균형 현상은 여전하고 일부 경우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JP모건체이스인스티튜트의 자료에 의하면 팬데믹 초기 흑인과 히스패닉 가구의 은행 잔고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당시 경기 부양금, 자녀 세금 환급액, 추가실업급여 지급 등으로 이들의 은행 잔고는 2020년 1월~2021년 4월 사이 96%나 급등했다. 이와 비교해 같은 기간 백인과 아시안 가구의 은행 잔고는 75% 증가하는데 그쳤다. 

연방 정부의 일시적인 경기 부양 프로그램 시행으로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인종간 은행 잔고 격차를 줄이는데 도움이 됐지만 이후 최근 그 효과가 다시 사라지고 있다. 흑인과 히스패닉 가구는 이른바 팬데믹 수입을 백인과 아시안보다 빠르게 소진하고 있다. 그 결과 2022년 말 인종 간 은행 잔고 격차는 2010년대 평균 격차보다 더 벌어지고 말았다. 위트 대표는 “팬데믹 초기 인종간 유동 자산 격차가 12~18개월까지 줄어든 바 있지만 지금은 그 효과가 다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경제 상황이 바뀌면 인종간 자산 불균형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4월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던 흑인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이 하락한 6월 유일하게 높아졌다. 노동 시장이 식어가면서 저임금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근무 시간이 단축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6월에는 파트타임 근로자가 3년 만에 가장 큰 폭인 45만2,000명 증가했다. 

샬럿의 한 점포 점원인 앰버 브랜든(24)은 최근까지만 해도 재정적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시간당 15.60달러를 받는 그녀는 매주 100~200달러 정도 지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일하는 식료품 도매점이 직원 근무시간을 줄이는 바람에 브랜든의 주당 근무 시간이 24시간에서 8시간으로 단축됐다. 필수품 구입을 위해 은행 저축액에 손을 데기 시작했고 동시에 의류, 간식 등의 지출은 줄였다. “주급이 500달러에서 120달러로 줄었다”라는 브랜든은 “대학교로 돌아가 학위를 다시 따고 싶은데 그 계획을 중단했다. 희망은 있지만 재정 상황이 달라졌음을 실감한다.”라며 실망감을 표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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