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주택 시장 상황은 MZ 세대에게 그야말로 지옥과 다름없다. 대출 비용과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도 모자라 주택 매물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어 그들에게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인생에서 내 집 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아는 MZ 세대는 어떤 희생이라고 감수하겠다는 각오다. 온라인 재정정보 업체 뱅크레잇닷컴이 MZ 세대의 녹록지 않은 내 집 마련 현실과 그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설 때 새겨 두면 좋은 조언을 소개했다.
먼 미래 내다보고 현실적인 예산 수립해야
주택 보험 가입 여부 및 보험료 미리 확인
◇ ‘픽서 업퍼^타주 이사’도 좋다
뱅크레잇닷컴이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현재 집이 없는 MZ세대(18세~42세)의 82%는 내 집 장만을 위해 어떠한 희생이라도 감수하겠다며 주택 구입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이 같은 답변 비율은 부모 세대인 X세대(61%)와 조부모 세대인 베이비붐세대(64%)에 비해 훨씬 높은 것이다.
매물이 턱없이 부족한 현재 주택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마음에 드는 집을 사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이 같은 현실은 주택 구입을 준비 중인 MZ 세대의 생각에도 잘 나타나고 있다. MZ 세대 바이어 중 약 29%는 건물 상태가 불량해 대규모 수리가 필요한 ‘픽서’업퍼’(Fixer Upper) 매물도 마다치 않겠다는 입장이며 약 29%는 더 싼 집을 찾아 타주 이사까지 각오한다고 답했다. 주택 구입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고 룸메이트와 함께 거주하겠다는 MZ 세대는 약 27%, 필요한 공간보다 적은 집으로 이사할 수 있다는 답변도 27%로 조사됐다.
◇ MZ 세대 집 못 사면 경제에 악영향
내 집 장만은 아메리칸 드림으로 대변된다. 그만큼 많은 미국인이 내 집 마련을 꿈꾸며 살아간다. 이 같은 생각은 부모 세대보다 MZ 세대 사이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MZ 세대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약 66%는 내 집 마련이 곧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것이라며 주택 구입에 대한 강렬한 염원을 드러냈다. 반대로 주택 구입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MZ 세대는 6~8%로 대부분 MZ 세대는 내 집 마련을 꿈꾸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전문가들은 MZ 세대의 주택 구입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MZ 세대는 이미 미국 인구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이 어느 지역에 거주하고 어느 지역에서 직장을 구하는지에 따라 미국 경제가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택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올라 MZ 세대가 주택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주택 임대료 하락세를 기대하기 힘들다.
주택 임대료는 최근에서야 3년 만에 하락세를 기록했다. 연방준비제도의 지속적인 기준 금리 인상에 따른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 집 마련을 실패한 MZ 세대의 임대 수요가 줄지 않으면 임대료는 다시 올라 연준의 긴축 정책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이자율이 오르면 MZ 세대의 주택 구입이 더욱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다. 경제연구기관 ADP의 넬라 리처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보유는 중산층 창출의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라며 “주택 구입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젊은 세대의 중산층 진입의 길이 막히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 첫 주택 구입 결정 전 고려 사항 많아
젊은 층의 주택 구입이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다. ‘임대를 계속 해야 하나?’, ‘구입 여건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희생을 감수하고 지금 사야 하나?’와 같은 고민에 빠진 젊은 층이 많다. 어느 것 하나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고 어떤 결정을 내려도 희생이 따르는 시기다. 주택 구입은 일생일대 최대의 구입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생애 첫 주택 구입은 후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신중해야 한다. 내 집 마련을 앞둔 MZ 세대가 고려해야 할 사항을 알아본다.
▶ 먼 미래 내다봐야
원하는 모든 조건을 갖춘 집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요즘처럼 매물이 턱없이 부족한 시기에는 현실적인 기대를 가져야 내 집 마련이 수월해진다. 너무 까다로운 조건을 앞세워 집을 찾다 보면 나에게 적합한 집을 놓치는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집을 찾을 때 가장 중요한 목표는 나에게 진짜 필요한 조건을 희생하지 않는 것이다.
재택근무로 거주지가 상관없다면 지역 조건은 일단 포기해도 좋다. 부모를 돌보기 위해 부모와 가까운 지역에 살아야 한다면 지역 조건이 우선순위다. 집을 장만할 때는 항상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재정 상황은 항상 변하고 가족 수는 항상 불어나기 마련이다. 주택 구입 여건 악화로 미국인의 주택 거주 기간은 전보다 길어졌다. 장기적으로 무엇이 중요한지 파악한 뒤 매물 쇼핑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
▶ 현실적인 예산 수립
구입 가능 가격대를 모르면 구입에 적합한 집을 찾기 힘들다. 재정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택 구입 비용으로 월 세후 소득의 25~28%를 넘지 않는 것이 재정적으로 안전하다. 우선 가족의 지출 습관, 저축 성향, 부채 및 소득 등 재정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클로징 비용, 이사 비용, 재산세, 보험료, 유틸리티 등 주택 구입 관련 비용도 만만치 않다.
주택 구입 예산을 너무 빡빡하게 수립하면 여행이나 외식과 같은 여가 활동비가 부족해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기 쉽다. 구입 가능한 가격대를 다시 ‘상중하’ 가격대로 나눠 각 가격대의 주택을 구입할 때 희생해야 할 항목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어느 가격대를 구입할지 결정할 때 도움이 된다. 여가 생활이 중요하다면 가장 낮은 가격대의 주택을 고려하고 다른 취미 활동을 포기할 가격이 됐다면 ‘상’ 가격대를 구입 대상에 포함하면 된다.
▶‘홈 오너’가 될 준비가 됐나?
주택은 ‘투자’와 ‘거주지’ 기능을 제공하는 자산으로 어떤 기능이 자신에게 더 중요한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주택 가격은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따라 주기적으로 오르고 내린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상승 폭과 하락 폭에 큰 차이가 있다.
중서부 지역의 주택 가격이 비교적 낮은 편이나 변동 폭은 크지 않다. 반면 오스틴과 피닉스와 같은 지역은 주택 가격 변동 폭이 큰 지역이다. 주택의 투자 기능보다 거주지 기능이 더 중요하고 구입 후 장기간 거주할 계획이라면 가격 변동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홈 오너가 될 준비가 됐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홈 오너로서의 자부심과 함께 적지 않은 책임도 따라오기 때문이다. 주택을 임대하면 건물주가 모든 고장을 책임지고 수리한다. 비록 집은 없지만 집수리 할 시간을 다른 여가 활동에 쓸 수 있다. 집을 보유하고 나면 모든 수리는 직접 책임져야 한다. 주말이나 주중 저녁 시간을 할애해 수리에 나서야 할 일이 반드시 발생한다. ‘임대보다 나은 점이 무엇인가?’, ‘주택 보유가 라이프 스타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주택 투자의 기회비용은?’ 등의 질문에 대해 답해보고 그래도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주택 구입에 나서도 좋다.
▶ 주택 보험 가입 여부 확인
싼 집을 찾아 장거리 이사를 고려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집값이 아무리 저렴해도 장거리 이사에 따른 비용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 최근 주택 보험 가입이 거절되거나 보험료가 터무니 인상된 지역이 많아 애를 먹는 주택 소유주가 많다. 새로 이사할 지역의 자연재해 발생 정도와 이에 따른 주택 보험 가입 여부 및 보험료 등을 먼저 알아보고 주택 구입과 장거리 이사를 결정해도 좋다.
무조건 싼 집만 찾다 보면 주택 구입 후 후회로 이어는 경우도 많다. 주택 조건은 물론 지역 환경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맞지 않아 얼마 뒤 또 이사를 고려하면 주택 구입비와 이사비 지출이 커져 재정적으로 손해다. 아무리 싼 집이라도 집이 위치한 지역 환경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