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나 김 백악관 정책고문
한국전 정전협정이 맺어진지 꼭 70년째가 되는 27일은 LA 출신 해나 김(40·한국명 김예진)씨에게는 아주 특별한 날이다. 그는 지난 2008년부터 15년째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기억하자는 ‘리멤버 7.27’ 운동을 펼쳐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 참전용사의 ‘명예 손녀’로 불리는 김씨는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 친한파 정치인으로 잘 알려진 찰스 랭걸 전 연방하원의원의 수석 보좌관 출신으로 연방 보건부 공보 담당 부차관보를 거쳐 백악관 비서실장실 아시아태평양계 정책 고문을 포함해 다양한 직책을 거치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일하고 있다.
해나 김씨는 지난 2007년 워싱턴 DC의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처음 방문한 것을 계기로 2008년 개인 자격으로 ‘리멤버 7·27’이란 단체를 조직, 지금까지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은 평화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하고 어떻게 할지 모르지만, 기억하는 것이 평화를 염원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처음에 ‘한국전쟁화해연합회’라고 붙였던 이 단체의 이름을 한국전쟁 정전일인 7월27일을 기억하자는 의미의 ‘리멤버 7·27’로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화해로 가는 첫 단계가 기억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다.
김씨가 이를 위해 처음 한 일은 7·27 기념식 행사를 만든 것이다. 이 기념식은 2008년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 촛불의 밤’이란 이름으로 처음 개최된 뒤 매년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한인 연방하원의원 4명과 함께 연방의회 건물인 레이번 빌딩 로비에서 행사를 열 예정이다.
이와 함께 김씨는 한국전 정전일인 7월27일을 연방정부 청사에 국기를 게양하는 기념일로 지정해달라는 ‘한국전 참전용사 인정법안’을 의회에 청원했으며 2009년 해당 법안이 통과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통과되기 전까지 435명의 미국 연방 하원의원 가운데 법안 발의에 참여한 6명을 제외한 429명의 하원의원실을 찾아가 지지를 호소했고, 그 결과 법이 통과 됐을 때 “해나 김 덕분”이라는 찬사를 참전용사들로부터 받았다.
김씨는 이 일을 계기로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랭걸 당시 하원의원실에 보좌관으로 합류하며 랭걸 전 의원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전 참전용사이자 친한파인 랭걸 의원이 2017년 1월 은퇴하자 그는 ‘참전용사 찾아가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김씨가 참전용사들을 만나 “여러분 덕분에 한국 국민들이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데 한국 국민들이 다 올 수는 없고 제가 그분들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서 큰절을 하면 참전용사들은 “죽기 전에 하나 된 한반도를 보고 싶다”고 한결같이 말했다고 한다.
김씨는 “참전용사분들께는 한민족의 감사를 전했고 한국 국민에게는 참전용사들의 염원을 전달하는 메신저가 된 것 같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2020년 자신이 방문한 한국전 참전 기념비와 그동안 만난 참전용사들의 사진과 인터뷰 등을 정리해 인터넷에 ‘한국전쟁기념관(koreanwarmemorials.com)’ 사이트를 개설했다. ‘리멤버 7·27’은 지난해 건립된 ‘추모의 벽’ 모금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15년간 한국전과 관련해 미국 내에서 체감하는 변화를 묻는 말에 “한국전쟁은 더는 ‘잊힌 전쟁’이 아니다”라면서 “주변에서 사람들이 7월 27일이 되면 올해는 7·27 행사를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많은 사람이 ‘이런 일이 있었구나’를 넘어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라고 더 관심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국에서는 7·27이 공식적으로 한국전 참전용사를 기리는 날인데 한국은 아직 아니다”라면서 한국에서 관련 입법 조치가 있기를 희망했다. 또 “참전용사 할아버지들은 한국을 두 번째 조국, 한국 사람을 두 번째 가족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를 잊지 않았다”면서 “정말 멀리 계신 분들도 그런데 우리는 (그분들을) 잊고 사는 것 같다”면서 한국 내 더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