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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입 후지불’(BNPL) 앱 사용 미국인 급증…‘우려’

미국뉴스 | 기획·특집 | 2023-07-24 09:42:58

선구입 후지불,BNPL, 앱,사용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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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나·어펌·애프터페이 대표적인 할부앱

3,090억달러 시장 규모·2026년까지 25% 성장

애플페이·페이팔·체이스·아멕스 등 가세

과다 지출 위험·크레딧 쌓기에 도움 안 돼

 

인플레이션 둔화세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소비자가 필수품 구입을 위해 ‘선구입 후지불’(BNPL·Buy Now Pay Later) 앱에 의존하고 있다. 그레이시 윌리엄스(31)는 각종 고지서 고민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도서관 사서인 그녀는 가족 내 주 수입자다. 병든 어머니와 어린 남동생을 돌보기 위해 세후 월급인 2,100달러와 사망한 아버지의 연금을 어떻게 써야 할지가 항상 그녀의 고민거리다. 모기지 페이먼트와 차량 할부금, 어머니 의료비, 개스비 등을 내고 나면 식료품 구입비는 거의 남지 않는다.“내 수입의 남은 한 푼까지 써도 늘 모자란다”라는 윌리엄스는 가족의 식비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는데 바로‘할부 구입’이다.

 높은 식료품 구입비를 해결하기 위해‘선구입 후지불’ 서비스를 사용하는 미국인이 늘고 있다. [로이터]
 높은 식료품 구입비를 해결하기 위해‘선구입 후지불’ 서비스를 사용하는 미국인이 늘고 있다. [로이터]

녀가 사용하는 ‘클라나’(Klarna) 앱은 ‘선구입 후지불’로 잘 알려진 앱으로 펠로톤과 같은 운동기구나 노트북 컴퓨터와 같이 비싼 제품 구입에 주로 사용된다. 그런데 시장조사기관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클라나와 같은 ‘선구입 후지불’ 앱을 이용한 식료품 구입이 올해 1~2월 40%나 급증할 정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소비자 대출이 기록적으로 높은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많은 미국인이 식료품과 학용품 등 필수품 구입을 위해 이런 서비스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BMO 캐피털 마켓의 시미언 시걸 애널리스트는 “건전한 방법인지 모르겠지만 소비자들은 지출을 늘리는 방법에 놀라울 정도로 능숙한데 선구입 후지불 서비스가 그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라며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간 가장 쉬운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라고 설명했다.

 

이 서비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오다가 수백만 명의 미국인 일자리를 잃은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노동 시장과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회복됐지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가 할부 구입 앱을 사용하고 있는데 인플레이션 급등에 따라 식료품, 개스비, 주거비, 의료비 등이 치솟은 것이 원인이다. 시장 조사 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약 3,090억달러인 할부 구입 앱 시장 규모는 2026년까지 약 25% 더 성장할 전망이다.

 

할부 구입 앱 시장을 연구한 마르코 디마지오 하버드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클라나, 어펌, 애프터페이 같은 서비스가 현금이 부족한 소비자에게 ‘즉각적인 유동성’을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금융보호국’(CFPB)과 연방준비제도의 조사에 따르면 연 소득이 2만달러~5만달러인 여성과 흑인, 히스패닉 성인 소비자의 할부 구입 앱 사용률이 높은 편이다.

 

4회 할부로 결제하는 사용자는 이자를 낼 필요도 없는데 지난 1년 사이 월마트 식료품 구입비가 두 배로 늘어난 윌리엄스 씨가 앱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값을 잘 깎는 편’이라는 윌리엄스는 “(오리지널 브랜드가 아닌) ‘일반’(Generic) 상품도 요즘 가격이 너무 올랐다”라고 불평했다. 그녀의 가족은 스테이크를 가격이 저렴한 햄버거용 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등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생리용품과 애완동물 사료 구입은 다른 제품으로 바꿀 생각이 없다. 윌리엄스의 월급은 지급 즉시 각종 고지서 납부로 빠져나간다. 그러나 클라나와 같은 앱을 사용해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한 뒤 매장에서 픽업하면 결제 금액을 낮은 금액으로 나눠 낼 수 있어 비용 부담이 덜 하다.

 

팬데믹 기간 저축한 돈과 당시 지급된 생활비 지원금 등으로 생활하는 미국인이 아직 많다. 그러나 통계에 따르면 연 소득 5만달러 미만 최저소득층 가구의 팬데믹 관련 추가 소득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백투스쿨과 연말 쇼핑철을 앞둔 소비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타겟, 아마존, 월마트 같은 대형 할인점들은 7월 대대적인 세일 행사를 펼치며 소비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많은 소비자들이 수퍼마켓 가는 것이 두렵다며 불평하고 있다. 연방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 6월 평균 식료품 지출비는 973달러로 작년보다 약 3.5% 높아졌다. 타라 디에츠(34)도 식료품 가격 고공행진이 걱정되는 소비자 중 한 명이다. 크론병을 앓고 있는 그녀는 글루틴과 유제품이 함유되지 않는 비싼 식료품을 구입해야 한다. 그녀의 식단에서 중요한 단백질 섭취원인 연어는 파운드당 4달러나 올랐다. 웨그맨스와 홀푸즈 등의 슈퍼마켓에서 어펌과 같은 할부 구입 앱 사용이 그녀에게는 큰 도움이다.

 

뉴욕주 아몽크에 거주하는 디에츠는 “‘선구입 후지불’ 서비스를 사용하면 ‘과연 내가 이 물건을 구입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거리를 덜어준다”라고 말했다. 연준의 조사에 의하면 최근 12개월 동안 소비자 8명 중 1명이 ‘선구입 후지불’ 서비스를 사용했는데 1년 전보다 약 10% 늘어난 수치다. 애플, 페이팔과 체이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크레딧 카드 업체도 최근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선구입 후지불’ 앱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주식시장에 상장된 어펌은 올해 3분기 앱 사용자가 전년동기대비 26% 증가할 전망이라고 지난 5월 보고했다. 그러나 디마지오 교수는 사용자가 증가한다고 해서 기업이 수익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디마지오 교수는 “신용 시장 원리로 볼 때 ‘한계 고객’(Marginal Customers)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선구입 후지불’ 서비스 기업은 대출 이자 수익에 의존하는데 이자율 인상은 이들 기업에게 엄청난 재정적 손실을 끼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전국신용상담재단’(NFCC)의 브루스 맥클러리 수석부대표는 “수많은 소비자들이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독창적인 지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구입 후지불’ 서비스가 크레딧 카드의 높은 이자율을 피하고 보상 포인트 혜택을 제공하는 점이 많은 소비자에게 매력적이다. 부채 규모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사용자 친화적인 점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맥클러리 대표는 “크레딧이 안 좋거나 사용 한도액이 찬 소비자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라며 “크레딧 카드나 대출에 비해 승인 절차가 간단한데 이 점 때문에 잠재적인 금융 시장 위험을 키울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온라인 대출 기관 렌딩트리에 따르면 크레딧 카드 평균 이자율은 약 24%지만 ‘선구입 후지불’ 기업은 이자를 부과하지 않는다. 다만 일부 기업은 연체료를 부과하기도 하고 미납 금액을 추심업체에 보고한다. 애프터페이의 경우 연체가 1회 발생하면 서비스를 중단하고 8달러 또는 주문 금액의 25%에 해당하는 연체료를 부과한다.

 

‘선구입 후지불’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일시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것은 맞지만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디마지오 교수는 “소비자들은 전액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면 과다 지출을 하기 마련이다”라며 “상점들이 서비스 제공 업체에 판매 금액의 약 5%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지급하는 이유만 봐도 잘 알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연체가 발생하면 연체료를 내야하고 크레딧 점수도 떨어진다. 많은 소비자들이 크레딧 카드, 차량 대출금, 모기지 대출과 같은 부채를 먼저 갚으려고 하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소비자 보호단체들은 ‘선구입 후지불’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부족한 점에 대해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4회 할부’ 서비스 기업들은 ‘공정대출법’(Fair Lending Act)에 따른 특정 소비자 보호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디마지오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 기업은 부정적인 신용 보고만 실시하는데 고객의 연체 기록이 이에 해당한다. 디마지오 교수는 “대부분 기업이 제때 상환 기록과 같은 긍정적인 보고는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젊은 소비자와 같은 경우 크레딧 점수를 쌓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도 지적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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