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하우스 렌트’ 유혹 소셜번호 요구 등
올해 초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김모씨 부부는 “다이아몬드바 지역에 단독주택이 비어 있는데 렌트할 생각이 있으면 전화를 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전화 통화에서 자신이 집주인이라고 주장한 사기범은 시세보다 훨씬 싼 렌트비를 제시하며 일단 디파짓을 송금하고 나중에 크레딧 조회에 필요한 소셜 번호와 은행계좌 정보를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일단 두 달치 디파짓을 보낸 김씨 부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당 주택을 방문했다가 집 주인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넷플릭스 가입자인 이모씨는 최근 “페이먼트에 필요한 어카운트에 문제가 생겼으니 첨부된 전화번호로 연락해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당장 넷플릭스 서비스가 끊기게 된다”는 텍스트 메세지를 받았다. 이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크레딧카드 정보를 알려 줬다가 자신이 주문하지 않은 물건들이 줄줄이 자신의 카드로 결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서둘러 카드를 정지시켰다.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나 업체, 은행 등을 사칭하는 이같은 스캠 사기범들이 급증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영어에 미숙한 이민자나 상황 판단력이 흐린 시니어들을 집중 타겟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나 한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FTC 집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 은행과 업체, 공공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금액은 전국적으로 3억3,000만달러에 달해 전년 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이는 FTC에 보고된 피해금액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 액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면 거래 대신 전화나 이메일 등 비대면 거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보이스피싱 사기도 함께 급증하고 있다고 FTC는 전했다. FTC에 따르면 전형적인 피싱 사기는 공공기관이나 대형 업체 등을 사칭한 문자나 이메일에 응답하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거나 걸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버라이즌에서 무료 전화기에 당첨됐다”고 이메일을 보내거나 대형 은행 이름으로 “애플에서 1,300달러에 맥북 컴퓨터를 구입하셨나요, 구입하셨다면 Y를 아니면 N로 답해주세요”라는 문자를 보내 소비자가 이에 반응하면 사기범들이 직접 전화하거나 통화를 요구한다. 최근에는 텍스트 메세지를 사용하는 스캠 사기가 크게 늘고 있는데 이메일보다 문자에 대한 반응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사기범과 연결되면 이들은 중요한 개인신상 정보를 교묘하게 요구한다. 전문가들은 “소셜 번호는 은행계좌와 크레딧카드 정보와 함께 사기범들이 노리는 가장 중요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모르는 전화나 문자, 이메일에 이를 절대로 공개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FTC는 “실제 기업이나 은행이 이메일로 고객과 소통하기는 하지만 이메일이나 문자로 페이먼트 정보 업데이트를 요구하기 않는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또 “의심스러운 웹페이지 링크는 악성 코드가 들어 올 수 있기 때문에 절대 클릭하지 말 것”을 아울러 조언했다.
FTC는 만일 스캠으로 의심되는 이메일이나 텍스트 메시지를 받았거나 실제 피해를 당했다면 ▲피싱 이메일의 경우 안티-피싱 워킹그룹(Anti-Phishing Working Group) 이메일(reportphishing@apwg.org)로 포워딩, ▲피싱 텍스트 메세지는 SPAM(7726)으로 포워딩. ▲피싱 사기의 경우 FTC 웹사이트(ReportFraud.ftc.gov)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