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 이자율이 오름세로 돌아서 바이어의 주택 구입 부담이 다시 커졌다. 주택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주택 거래가 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이다. 마치 겨울잠에 들어간 것 같은 현재 주택 시장 상황에 주택 소유주, 셀러, 바이어 모두 향후 주택 시장 전망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재정 정보 업체 뱅크레잇닷컴이 부동산 전문가들과 함께 2023년 하반기 주택 시장을 미리 살펴봤다.
높은 이자율로 주택 거래도 감소할 것
주택 가격, 현 수준에서 유지가능성 커
◇ 모기지 이자율 계속 오를까?
떨어질 것으로 기대됐던 모기지 이자율이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바이어의 실망감이 커졌다. 7월 5일 기준 뱅크레잇닷컴이 집계한 30년 고정 이자율은 평균 6.95%로 다시 7%대에 근접했다. 이 같은 이자율 수준은 지난해의 거의 2배 수준으로 내 집 장만을 꿈꾸는 바이어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아쉽게도 높은 수준의 이자율이 올해 안에 큰 폭으로 떨어지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자율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기 때문에 서둘러 대비하라고 조언한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 ‘어닝’(Awning)의 데니스 셔시코프 대표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고금리, 경기 침체 가능성 등에 따라 30년과 15년 만기 고정 이자율이 오를 것”이라며 “단기 위험이 계속될 경우 두 이자율 간 격차가 줄어 30년 고정 이자율은 평균 8.75%, 15년 고정 이자율은 평균 8.25%까지 상승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지난 6월 연방준비제도의 기준 금리 인상 행보가 중단됐지만 올해 안에 다시 이어질 것이 확실시돼 모기지 이자율 상승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금융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기준 금리를 현재보다 약 0.175%~0.2%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30년과 15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은 각각 약8.5%와 약 7.7%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세 가지 시나리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나디아 에반젤로우 선임 연구원은 2023년 하반기 모기지 이자율 전망과 관련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내놨다. 에반젤로우 연구원 역시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 방향에 따라 향후 모기지 이자율 수준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인플레이션이 잡힐 경우 이자율이 지금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을 포함했다.
에반젤로우 연구원은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 인플레이션이 해소되지 않아 연준이 앞으로도 기준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으로 가정했다. 이 경우 올 연말 모기지 이자율은 7%대를 넘어 8.5%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에반젤로우 연구원은 내다봤다.
최근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택 렌트비가 3년 만에 처음을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하락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반면 미국 경제가 놀라울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어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에반젤로우 연구원의 첫 번째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의 효과로 소비자 물가 지수가 하락할 경우 모기지 이자율도 현재보다 조금 높은 수준인 7%~7.5%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12일 발표된 6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당초 예상대로 3% 상승에 그쳤다. 이 같은 상승 폭은 최근 2년간 가장 낮은 수치로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잡혀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에반젤로우 연구원은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침체하는 상황도 가정했다. 이 경우 모기지 이자율은 지금보다 떨어져 5%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9일 CBS 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경기 침체 빠질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말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 주택 거래 감소할까?
에반젤로우 연구원의 세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이자율 오를 전망이 크지만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주택 거래는 이자율 등락에 상관없이 모두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관건은 주택 거래 하락 폭으로 최대 15%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에반젤로우 연구원은 경고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대로 모기지 이자율이 8.5%대로 치솟게 되면 주택 구입비 부담이 현저히 높아져 내년 주택 거래는 올해보다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자율이 7%~8%대에서 상승을 그칠 경우 주택 거래 하락 폭은 7%~8%로 가장 낮다. 세 번째 시나리오대로라면 이자율이 5%대로 가장 많이 떨어지지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주택 거래는 15%나 급감할 것으로 우려된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CJ패트릭 컴퍼니의 릭 샤가 대표는 지난해 시작된 주택 거래 둔화 현상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샤가 대표는 “매물이 팔릴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정상화되고 있다”라며 “주택 시장 냉각이 지속되면 올해 매물 대기 기간이 30일을 초과할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매물 대기 기간이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 2월 34일을 기록했던 매물 대기 기간은 3월 들어 29일로 단축됐고 주택 시장이 성수기에 돌입하는 5월에는 18일로 더 짧아졌다.
◇ 주택 가격 떨어질까?
주택 가격 하락은 모든 바이어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높은 집값에 모기지 이자율마저 올라 내 집 마련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바이어가 많다. 야속하게도 이들 바이어의 바람과 달리 올해 안에 주택 가격이 내려가는 일은 기대하기 힘들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집값이 지금보다 더 오르지 않고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지역이 많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렉 맥브라이드 뱅크레잇닷컴 수석재정연구원은 “올해 전국 대부분 지역의 주택 가격이 현재 수준에 머무를 전망으로 팬데믹 이전 대비로는 약 40% 오른 수준”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모기지 이자율이 떨어지더라도 전반적인 주택 구입 능력 개선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맥브라이드 연구원에 따르면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모기지 이자율이 크게 올라 주택 구입 비용을 상쇄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팬데믹 기간 가격이 급등한 도시들이다. 올해 전년 대비 주택 가격이 주택 가격이 가장 많이 하락한 도시는 오스틴으로 지난해보다 약 18%나 하락했다. 이어 오클랜드(16.3%), 샌프란시스코(13.1%), 라스베가스(11.4%) 등의 도시도 큰 폭의 주택 가격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