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 "임상3상 초기 환자 인지력 저하 35% 늦춰"…FDA 승인 기대
전문가 "초기 환자에서만 효과·부작용 우려…사용에 주의 필요"
'아두카누맙'(aducanumab)과 '레카네맙'(lecanemab)에 이어 3번째 알츠하이머병 신약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Donanemab)이 임상 3상 시험에서 초기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보인 것으로 보고됐다.
일라이 릴리의 존 심스 박사팀은 17일 의학저널 '미국의학협회지'(JAMA)에서 알츠하이머병 초기 증상과 뇌 아밀로이드·타우 단백질 병증이 있는 1천736명을 대상으로 76주간 진행한 임상 3상 시험에서 도나네맙이 타우 단백질 수치 중간 이하 환자에서 위약보다 인지력 저하를 35%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는 이달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레카네맙의 효과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도나네맙을 투여한 환자들은 경도 인지 장애에서 경도 치매로 발전할 위험과 경도 치매에서 중등도 치매로 발전할 위험이 40%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상 시험에 참여하지 않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알츠하이머병 연구센터 길 라비노비치 교수는 함께 게재된 논평에서 "이 약은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 환자에게는 효과가 좋지만 진행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는 효과가 없었다"며 부작용 가능성을 고려한 신중한 사용을 권고했다.
앞서 FDA로부터 '혁신 치료제 지정'(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을 받은 도나네맙은 치매 원인으로 알려진 뇌 신경세포 내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plaque)과 타우 단백질을 억제하는 단일클론 항체 신약으로 3번째 알츠하이머 신약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FDA는 앞서 2021년 6월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 제약회사의 아두카누맙(애듀헬름)을 알츠하이머병 신약으로 승인한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같은 두 제약사가 개발한 레카네맙(레켐비)을 승인한 바 있다.
3가지 약은 모두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는 작용을 이용한 신약이다.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는 뇌 신경세포 기능을 방해하고 타우 단백질을 확산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베타아밀로이드오 타우 단백질 모두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임상시험에서 도나네맙은 아두나투맙과 레카네맙에 비해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 효과가 뛰어나고 혈중 타우 단백질 농도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뇌 중요 부위의 타우 단백질 농도는 줄이지는 못했다.
라비노비치 교수는 "이 임상시험 결과는 고무적이기는 하지만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려면 심층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증세가 심한 환자들에게는 이 약이 효과가 없다는 점과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질병이 더 진행된 환자들은 위약을 투여한 환자에 비해 효과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었다"며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도 있는 만큼 때 전문가들은 더 효과적이고 더 안전한 알츠하이머병 치료법 개발에 목표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임상 시험에서 도나네맙을 투여받은 환자 중에서는 사망자 3명을 포함해 3.7%에서 뇌 부종과 미세 출혈 등 아밀로이드 관련 이상 증상(ARIA) 부작용이 발생했으며 이런 부작용 위험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APOE4' 유전자가 있는 사람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라비노비치 교수는 "도나네맙은 타우 단백질 수치가 낮거나 중간 정도이고 증상이 경미한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부작용과 관련해 투여 전에 APOE4 유전자 검사를 할 것을 권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