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자 비율 역대 최고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한인 여성 우모(40)씨는 할리웃의 한 고급 콘도에서 혼자 살고 있다. 30대까지는 마음에 드는 배우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우씨는 40세가 된 올해 ‘비혼’을 선언했다. 그는 “오랫동안 혼자 살다 보니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독신 생활에 익숙해 졌다”며 “주변에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지인들이 많아 혼자 지내는 데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다”고 말했다.
풀러튼에 사는 남모(35)씨는 신혼 초부터 아내와 각방을 쓰고 있다. 부부 사이가 특별히 나빠서가 아니라 아내의 심한 코곯이 때문이다. 남씨는 “수면의 질을 생각했을 때 잠자는 동안에 방을 따로 쓰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1인 가구 비율이 29%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이는 ‘트렌드’가 아니라 삶의 ‘변화’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3분의 1 이상이 침대를 따로 쓰거나 각방에서 자는 이른바 ‘수면 이혼’(sleep divorce)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 센서스국의 인구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 가구의 29%가 독신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신가구의 비율은 1940년 8%에서 1970년 18%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독신가구 비율은 1940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 독신 여성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지난 2021년 현재 미국 여성 중 독신 비율은 52%로 절반을 넘어섰다. 센서스국이 혼인 상태를 추적하기 시작한 1900년에는 여성의 독신 비율이 7%에 불과했다.
학자들은 이같은 현상이 트렌드가 아니라 사회적 변화에 따른 결과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에릭 클리넨버그 뉴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현상은 지난 세기 동안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가장 큰 인구학적 변화”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독신가구의 증가는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와 인권 향상과도 연관이 있다고 클리넨버그는 주장했다. 클리넨버그는 “1980년께 미국 성인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50%에 달했다”며 “역사적으로 볼 때 여성은 자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을 때 혼자 살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은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외곽에 거주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의로 혼자 사는 사람들을 제외한 독신 생활은 큰 단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독거노인의 고령화에 관한 뉴욕타임스의 한 보고서는 “연구에 따르면 혼자 사는 사람들의 경우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나빠지고 수명이 짧아진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결론지었다.
미국의 독신가구 조사와는 별개로 지난 10일 미국 수면의학회(AASM)는 성인 2,005명을 대상으로 ‘침대를 같이 사용하는 사람을 수용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35%는 가끔 또는 지속적으로 각방을 쓴다고 응답했다.
세대별로는 밀레니얼 세대(27~42세)의 43%가 각방을 쓴다고 답해 가장 높았다. X세대(43~58세) 33%, Z세대(18~26세) 28%, 베이비붐세대(59~76세) 22%가 그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45%, 여성은 25%가 수면 이혼을 선택했다고 응답했다. 미국 수면의학회는 수면 이혼이 의학적으로 괜찮은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수면의 질을 보장해 본인의 건강 상태를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데다 상대방과의 관계까지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면의학회의 시마 호스라 박사는 “수면이 좋지 않으면 기분이 나빠질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사람에 대한 분노가 발생해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학회는 방은 따로 쓰더라도 배우자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다면 가끔 상대방을 살펴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아 공기의 흐름이 완전히 멈추는 증세가 잠자는 동안 1시간에 5번 이상 나타나거나 7시간 동안 30회 이상 나타나는 질환이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