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동부에서 남부로 인구 대이동
워싱턴·뉴욕·보스턴 → 텍사스·조지아·캐롤라이나
아이비리그 대학이 자리한 미 동북부 지역은 미국 경제의 한축을 담당하며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워싱턴, 뉴욕, 보스턴으로 연결되는 북동부 지역보다 텍사스, 조지아, 캐롤라이나, 플로리다 등 남부 6개 지역이 미국 경제에 보다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블룸버그 보고서에 따르면 남부 지역으로 인구가 몰리면서 GDP 비중이 급격히 증가해 지난 2021년 처음으로 남부 지역이 북동부 지역을 역전했다.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텍사스, 조지아, 테네시에는 인구뿐만 아니라 기업 유치도 늘면서 경제의 축이 북동부에서 남부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남부 6개주에서 2020~2021년 1천억 달러의 신규 수입이 창출된 반면 북동부 지역에서는 6백억 달러가 줄어들었다.
전미부동산협회(NAR) 연례 보고서도 남부 지역의 성장세를 보여준다. 2022년 인구 이동이 가장 많았던 10개 주 가운데 5개 주가 모두 북동부 지역으로 뉴욕의 경우 지난해에만 30만명이 떠났다. 반면 가장 인구 유입이 많은 지역은 남부 6개 주가 차지했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팬데믹 이후 상대적으로 경제를 더 빨리 개방했던 남부 지역으로 옮겨갔으며 블룸버그 보고서는 “따뜻한 날씨, 낮은 세금, 느슨한 규제, 저렴한 주택 등이 남부 지역으로 옮겨가게 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월스트릿의 금융회사들도 뉴욕보다 텍사스에서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동북부와 남부는 정치적으로도 큰 차이를 보여주었다. 민주당 성향의 동북부 ‘블루 스테이트’에 사는 사람들은 공화당 성향의 남부 ‘레드 스테이트’에 가서 살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치적 성향보다 경제적 현실이 우선시 되면서 사람들의 이동이 자유로워졌다.
백인우월주의, 인종차별, 빈번한 총기사고 등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기회의 땅을 찾아 가는 사람들의 개척 정신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정치보다 경제가 우선’이라는 인식이 자리하게 되고 팬데믹을 겪으며 정치는 경제에 밀려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블루 스테이트가 지고 레드 스테이트가 뜬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 상황에서 역사와 전통의 동북부 자유주의자들은 더 이상 색깔 논쟁에 기대어 시대의 흐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팬데믹 이후 ‘레드 스테이트’가 ‘블루 스테이트’보다 회복이 빨랐던 것처럼 편향적 사고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떠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야 경제도 정치도 챙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대선을 앞둔 워싱턴도 바로 이러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