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경동나비
첫광고

2세들 발목잡는 국적법 ‘족쇄’ 풀어라

한국뉴스 | 사회 | 2023-07-07 17:12:09

2세들 발목잡는 국적법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기획시리즈 - 동포청 출범 한달 / 이것만은 바꾸자

750만 재외동포들의 염원이었던 재외동포청이 지난달 5일 공식 출범한지 꼭 한 달이 됐다. 재외동포재단 설립 이후 20년 넘게 제자리 걸음을 하던 재외동포청이 마침내 출범할 수 있었던 데는 윤석열 정부의 결단이 큰 역할을 했다. 재외동포청에 거는 한인들의 기대가 큰 만큼 재외동포들이 조속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법 문제 등 현안들도 산적해 있다. 앞으로 재외동포청이 한국 정치권과 함께 최우선 순위를 두고 해결해야 할 이슈들을 시리즈로 살펴본다.

 

본인의사 무관한 이중국적

미 공직·주류진출 불이익

까다로운‘이탈신고’낭패

 

박모(19)씨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미국에 이민 와 영주권을 받은 뒤, 박씨가 만 18세 전에 부모가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 자동으로 시민권자가 됐다. 같은 해 미국에서 태어난 최모씨는 출생 당시 아버지가 영주권자, 어머니는 시민권자였다. 두 사람 중에 누가 한국 국적을 이탈해야 할까? 정답은 놀랍게도 미국에서 태어난 최씨다.

박씨는 국적법 제15조에 의해 미국 국적을 취득함과 동시에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돼 번거로운 국적이탈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반면 최씨는 국적법 제 2조 1항 1호에 의해 출생 당시 아버지가 한국 국민이었기 때문에 출생과 동시에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됐다.

최씨처럼 미국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선천적 복수국적으로 분류돼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되지 않는 현실은 현행 한국 국적법의 모순을 반영한다. 왜 이런 모순이 발생하는 걸까?

선천적 복수국적법은 지난 2005년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국회의원(현 대구시장) 주도로 일부 한국인들의 원정출산에 따른 병역기피를 방지할 목적으로 발의됐다. 이른바 ‘홍준표법’의 시행으로 1983년 5월25일 이후 미국 등 해외에서 출생한 한인 남성의 경우 출생 당시 부모 중 1명이라도 한국 국적자라면 만 18세가 되는 해 3월 말까지 국적이탈을 마쳐야 한다.

이 기간 안에 국적이탈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중국적을 갖게 돼 만 38세가 되는 해 1월1일까지 20년간 한국 내 병역의무 대상자가 된다. 국적이탈을 하지 않은 한인 2세들은 1년 중 90일 이상 한국에 장기체류할 때 병역의무가 부과된다.

일부 한국인들의 병역기피 방법을 봉쇄하려고 대다수 한인 2세들을 ‘잠재적 병역기피자’로 만든 홍준표법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악법이다. 뿐만 아니라 2세들은 미국에서도 이중국적으로 인해 사관학교 진학이나 연방공무원 취업, 정계 입문 과정에서 공직 진출의 길이 막히는 등 불이익이 크다.

선천적 복수국적자 여성은 병역의무가 없어 언제든지 국적이탈이 가능하지만, 복수국적 유지가 어려운 직업을 선택할 때 피해를 볼 수 있다. 한인 2세 남성이 만 18세 기준을 놓쳐 국적이탈을 하지 못했을 경우 2022년 9월1일 개정된 국적법에 의거, ‘예외적 국적이탈’이 허용된다.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5개의 조건을 충족시킨 뒤 국적심의위원회를 통과한 후 법무부 장관 허가까지 받아야 비로서 병역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문제는 개정법의 기준이 너무 모호해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피해를 제대로 구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까다로운 국적이탈 과정에 대해서도 한인들의 불만이 높다.

한국에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경우 부모의 혼인신고-자녀의 출생신고-부모의 국적상실 신고가 선행돼야 한다. 이후에나 자녀의 국적이탈을 시작할 수 있다.

얼마 전 서울대 교환학생으로 가려고 했던 18세의 한인 2세 여대생이 신청한 유학비자가 선천적 복수국적자라는 이유로 미국의 한 총영사관에서 거절됐다. 더욱이 이 여학생은 부모의 이혼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국적이탈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혼 외에도 국제결혼, 별거, 사망 등 다양한 사정에 처한 이민 가정의 자녀는 아버지나 어머니의 개인신상 정보를 제공할 수 없어 출생신고가 어렵고, 국적이탈 신청 또한 불가능하다.

이처럼 많은 문제점을 지닌 국적법 개정에 앞장서고 있는 전종준 변호사는 미국 등 외국에서 태어나 17년 이상 외국에 거주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로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과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에 의해 출생신고를 한 사람이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출생시까지 소급하여 자동적으로 국적이 상실되는 ‘국적유보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전 변호사는 “이제부터라도 재외동포청이 앞장서 법무부와 외교부 등 관계부처의 협조를 받아 국적 자동상실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세희 기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아시아계 ‘유튜브’ 가장 많이 본다
아시아계 ‘유튜브’ 가장 많이 본다

소셜미디어 이용 현황설문조사 “93% 이용 경험”페이스북·인스타그램 순 미국 내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들은 소셜미디어 중 ‘유튜브’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WHO “세계 당뇨 환자 8억명… 30여년 전의 4배”
WHO “세계 당뇨 환자 8억명… 30여년 전의 4배”

유병률도 14%까지 치솟아 세계 당뇨병 환자 수가 1990년의 4배로 증가해 8억여명에 이른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14일 밝혔다. WHO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1990년

[황당한 보험사기] “곰의 습격으로 차량 피해 입었다” 알고보니 가짜 곰 의상 ‘조작’
[황당한 보험사기] “곰의 습격으로 차량 피해 입었다” 알고보니 가짜 곰 의상 ‘조작’

보험사기에 사용된 가짜 곰 의상.<가주 보험국>   고급차에 고의로 흠집을 낸 뒤 보험금을 청구한 사기 일당이 적발됐다. 이들은 가짜 곰 의상을 입고 주방기구를 이용해

"40대 이후 매일 160분이상 걸으면 기대수명 5년이상 늘어난다"
"40대 이후 매일 160분이상 걸으면 기대수명 5년이상 늘어난다"

호주 연구팀 "활동량 하위 25%가 하루 1시간 더 걸으면 수명 6시간 증가" <사진=Shutterstock>  40세 이후 신체 활동량을 전체 인구 상위 25% 수준으

[트럼프 2.0 시대] 연방정부 대수술… 친환경 정책도 대거 폐기
[트럼프 2.0 시대] 연방정부 대수술… 친환경 정책도 대거 폐기

■ 취임일 무더기 행정명령 준비군대까지 동원해 강력 국경봉쇄스케줄 F 부활 공무원 해고 유력파리협약 탈퇴·전기차 정책 폐지비상사태 선포후‘수퍼관세’부과   “취임 첫날에는 독재자가

환율,‘강달러’ 지속…원화 등 대비 초강세

‘4분기 환율 1,385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강달러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올해 4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이 1,345원에서 1,385원까지 치솟을 것이란

‘트럼프 랠리’…주식 내다파는 미 기업들
‘트럼프 랠리’…주식 내다파는 미 기업들

‘오를때 차익 남겨 팔자’5일 대선 후 대거 처분  뉴욕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차익을 노린 기업들의 매각도 늘고 있다. [로이터] 지난 5일 대통령 선거 이후 미국 주식 시장이

[화제] 트럼프 승리 예측… 8,500만달러 ‘잭팟’

‘폴리마켓’ 프랑스 투자자 5일 대선 예측 베팅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큰돈을 벌어 유명해진 익명의 도박사가 당초 알려진 돈보다 두배 가까이 많은 8,500만달러를 번 것으로

높이 35미터… 수탉 모양 호텔 화제
높이 35미터… 수탉 모양 호텔 화제

필리핀서 ‘기네스’ 올라 필리핀에 최근 완공된 높이 35m의 거대한 수탉 모양 호텔이 화제가 되고 있다. 14일 기네스 세계기록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필리핀 네그로스 옥시덴탈주의

광복절 발언 논란 뉴욕총영사 “이미 사표 제출”
광복절 발언 논란 뉴욕총영사 “이미 사표 제출”

김의환 총영사 입장발표 올해 8.15 광복절 기념식에서 부적절 발언 논란을 일으켰던 김의환 뉴욕총영사가 결국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총영사는 지난 13일 오후 카카오톡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