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민 텍사스 ‘엑소더스’ 한인 포함 연 11만여 명
5년 전 LA에 이민 온 한인 권모(53)씨는 최근 텍사스로 재이주하기로 결정하고 달라스 인근 지역의 주택을 알아보고 있다. 권씨는 “한국에서 가져 온 정착금은 LA에서 집을 사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얼마 전 달라스를 다녀 왔는데 아직 집값이 저렴한데다 일자리도 많아 주택 구입이 마무리되는대로 이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년 전 달라스로 터전을 옮긴 원모(54)씨는 텍사스 정착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한다. 원씨는 “오렌지카운티에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팔고 달라스 외곽 신흥도시에 집을 샀는데 새로 지은 훨씬 큰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다”면서 “비즈니스 환경도 여유로워 더 일찍 옮기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로 이주하는 주민들이 하루 300명씩, 연간 11만 명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남가주 한인들의 텍사스 행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캘리포니아-텍사스 이주 패턴을 조사한 ‘스토리지 카페’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1년 캘리포니아에서 달라스와 휴스턴, 오스틴 등 텍사스로 빠져나간 주민들은 11만1,000여명에 달했다. 지난 2012년 6만3,000여명에 비해 거의 두 배가 늘었다.
이같은 텍사스 이주 행렬은 1981년에서 1996년 사이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했다. 2021년 텍사스로 이주한 캘리포니아 주민 중 46%가 밀레니얼 세대였다. 권씨와 원씨처럼 40~55세 사이의 X세대도 21%를 차지했다.
한인들을 포함한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텍사스 이주가 급증한 까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값과 낮은 세금, 텍사스에 소재한 테크기업과 에너지 기업에서 제공하는 풍부한 일자리 때문이다. 텍사스주의 평균 주택가는 캘리포니아에 비해 28만2,000달러로 아직 저렴한 편이다.
주정부에 내야 하는 개인 소득세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재택근무가 일반화된 것도 한 몫을 했다. 게다가 2020년 한해 동안 100여개 대기업이 본사를 텍사스로 옮겼는데 그중 40%가 캘리포니아 기업이었다.
이처럼 한인들의 텍사스 이주 행렬이 이어지면서 텍사스 한인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0년 텍사스 한인 인구는 10만9,926명으로 센서스 조사 역사상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어섰고, 2021년에는 11만9,856명으로 캘리포니아와 뉴욕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 한인 인구는 9만7,902명이었는데 2018년부터 2021년 사이에 2만1,954명(22.4%)이 늘어난 것이다.
텍사스에서 한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휴스턴 한인들의 밀집 거주지역인 해리스 카운티다. 해리스 카운티에는 2020년 현재 1만7,000여명의 한인들이 살고 있다. 또 눈에 띄는 지역은 달라스 카운티 북쪽 콜린 카운티다. 플레이노 북쪽과 프리스코, 맥키니, 알렌, 프로스퍼 등 계획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한인들이 몰려 달라스와 덴튼 카운티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2020년 현재 콜린 카운티의 한인 인구는 1년새 26% 증가한 1만1,700명에 달한다.
10년 전 LA에서 휴스턴으로 이주한 강모(58)씨는 “여름철 고온다습한 기후가 흠이긴 하지만 휴스턴과 달라스 같은 대도시마다 한인상권이 잘 형성돼 있어 생활에 불편함이 없고 삼성과 LG 등 한국에서 진출한 대기업들이 많아 일자리도 넉넉한 편”이라고 텍사스 생활을 전했다.
반면 텍사스로 이주했다 다시 캘리포니아로 되돌아오는 한인들도 상당수다. 4년 전 달라스로 이주했다 다시 LA로 복귀한 이모(35)씨는 “여름 날씨가 못견딜 정도로 덥거나 기후가 안 좋고 LA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