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데이비스 입시정책 화제
연방 대법원이 ‘소수인종 우대 대입 정책’(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가운데, 한 명문 의과대학의 독특한 입시 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입학 지원자가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사회경제적 불이익을 점수로 환산해 가점을 주는 것으로, 시행한 지 10여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긍정적 효과는 벌써부터 가시화하고 있다.
북가주 UC 데이비스 의대 얘기다. 뉴욕타임스(NYT)는 대법원 판결 이후 많은 대학교가 UC 데이비스의 ‘파격적 실험’을 새로운 대안으로 보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UC 데이비스 의대의 신입생 선발 과정에는 일반적인 성적이나 면접뿐만 아니라, ‘역경점수(Adversity Scores)’라는 별도의 채점 항목이 있다. 2012년 이 학교가 직접 개발·시행한 사회경제적 불이익 척도(SED) 점수다. 최저 0점부터 최대 99점까지여서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결정적 변수가 되기도 한다. 마크 헨더슨 입학처장은 “얼마나 많은 역경을 딛고 이 자리에 왔는지를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ED는 지원자의 ▲가구 소득 ▲출신 지역 ▲가족 부양 여부 ▲부모의 대학 진학 여부 등으로 평가된다. 가난한 가정, 소외된 지역 출신일수록 유리하다. 대부분의 미국 대학교가 동문 자녀를 우대하는 ‘레거시(legacy)’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반면, 이곳에서 동문 의료인의 자녀는 ‘0점’을 받는다. 오히려 부모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지원자의 점수가 더 높다. 이른바 ‘명문대 엘리트 학과’인데도, 다른 학교들과는 정반대 기준으로 가산점을 부여하는 셈이다.
이같은 입시 제도의 목적은 의사 사회의 ‘다양성 확보’에 있다. 미국의과대학협회의 조사 결과, 의대생의 절반 이상이 소득 상위 20% 가정 출신이고, 하위 20% 가정 출신은 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의 자녀는 또래 학생들보다 의사가 될 확률이 24배나 더 높았다. 게다가 대부분의 의사가 주요 대도시 또는 부유한 엘리트 가정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의 대물림’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헨더슨 처장은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부터 의사와 대중 사이에 엄청난 경제·심리적 격차가 생기는 것”이라고 짚었다.
통계상 인종별 격차도 뚜렷하다. 미국 개업 의사 중 흑인은 약 6%에 불과하다. 미국 인구 중 흑인 비율(13.6%)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히스패닉 의사도 약 7%뿐이다. NYT는 “소수인종 우대 대입 정책이 연방대법원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되면서 그 수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계는 그러나 ‘의료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다양한 배경·출신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제스 에렌펠드 미국의학협회장은 “환자들이 비슷한 배경을 가진 의사들한테 치료를 받았을 때 더 만족도가 높았고, 상태도 호전됐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역경점수’ 제도로 현재 UC 데이비스는 미국 의대 가운데 다양성을 가장 많이 확보한 곳이 됐다. 지난해 신입생 133명 중 흑인과 히스패닉이 각각 14%, 30%로, 전국 의대생의 해당 비율(10%, 12%)을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