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소수인종 우대 폐지 판결 한인사회 영향은
연방 대법원이 29일 대학 입학에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한인들은 이번 결정이 자녀들의 대학 입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 센터가 최근 미국내 한인들을 비롯한 아시아계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인 응답자 중 50%가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 ‘좋은’ 정책이라고 답했지만 대학 입시 문제의 경우 응답자의 72%가 어퍼머티브 액션의 적용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미국 대학들의 입시 방식 변경도 불가피해졌다. 한인사회 입시 전문가들은 그동안 한인 학생들이 우수한 학업 성적에도 불구하고 소수계 인종 우대 정책에 밀려 대학 진학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며 입시에서 다소 유리해지는 측면이 있을 것으로 봤다. 반면 당장에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이번 연방 대법원 결정의 직접 당사자인 하버드 대학은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한 위헌 결정을 따르면서도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계속 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0년 연방 데이터에 따르면 하버드대 학부생의 36%가 백인, 21%가 아시아계, 12%는 히스패닉, 11%가 흑인, 나머지 11%는 유학생이었다.
지난 1996년 어퍼머티브 액션에 따른 학생선발이 공식적으로 폐지된 캘리포니아에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주립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주 전역의 각 고등학교에서 상위 9% 안에 들면 입학을 허가해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최고 명문 주립대인 UCLA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학부 재학생 중 아시아계가 2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백인 26%, 히스패닉 22%, 유학생 등 비거주자 9%, 흑인 3% 순이다.
LA한인타운의 대입 컨설팅 기관인 ‘A1 칼리지 프렙’의 새라 박 대표는 “그동안 한인 학부모들 사이에서 자녀들이 실력에 비해 공정한 입학 기회를 받지 못했다는 여론이 높았다”면서 “1~2년 사이에 크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점차 한인 학생들에게 유독 높았던 명문대 입학 문턱이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대표는 “특히 사립대는 주립대에 비해 입학사정에 관한 자율성이 높아 대법원의 위헌 결정에 맞춰 신속하게 사정 기준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인이 운영하는 사립학교인 NCA의 제이슨 송 교장은 “거의 모든 대학에서 신입생 정원의 30~40%를 인종 등 다양성 요소를 고려해 선발하고 있다”면서 “입학사정시 다양성보다 실력이 고려된다면 한인 학생들에게 좋은 소식이 될 것”이라고 대법원 결정을 환영했다.
한인 학생들을 포함한 아시아계 학생들의 대학입학이 유리해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하버드대 아시안-아메리칸 연합은 성명을 내고 “앞으로 흑인, 라티노, 미국 원주민, 태평양계 출신 학생의 거의 절반이 줄어들겠지만, 그 대부분의 자리는 아시아계가 아닌 백인이 대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대법원 판결 이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립대학에서 동문 자녀를 우대하는 ‘레거시’(legacy) 제도가 가장 큰 문제라며 오히려 이 제도가 특혜를 대물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대학 입시 차원을 넘어서 어퍼머티브 액션 속에 녹아있는 고용문제 등 정치적·사회적 의미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초등학교 교사인 캐롤라인 오씨는 “어퍼머티브 액션의 근본 취지는 교육 이전에 일자리를 비롯한 기회의 평등에 관한 것이었다”면서 “대법원 결정이 소수계의 사회 참여기회를 제한하고 고용 시장에서 인종 고려를 제한하는 등 광범위한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연방 교육부는 오는 7월 전국 교육자를 상대로 대학 교육에서 다양성과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는 행사를 개최한 뒤 입시 시즌 이전인 9월에 합법적인 대입정책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