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 임신중독증 사망
그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여성이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400m 계주 금메달, 100m 은메달, 200m 동메달 등 3개의 메달을 땄다. 2017년 런던 세계육상선수권에선 여자 100m 우승을 차지하며 미국은 물론 세계적인 여성 스프린터로 각광받았다. 2022년 육상계를 은퇴했던 그가 지난달 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州) 올랜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임신 8개월째였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미국 육상 선수 토리 보위 이야기다.
서른셋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보위 사례가 산모들의 건강에서 인종 간 격차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17일 미국 NPR, NBC방송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오렌지카운티 검시관은 최근 공개된 부검 보고서에서 토리가 목숨을 잃기 전 진통(분만)을 겪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호흡곤란과 자간증(eclampsia) 합병증이 사인 가능성으로 기재됐다. 자간증은 임신 중 또는 임신 후에 발생하는 고혈압 관련 질환으로, 임신중독증으로 알려진 자간전증(preeclampsia)과 유사하다.
미국 여성 육상선수 중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앨리슨 펠릭스는 자신도 자간전증으로 인해 2018년 딸을 제왕절개로 조기에 출산했다며 흑인 산모 사망률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테니스의 전설 세레나 윌리엄스, 가수 비욘세 역시 임신중독증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흑인의 임신ㆍ출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균형 문제를 추적하는 아피야센터의 디앤드라 윌리스는 “흑인 여성의 산모 사망률은 건강이나 경제적 지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가장 부유하든, 가장 가난하든 흑인 여성은 출산 중 사망할 확률이 가난한 백인 여성보다도 3~5배 더 높다”라고 NBC에 밝혔다.
실제로 지난 3월 공개된 미국 국립보건원(NIH)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미국 흑인 산모 사망률은 출생아 10만 명당 69.9명이었다. 이는 백인 산모 사망률보다 2.6배나 높았다. 미국 전체 산모의 사망률은 10만 명당 32.9명으로, 2020년 기준 10만 명당 2~3명의 사망률을 기록한 호주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일본 스페인 같은 나라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루이지애나주의 산부인과 전문의 베로니카 길리스피-벨 박사는 NPR에 “생물학적 요인이 아닌 사회적 요인이 산모 사망률의 인종 격차를 부추긴다”라고 지적했다. 임신 합병증 치료를 지연시킬 수 있는 임신중지(낙태) 제한, 병원의 인력 문제, 시골 산부인과 병동 폐쇄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NBC는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이런 건강 격차를 인종차별과 연결시켜 왔다”며 “흑인 여성은 양질의 산전 진료를 거의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흑인 임신ㆍ출산 관련 단체들은 15일 흑인 산모의 건강 결과 개선을 위해 24개 이상의 정책 권장 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구조적인 인종차별과 성 억압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워싱턴=정상원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