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분당 60~100회 뛰는데 박동이 갑자기 빨라지거나(빈맥), 늦어지거나(서맥), 불규칙해지는 것은 부정맥(不整脈·arrhythmia)이라고 한다. 부정맥은 돌연사(90%)의 주범이자 뇌졸중(30%)도 유발한다. 부정맥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심방세동(心房細動ㆍatrial fibrillation)이다. 무질서하게 아주 빠르게 뛰는 심방세동이 생길 때 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뇌졸중이나 심부전으로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돌연사의 주범’으로 불리는 심방세동은 전 인구의 2% 정도(100만명)에서 나타나지만 병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치료율은 매우 낮다.
심방세동은 심장 노화가 주원인으로 나이가 많고 당뇨병ㆍ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을 때 주로 발병한다. 심방세동은 두근거림ㆍ호흡곤란 등 심장 관련 증상을 느낄 때가 있고, 증상을 전혀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뇌졸중 등 합병증이 발생해 발견되기도 한다.
최형오 순천향대 부천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방세동이 무서운 이유는 뇌졸중의 주원인이기 때문”이라며 “심방세동 환자는 일반인보다 팔다리 마비, 인지 기능 저하 등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는 뇌졸중 발생 위험이 5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정상적으로 수축하지 않고 매우 빠르고 미세하게 떨리면서 좌심방 내 혈액 흐름이 느려지고 피가 굳어 혈전이 생길 수 있다. 혈전이 갑자기 떨어져 나가 뇌혈관 등 다른 장기 혈관으로 이동해 혈관을 막으면 뇌졸중ㆍ색전증 등이 발생한다.
심방세동 초기에는 발작성으로 증상이 짧은 시간 동안 나타났다가, 저절로 사라지기도 한다. 이때 가슴 두근거림, 숨이 차는 느낌, 가슴이 압박되는 증상 등을 느낄 수 있다. 심부전이 동반되면 누웠을 때 숨이 더 차거나 다리가 붓는 ‘하지 부종’ 증상이 나타난다.
심방세동이 진행하면 지속성 형태로 바뀌고 계속해서 심방세동 상태가 되지만 오히려 증상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 경우 뚜렷한 증상 없이 우연히 건강검진 등으로 발견될 때가 많고, 이유 없는 무기력감이나 만성 피로 등을 겪기도 한다.
심방세동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특히 노화와 관계가 깊으며, 고혈압, 관상동맥 질환, 심장판막 질환, 심부전 및 심근병증 등 심장 질환이나 갑상선 질환, 비만, 당뇨병, 만성 폐 질환, 수면 무호흡 등 심장 외 질환에서도 잘 동반된다. 기타 생활 습관 요인으로 음주ㆍ흡연 등을 들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