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반출’ 형사 기소 37개 혐의 전면 부인
불법적인 기밀 반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 연방법원에 출석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방 관련 기밀 정보를 의도적으로 보유한 혐의와 사법방해 등 모두 37건의 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 9일 기소됐었다.
전·현직 미국 대통령이 연방 범죄로, 연방 검찰에 의해 형사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과거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입막음 돈을 지급한 뒤 그 비용에 관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지난 3월 형사기소된 바 있지만, 당시는 연방이 아닌 뉴욕 지방검찰이 기소한 것이었다.
■첫 연방 기소 전직 대통령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이하 현지시간)께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서 열린 인정신문(기소인부) 절차에서 변호인을 통해 자신에 대한 혐의를 전면으로 부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변호하는 토드 블란치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확실히 무죄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내에서 검찰 수사관에게 체포된 뒤 지문을 날인했으며, ‘머그샷’은 찍지 않았다고 CNN 방송은 보도했다. 이어 그는 오후 2시48분께 인정신문을 위해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트럼프는 법원에서 팔짱을 끼고 얼굴을 찌푸린 채 몸을 구부리고 앉아 있었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인정신문 절차는 45분가량 진행됐고, 이 절차를 진행한 조너선 굿맨 판사는 그가 도주 위험이 없다고 판단해 석방했다.
다만 굿맨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함께 기소된 월트 나우타 보좌관과의 소통을 금지하고, 검찰 측에는 트럼프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접촉해선 안 되는 증인 목록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고 CNN은 전했다.
■ “마녀사냥” 주장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35분께 자신이 소유한 마이애미의 트럼프 내셔널 도럴 골프클럽에서 법원을 향해 출발했다. 검은색 양복에 빨간색 넥타이를 메고 나온 그는 건물 밖에 나와 차에 타기 전에 자신을 촬영하는 방송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법원으로 이동하면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오늘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슬픈 날 중 하나” “법원으로 가는 중. 마녀사냥!!!”이라는 글을 올렸다.
법원에서 나온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이애미의 유명 쿠바 레스토랑을 ‘깜짝’ 방문했으며, 식당 안에서 수십 명의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사진도 찍었다.
■ “죄없다” vs “가둬라” 찬반시위
이날 마이애미 법원 앞은 트럼프 지지자들 수백명과 반대 진영 시위자들이 운집해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은 법원 주변 곳곳에서 이번 기소를 놓고 시비를 가리며 서로 말싸움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이 법원 주위를 빽빽하게 둘러싸고 삼엄한 경비를 펼치면서 별다른 물리적 충돌이나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트럼프는 죄가 없다”, “트럼프가 이겼다”, “트럼프를 지지한다” 등의 구호가 적힌 깃발과 피켓을 흔들고, “U.S.A”를 반복해서 외치며 시위했다.
반면 그를 반대하는 이들은 그가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퍼부었던 ‘그녀를 감옥에 가둬라’(Lock her up)는 말에 빗대 “그를 감옥에 가둬라”(Lock him up)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맞불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법원 앞에 나타나자 죄수복 무늬의 옷을 입은 한 남성이 “트럼프를 감옥에 가둬라”라는 팻말을 들고 도로 가운데로 뛰어나왔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고 끌려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