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S,“오발송 사과” 밝혀
레돈도 비치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이모씨는 지난 3일 받은 연방국세청(IRS)의 통지서 내용을 읽고 깜짝 놀랐다. 통지서에는 굵은 글씨로 ‘2023년 6월26일까지 납부 세액: 3,512달러’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세금보고와 세금납부가 모두 오는 10월로 연기된 상황에서 세금 납부 독촉장을 받게 된 이씨는 황당했다. 세금보고 후 납부 세금을 제때 하지 못했다면 냈어야 할 벌금과 이자를 포함한 액수였다. 이씨는 “IRS가 올해 세금보고 마감일을 10월16일로 연기를 해준 마당에 납부 세금 독촉장을 보낸 것은 아무리 이해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며 “독촉 통지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하며 답답해 했다.
올해 초 겨울 폭풍으로 피해를 입은 캘리포니아 거주 납세자들의 2022년도 소득분에 대한 세금보고와 세금납부 마감일이 오는 10월16일 연기된 가운데 세금보고 연기 혜택을 보고 있는 가주 납세자 수백만명에게 잘못된 세금 납부 독촉장(CP14)이 발송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후화된 세금 관련 처리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추정되는 이번 오발송 사태에 대해 연방국세청(IRS)이 공식적인 사과를 하고 나섰지만 이미 독촉장을 받아 든 가주 납세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사후 대처를 놓고 혼선을 빚고 있다.
월스트릿저널(WSJ)은 IRS가 오는 10월16일 올해 세금보고 마감일이 연기된 가주 납세자 500만명에게 세금 납부를 독촉하는 CP14통지서를 오발송해 큰 혼선을 빚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IRS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겨울 폭풍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 내 납세자들에게 올해 세금보고 마감일을 연기하는 지원책을 적용해 실시하고 있다. LA를 비롯해 대부분의 가주 납세자들이 올해 세금보고 연기 혜택 대상자에 포함된 상태다.
WSJ에 따르면 최근 들어 IRS는 대부분 가주 납세자들인 500만명에게 세금 납부 독촉장을 발송하기 시작했는데 가주 일부 지역 납세자들의 경우 독촉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IRS는 이번 오발송 사태와 관련해 7일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다. IRS는 “이번 오발송 사태가 발생해 가주 납세자들과 공인회계사 및 세무사들에게 혼란을 끼친 것에 사과와 함께 유감스럽다”며 “독촉장을 받은 가주 납세자들은 IRS나 CPA들에게 문의 전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IRS는 가주 납세자들의 세금보고 마감일은 오는 10월16일로 연장된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WSJ은 이번 오발송 사태는 낙후된 IRS의 세금 관련 처리 과정에서 빚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세금보고 서류 적체 현상이 여전한 데다 재난지역도 광범위하다 보니 세금보고 마감 연장 기일에 대한 업데이트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달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협상 과정에서 IRS의 인적 물적 개선 작업을 위해 책정됐던 80억달러 규모의 예산이 21억4,000달러나 삭감된 직후 오발송 사태가 벌어져 앞으로 우려스럽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번 오발송 사태는 IRS의 사과로 진정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오발송 독촉장을 받아 든 가주 납세자들은 명확한 지침이 없다 보니 사후 대처 방안을 놓고 혼선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세금보고 마감일은 연기 조치된 만큼 IRS의 가이드라인을 기다려 보자는 게 CPA와 세무사 대부분의 의견이다. 일부 CPA들은 독촉장 상단에 붉은 글씨로 ‘tax relief’라 적고 세금보고 연기를 공표한 IRS의 보도자료 일련번호를 명기해 반송 봉투에 넣어 보내는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
문제는 오발송의 원인을 찾아 바로 잡지 않을 경우 정해진 기한 내 세금을 내지 못하면 자동적으로 채권추심으로 넘어가는 게 IRS의 자동 처리 방식이어서 후폭풍이 거세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