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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짠물’ 소비 대세…“마켓 순례 3만리”

미국뉴스 | 사회 | 2023-06-12 10:35:32

고물가에 짠물 소비 대세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불필요한 구입 줄이고 특정 브랜드 고집 안해

 

한인 주부 조모씨는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마켓 순례를 하는 게 일상이 됐다. 조씨는 “토요일이면 최소한 3~4곳의 마켓을 방문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했다. 조씨가 여러 마켓을 방문하는 소위 ‘마켓 노마드’(유목민)가 된 것은 좀 더 가격이 싼 물건을 사기 위해서다. 조씨는 “계란과 우유 그리고 냉동식품들은 트레이더 조에서 구입하고, 공산품은 랄프스에서, 한국 식재료와 고기는 한인 마켓에서 각각 구입하고 있다”며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거나 할인 제품을 찾다 보니 여러 마켓을 다니는 발품을 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인 직장인인 송모씨는 최근 식단을 바꾼 경우다. 예전엔 아침 식사로 신선 과일을 먹었지만 과일 가격이 너무 비싸다 보니 식빵과 계란으로 대체했다. 고기를 먹는 날에는 밥을 함께 먹으면서 고기의 양을 줄이는 식단도 시작했다. 송씨는 “빠듯한 수입으로 가파르게 오른 물가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아 싼 가격의 대체재로 대신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가격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물건을 구입했지만 요즘엔 가격을 비교하거나 할인 여부를 확인하고 구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흐름이 이어지면서 식료품을 비롯한 생활 물가가 급등하자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더 싼 물건을 구매하는 소위 ‘자린고비형’ 소비 트렌드가 한인을 비롯한 LA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5일 LA 타임스(LAT)는 LA 소비자들이 싼 값의 물건을 찾아 여러 마켓을 방문하거나 싼 가격의 물건으로 대체 구입을 하는 등 물가 급등에 대한 경제적인 ‘알뜰 소비’가 주목 받으면서 소비 패턴의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공행진 중인 인플레이션으로 ‘월급 빼고 다 오를’ 정도의 고물가에 식료품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4.9% 상승했다.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5% 미만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발표된 시장조사업체 뉴머레이터의 월간 소비자 심리 연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의 78%가 향후 몇 개월 간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가 상승 우려는 한인을 비롯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로 이어졌다. 소비자 조사업체인 닐슨아이큐(NIQ)가 올해 1분기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 중 35%는 그로서리 마켓에서 꼭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10월에 비해 3%포인트가 상승한 수치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건으로 대체 구입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도 전체에서 31%를 차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의 장보기 패턴도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할인 품목을 찾아 그로서리 마켓 2~3곳을 들리는 일은 기본이 되고 있다. 한인 소비자들의 경우 한인 식재료 구입을 위해 ‘한인 마켓 순례’가 더해져 최소한 4곳을 도는 일도 다반사다.

비싼 가격의 제품 대신 가격이 훨씬 낮은 노브랜드 대체 제품을 구입하는데도 망설이지 않는다. 한인 조모씨는 “한인 빵집의 케익이 40달러를 훌쩍 넘어서면서 수퍼마켓이나 미국 빵집에서 생일 케익을 구매하고 있다”며 “이전에는 가능하면 한인 업소들을 애용했으나 이제는 가격이 가장 중요한 선택의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할인 품목을 찾는 소비 패턴은 할인 판매 업계에겐 매출 상승이라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LAT는 전했다. 월마트의 경우 지난 1분기 매출이 1,523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올렸다.

일부 소비자들은 식자재를 구입해 집에서 요리해서 먹는 소위 ‘집밥’ 대신 투고 음식을 선호하는 소비 패턴도 감지되고 있다. 투고 음식으로 2끼를 해결하는 전략이다. 연방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 4월 식당 등 외식 지출은 전년에 비해 9.4%나 늘었고 3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40%나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시대가 ‘짠맛’ 소비 패턴의 동인으로 작용하면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 문화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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