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 앨라배마주 제동
’흑인 유권자의 투표권 침해‘ 논란을 불렀던 앨라배마주의 선거구 획정은 위법하다는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인종차별적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획정하는 행위)에 제동을 건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2024년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중요한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8일 대법원은 이날 앨라배마주 선거구 획정안이 인종차별을 금하는 투표권법 제2조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하급심 판결을 대법관 5대 4 의견으로 유지했다. 앨라배마주를 상대로 소송을 낸 흑인 유권자이자 비영리단체 ‘앨라배마 포워드’를 이끄는 에반 밀리건 사무총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판결의 골자는 앨라배마주의 흑인 인구 비율이 4분의 1 이상(27%)인데도, 이들의 표심은 투표 결과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도록 게리맨더링 됐다는 것이다. 선거에 유리하도록 ‘흑인 동네’와 ‘백인 동네’를 구획하는 건 미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로 꼽힌다.
공화당이 장악한 앨라배마 주의회는 2021년 총 7개인 선거구 중 한 곳에 흑인들을 몰아넣었다. 기형적 선거구 획정의 결과,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나머지 6곳 선거구를 휩쓸었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흑인 유권자의 선거권이 의도적으로 배제된 셈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했던 가운데, 이런 시도는 공화당 우세 지역을 중심으로 잇따랐다.
시민·이민 사회는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민주주의와 유색인종의 승리”라는 환호가 쏟아졌다. 아시안 민권단체들도 이번 판결로 미 전국에서 아시안 등 소수계의 선거 선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장 앨라배마주는 내년 대선에 앞서 새로운 선거구 지도를 그려야만 하게 됐다. 선거구 조정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루이지애나·조지아·텍사스·노스캐롤라이나주 등 남부의 다른 주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텍사스주에서도 흑인 다수 선거구가 3곳 더 추가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흑인 다수 선거구가 늘어나면 민주당의 의회 장악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