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지연·취소 각오해야…조종사·승무원 확보 비상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비상사태가 3년여 만에 공식적으로 해제되면서 올 여름 미 국내는 물론 해외 항공 이동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팬데믹 기간에 운항은 물론 관제사 인력까지 절반으로 축소된 상황이어서 대규모 항공 지연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릿저널(WSJ)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연방항공국(FAA)은 뉴욕 지역의 하늘을 관리하는 주요 항공 교통 관제 시설의 필수 관제사 인력이 약 54%만 확보된 상태라고 경고했다. 항공기 지연이 예상되자 뉴욕과 워싱턴 DC를 운항하는 주요 공항의 운항 횟수를 줄일 수 있도록 규정도 완화했다. LA와 시카고, 애틀랜타 등 주요 노선 도시에서도 관제사 인력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전통적으로 여름 여행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지난 메모리얼 데이 연휴에는 기록적인 4,200만명 미국인이 여행에 나서는 등 올 여름 여행 시즌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여름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면서 돌아온 여행 수요를 잡기 위해 무리하게 운항을 늘렸다 취소하며 대혼란을 겪은 바 있다. 연방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8월까지 미국 항공편의 약 2.5%가 취소됐고, 항공사와 FAA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공방이 벌어졌다.
이에 항공사와 당국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매주 임원 회의를 열어 정보를 공유하고 여름철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역할극으로 연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올 여름 항공편을 약 7% 늘리기 위해 직원 수를 15% 보강했다.
델타항공은 올해 더 많은 예비 조종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유지 보수 직원도 늘려 기계적 문제에 신속하게 대비하도록 했다. 델타는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항공사로 통했지만 지난해 여름에는 수 천 편의 항공편을 취소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반면 유나이티드항공은 노선 감편을 선택했다. 올해 뉴어크발 하루 항공편수를 30편 줄이는 대신 더 큰 비행기로 배정하기로 했다. 감당할 수 없는 노선을 과감히 포기하고 제대로 서비스할 수 있는 노선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FAA는 동부 해안을 따라 새로운 고도가 높은 노선을 개설해 이 지역에서 더 빠른 비행을 가능하게 하고 지연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에 많았던 항공사들의 할인 요금 제공도 올 여름에는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고객들의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가격 할인을 하지 않아도 항공사들마다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럽 허브 공항에서는 지난 여름 승객이 밀려 들면서 수하물 분실 사태가 벌어졌었다. 이에 올해는 출발 승객수에 제한을 두거나 항공사에 항공권 판매를 줄일 것을 요청했다. 아디나 발리안 유럽 교통 집행위원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EU 회원국과의 여름 항공 수요에 대비한 준비와 조율이 몇 달 전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 세계 정부와 항공업계의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단행된 감원 등에 따른 혼잡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항공사들은 2019년~2020년 여행 수요가 급감하자 수천 명의 조종사와 승무원, 기타 직원들에게 희망 퇴직을 장려했다.
조안나 게라티 젯블루 CEO는 지난달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감편에도 불구하고 올여름 운항 환경이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