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가볍지 않은 언어장애… 부모의 귀에서부터 시작한다?

미국뉴스 | 라이프·푸드 | 2024-11-15 17:57:11

언어장애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그때만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유치원생 5세 아이를 둔 박모(40)씨는 지난해 가을, 아이를 나무랐던 일을“지금도 후회한다”고 했다. 아직도 기억이 선명한 그날은 아이가 하원 후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던 때였다. 말을 더듬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갑자기 받은 박씨는 아이에게“다시 말해 보라”고 여러 번 말했다. 며칠이 지났지만 말더듬은 사라지지 않았다.“어. 어. 어. 엄마…” 하는 아이의 말에 박씨는 화까지 냈다. 상황은 더욱 악화해 말을 할 때 얼굴을 찡그리는 등의 부수행동까지 나왔다. 그는“아이에게 제대로 말해보라고 재촉하고 부담 준 게 증상을 악화시킨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개그 프로그램의 유희거리로 종종 등장하는 말더듬은 결코 가볍게 볼 언어장애가 아니다. 말더듬이 몰고 올 후폭풍으로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주변으로부터 반복적인 지적을 당하면서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말하기를 꺼리게 돼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신감이 떨어져 원만한 사회생활과도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유승돈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말더듬은 부모의 귀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발달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겪는 말더듬이라도 부모의 부정적인 반응을 마주하게 되면 말더듬으로 진행될 수 있어요. 말더듬에 대해 야단을 받은 아동은 이후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다시 말을 더듬게 되고 의사소통 스트레스가 높아질수록 말더듬 빈도도 높아지게 됩니다.”

말더듬은 유전·환경·심리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더듬이 발생하는 시기는 여러 개의 낱말을 섞어 문장으로 말하기 시작하는 2, 3세 때부터 주로 나타난다. 3세 이전에는 유전적인 영향을 많이 받지만 3세를 전후해선 언어 습득 과정에서 비유창성의 일환으로 말을 더듬을 수 있다. 

6세 이후엔 유창하지 않은 말에 대한 주위의 시선 등 환경적 요인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유 교수는 “4세에 말더듬이 나타나는 빈도가 높은 만큼 말더듬 증상이 계속될 경우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말더듬 증상은 여럿이다. “오. 오. 오. 오. 오늘 유치원에 갔다”와 같이 첫음절을 연달아 말하는 반복 현상이 있다. “오~~~~~~~늘 유치원에 갔다”처럼 첫 음절을 길게 늘여 말한다면 연장 현상에 해당한다. 말을 할 때 말소리가 나오지 않아 말을 이어갈 수 없는 막힘 현상도 있다.

말더듬이 계속되면 탈출·회피 행동도 나오게 된다. 말더듬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특정 행동으로 나오는 것으로, 말할 때 얼굴을 찡그리거나(탈출행동), 말을 더듬을 가능성 있는 단어가 있으면 다른 단어로 바꿔 쓰는 식(회피행동)이다. 놀이터를 아이들이 노는 곳으로 돌려 말하는 행동 등이 회피행동에 해당한다.

인구의 약 5%가 일시적인 비유창성 또는 말더듬증을 경험한다고 알려졌다. 말더듬을 겪은 후 3~5년 안에 65~80%는 자연적으로 회복되기도 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유 교수는 “언어 발달이 큰 폭으로 이뤄지는 3세부터 발음이 완성되는 6세까지 집중 치료하는 게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조기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사춘기 이후가 되면 자연치유가 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특히 남아에게서 나타나는 말더듬이 여아보다 많은 만큼 남아의 부모라면 보다 더 세심한 관찰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10~2018년 0~19세 말더듬 환자 총 4,534명 중 남자 소아청소년 환자가 전체의 79.1%(3,586명)를 차지했다. 

0~9세 소아기로 좁히면 남아 환자(2,684명)가 여아 환자(897명)보다 약 3배 많았다. 여아가 언어 발달과 관련된 측두엽이 활발하게 발달하는 반면 남아는 공간지각, 운동감각 등과 관련한 두정엽이 먼저 발달하면서 이러한 격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학계에선 보고 있다.

말더듬 치료는 우선 가정에서 간접 치료를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아이와 대화할 때 말의 속도를 늦추고, 부모가 짧고 단순한 문장을 쓰며 아이가 대답하거나 말하기 수월하도록 도움을 주는 식이다. “오늘 유치원 활동은 재미있었어?”라는 ‘개방형 질문’ 대신, “오늘 유치원에서 한 놀이 중 재밌는 놀이가 뭐였어?”라는 식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질문하면 아이가 보다 수월하게 답을 할 수 있다.

간접치료로 효과가 없다면 직접적인 언어치료를 받아야 한다. 느리게 말하기, 초성을 부드럽게 말하기 등의 훈련을 통해 아동의 언어 유창성을 증진시키는 방식이다. 유 교수는 “말더듬을 갖고 있는 경우 비정상적인 호흡 패턴이 나타나게 된다”며 “말을 더듬을 때 호흡이 빨라지고 막히면서 불규칙한 호흡으로 인해 말더듬 현상이 심해질 수 있는 만큼 발성·호흡 훈련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가족들의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본인의 말더듬에 신경 쓰지 않도록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아동이 스스로 말을 계획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충분히 줘야 합니다. 말이 막힌다고 부모가 말을 대신 해주면 안 돼요.” 부모가 단어의 모음을 약간 연장해 말하거나, 아이랑 대화할 때 잠시 멈췄다가 말을 이어가는 등 어절 간에 여유를 두고 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변태섭 기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우체국입니다…” USPS 사칭 ‘스미싱’ 사기 기승
“우체국입니다…” USPS 사칭 ‘스미싱’ 사기 기승

“우편물 배달에 문제”무차별적 문자 메시지피해자 클릭하게 현혹개인 금융정보 등 노려 한인이 받은 USPS 사칭 사기 문자. 발신 번호에 필리핀 국가번호(69)가 찍혀 있다. [독자

에너지 절약 효자 단열재… 아무것이나 쓰면 안돼
에너지 절약 효자 단열재… 아무것이나 쓰면 안돼

주택 단열만 잘해도 에너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추운 겨울철 외투와 같은 역할을 하는 단열재는 외부의 찬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더운 여름철에는 실내 냉방

‘옐프’리뷰 읽으면 내년 홈 디자인 트렌드 보인다
‘옐프’리뷰 읽으면 내년 홈 디자인 트렌드 보인다

맛집을 찾기 위해‘옐프’(YELP)를 검색하는 사용자가 많다. 옐프는 사용자 리뷰와 평가를 기반으로, 지역 비즈니스 및 서비스를 검색하고 평가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사용자

감각 기능을 유지해야 젊음도 지킬 수 있다
감각 기능을 유지해야 젊음도 지킬 수 있다

청력 저하, 치매 위험 두 배 높이는 위험인자서서히 진행되는 시력 저하, 주기적 검진 필요 나이가 들수록 몸의 전반적인 기능이 떨어지고 시력과 청력, 후각 역시 노화로 인한 변화를

대학 신입생 등록 큰폭 감소… 등록률 낮은 대학 공략 기회
대학 신입생 등록 큰폭 감소… 등록률 낮은 대학 공략 기회

FAFSA 지연이 직접적 원인일자리 늘어 취업 선택 증가어퍼머티브 액션 취소 영향지원 대학 검색 폭 확대 전략 2024학년도 가을 학기 대학 신입생 등록률이 예년에 비해 많이 감소

AI로 심방세동 위험 예측한다
AI로 심방세동 위험 예측한다

심전도 나이, 실제보다 높을수록 발병↑“다른 심장질환 예측에도 활용 기대” 부정맥은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빈맥성 부정맥과 비정상적으로 느린 서맥,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간헐적 단식보다 낫다?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겼더니…
간헐적 단식보다 낫다?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겼더니…

40~60대 4500여 명 10.6년간 추적조사하루 식사횟수·인슐린 저항성 연관성 분석 공복시간을 최대한 길게 갖는 간헐적 단식이 유행하는 가운데 규칙적으로 하루 세끼를 챙겨먹는

2030 남성 노리는‘강직성 척추염’… 이것만 잘 지켜도 예방
2030 남성 노리는‘강직성 척추염’… 이것만 잘 지켜도 예방

■ 홍석찬 서울아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아침 기상 후 뻣뻣한 느낌… 3개월에 걸쳐 통증 나타나조기 진단해 적절한 치료 받아야 척추 진행 막을 수 있어 <사진=Shutterst

원조 베낀 ‘오레오’… 세계서 가장 잘나가는 과자 된 비결
원조 베낀 ‘오레오’… 세계서 가장 잘나가는 과자 된 비결

오레오와 하이드록스의 엇갈린 운명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과자는 무엇일까. 독일의 시장조사기관인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오레오'다. 2014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신종 ‘딥페이크’ 스캠 사기 기승
신종 ‘딥페이크’ 스캠 사기 기승

AI로 지인 목소리·영상감쪽같아 더 속기 쉬워기관 사칭 등 범죄 심화내년 더욱 급증할 전망 노인과 이민자 등을 대상으로 한 사칭 사기와 보이스피싱 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