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한국일보 애틀랜타
베테랑스 에듀

‘빙하기’주택시장… 비정상이 뉴 노멀 되나

미국뉴스 | 부동산 | 2023-06-02 18:25:32

빙하기 주택시장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지난해 상반기 이전에 내 집을 장만했다면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행운을 잡은 셈이다. 아직 내 집을 보유하지 못했거나 내 집 마련을 계획 중이라면 당분간‘지옥’과 같은 주택 시장 상황을 각오해야겠다. 사상 초유의 팬데믹이 주택 시장 모습을 완전히 바꿔 놓았고 이전에 비정상으로 여겨졌던 상황이 이제‘뉴 노멀’로 당연시되고 있다. 

경제 전문지‘인사이더’는 주택 시장에‘빙하기’가 찾아왔다고 선언했다. 팬데믹 이전의 매물 부족 현상이 팬데믹을 거치는 동안 여러 요인에 의해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 이를 표현한 것이다. 주택 시장에 찾아온 빙하기로 바이어, 셀러, 에이전트, 세입자 모두 현재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팬데믹 기점으로 주택시장에 두 번의 전환점

시장 여건 점점 악화… 사기도 팔기도 힘들어 

 

◇ 2020년 7월 이전

주택 시장 타이밍을 정확히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도 각종 통계자료와 여러 뉴스를 분석해 나름대로 타이밍을 저울질 하지만 집값 등락 시기를 정확히 예측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야 정확한 타이밍이 언제였는지 알 수 있는데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2020년 7월을 그 시기로 꼽는다. 

2020년 7월은 경제 활동 봉쇄령이 풀림과 동시에 내 집 마련에 굶주린 수요가 폭증한 시기다. 생애첫주택구입 세대인 밀레니엄 세대가 주택 수요를 주도한 가운데 ‘재택근무^원격 수업’이 만들어 낸 신규 수요까지 주택 시장에 물밀듯 쏟아져 나왔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2020년 7월을 기준으로 주택 시장은 ‘소유한 자와 소유하지 못한 자’로 나뉜다고 정의 내렸다. 2020년 7월 이전 주택을 구입한 사람은 과열 경쟁을 피할 수 있었고 곧이어 기대하지 않았던 주택 가격 폭등으로 자산 가치가 불어나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이 절호의 타이밍을 놓친 이후 바이어들은 전쟁같이 치열한 경쟁에 승리해야만 내 집 마련이 가능했다. 

◇ 2020년 7월, ‘첫 번째 전환점’

주택 수요가 갑자기 폭증했지만 주택 시장은 여전히 심각한 매물 품귀 현상을 겪은 시기다. 매물 부족 현상은 팬데믹으로 인해 발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10년 전부터 이어져 온 현상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주택 시장이 붕괴하 면서 주택 건설 현장에서는 하루아침에 공사 음이 사라졌다. 

주택 시장 붕괴 원인이 주택 과잉 공급으로 지적되자 주택 건설 업체들이 신규 주택 공급 규모를 앞다퉈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주택 수요가 서서히 살아나 공급을 늘릴 법도 하지만 주택 건설 업체들은 언제 닥칠 지 모를 침체에 대비해 공급량을 조절하며 지금까지 주택 재고 부족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주택 시장 분석 업체 알토스 리서치의 마이크 시몬슨 대표는 “팬데믹 이전에도 주택 재고는 사상 최저 수준이었는데 팬데믹을 거치며 더욱 악화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팬데믹 이후 매물 부족 현상을 부추긴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모기지 이자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에 ‘지금 아니면 집 못 산다’라는 공포감이 주택 수요를 크게 자극했다. 주택 대기 명령과 함께 ‘재택근무^원격수업’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큰 집’에 대한 수요까지 가세했고 시장에 나온 집은 바이어간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 끝에 불티나게 팔려 나가는 일이 빈번했다.    

팬데믹이 주택 시장을 확 바꿔 놓은 2020년 7월은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 2011년 집계를 시작이래 집이 가장 팔린 시기로 기록됐다. NAR은 주택 시장이 V자형 회복이 시작됐다고 공식 선언했고 이 같은 발표에 자극받은 첫주택구입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주택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첫주택구입자 비율은 전체 구입자 중 34%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고 2020년 3분기 주택 중간 가격은 33만 7,500달러로 전 분기 대비 5%나 폭등했다. 

당시 주택 가격 상승세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모기지 이자율이 사상 처음으로 3%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주택 수요를 더욱 부추겼고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2년 넘게 장기간 주택 가격 폭등세로 이어졌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크리스천 디리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 7월은 저이자율과 재택근무로 수요가 폭증하면서 주택 시장이 전환점을 맞은 시기”라고 분석했다.   

◇ 2022년 2분기, ‘두 번째 전환점’

주택 시장은 지난해 2분기에 또 한 차례 전환점을 맞이했다. 인플레이션 해소를 위해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이에 모기지 이자율도 덩달아 뛰기 시작한 시기다. 작년 4월 모기지 이자율은 바이어가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겼던 5%를 처음 넘었고 주택 수요도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올해 주택 시장은 이미 봄철 성수기를 지나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주택 매물이 쏟아져 나오기 마련인데 올해는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과거의 경우 봄철 성수기 주택 매물량은 평균 100만 채(단독주택 기준)에 달한다. 현재 주택 시장에 나온 매물은 40만 채로 과거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모기지 정보업체 블랙나이트에 따르면 3월 주택 시장에 새로 나온 매물은 팬데믹 이전보다 약 30%나 부족하다. 봄철 성수기가 시작되는 4월 매물량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3%나 감소한 수준으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올해 3월과 4월 매물량은 경제 활동 중단으로 매물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던 2020년 봄과 비슷하다. 온라인부동산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의 대니엘 헤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 4월 매물량이 50만 채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데 현재 그런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매물 부족 현상을 지적했다.    

올해 최악의 매물 부족 현상은 사람들이 집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주택 소유주 대다수가 매우 낮은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에 높은 이자율로 새집을 구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블랙나이트에 따르면 모기지 대출로 집을 구입한 전체 주택 소유주 중 86%는 5%보다 낮은 이자율을 내고 있다. 

이 중 절반은 3.5% 미만의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는데 이들에게 ‘이자율 낮은데 집을 왜 팔아’란 생각이 지배적이다. 또 주택 소유주 5명 중 3명은 최근 4년 이내에 집을 구입한 경우로 높은 대출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새집을 구입할 필요가 적다. 리디리트 이코노미스트는 “고이자율로 바이어들의 주택 구매 능력이 크게 낮아졌다”라며 “대출 자격이 있고 현금이 충분해도 살 만한 집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준 최 객원기자>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6월 마스크를 착용한 한인 바이어가 매물로 나온 집을 보러 들어가기 전에 손 소독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6월 마스크를 착용한 한인 바이어가 매물로 나온 집을 보러 들어가기 전에 손 소독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메모리얼 연휴 4,300만 떠난다
메모리얼 연휴 4,300만 떠난다

AAA, 사상 최대 전망 올해 메모리얼 데이 연휴기간 4,400만명에 가깝게 여행을 떠날 것으로 예상됐다.전미자동차연합(AAA)은 메모리얼데이 연휴기간인 23~27일 전국에서 약

‘아늑하다’속뜻엔‘작다’있었네… 매물 설명 주의해야
‘아늑하다’속뜻엔‘작다’있었네… 매물 설명 주의해야

매물은 대개 사진과 함께 간단한 설명을 통해 홍보된다. 최근 전문 업체가 촬영한 사진과 영상, 가상 투어 영상 등이 바이어의 눈을 사로잡지만 글로 묘사된 설명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모기지, 다운페이 20% 없어도 대출 가능 프로그램 많아
모기지, 다운페이 20% 없어도 대출 가능 프로그램 많아

내 집을 마련할 때 가장 최대 걸림돌이 모기지 대출이다. 특히 다운페이먼트 마련이 가장 넘기 힘든 장애물이다. 최근에는 모기지 이자율마저 급등해 섣불리 모기지 대출을 신청하기 겁날

당신의 비밀번호 1초면 뚫린다

너무 흔한 조합 사용해 ‘1234’ 가 전체의 11% 매년 수천명의 사람들이 사기와 사이버 공격의 희생양이 되면서 비밀번호와 PIN 번호에 대해 좀 더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생각

“학업 스트레스·성공 압박에” CNN ‘멍때리기 대회’ 조명

CNN 방송이 학업 스트레스와 성공에 대한 압박이 극심한 사회에 사는 한국인들이 올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모였다며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한강 멍때기리 대회’를 조명했

부담 큰 대학 학자금 대출, 신중히 결정해야
부담 큰 대학 학자금 대출, 신중히 결정해야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지만, 부담스러운 학비 때문에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12학년생이 해마다 많다. 올해의 경우‘연방 학자금 보조 무료 신청서’(FAFSA) 지연으로 입학 결정

억지로 목소리 내다간 목에도‘굳은살' 생긴다
억지로 목소리 내다간 목에도‘굳은살' 생긴다

목이 쉰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되면 성대에 무엇이 생겼는지 의심해야 한다. 성대에 결절이나 용종(폴립)이 생기는 음성 질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가수·교사 등 목을 많이 쓰는

40세 이상 당뇨환자, 탄수화물 섭취 10% 늘면 사망률 10% 높아져
40세 이상 당뇨환자, 탄수화물 섭취 10% 늘면 사망률 10% 높아져

40세가 넘은 당뇨병 환자가 탄수화물을 전체 섭취 열량의 70% 이상 섭취하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이지원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권유진 용인세브란스병

눈앞에 날파리 날아다니는 듯… 망막박리로 실명 위험
눈앞에 날파리 날아다니는 듯… 망막박리로 실명 위험

김모(48·여)씨는 얼마 전부터 눈앞에 날파리와 먼지가 둥둥 떠다니고, 불빛이 깜빡거리는 증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순히 눈이 피로하다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

혈압은 높지 않은데 고혈압 약 처방해야 할 때
혈압은 높지 않은데 고혈압 약 처방해야 할 때

단백뇨는 신장내과 전문의가 진료하는 흔한 질환의 하나다. 건강검진에서 단백뇨 소견이 나와 병원에 찾아오는 사람들도 대개는 증상이 없다. ‘거품뇨’ 증상이 있어 진료받으러 왔다가 단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