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치료 금지·화장실 차별 등
미 40개주 130개 법안 추적하니
‘성전환 치료 금지, 생물학적 성(性)이 아닌 젠더(성정체성)에 따른 화장실 사용 금지, 학교 내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 토론 금지, 성전환 선수들의 스포츠 대회 출전 제한···.’
미국 각 주에서 트랜스젠더(성전환 소수자)를 겨냥한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주를 중심으로 각종 차별성 조치를 취하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은 과연 미국 사회 보수화가 자연스럽게 반영된 결과일까. 주민과 주의회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법안을 준비하는 걸까.
미국 AP통신은 20일 “트랜스젠더 반대 법안이 지역이나 구성원 요구에 의해 발의된 게 아니라 (처음에는) 보수 성향 이익집단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미국 내 최소 17개주에서 트랜스젠더 미성년자에 대한 성전환 치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법이 제정됐는데 많은 발의안이 일부 모델 법안과 유사했다. AP가 40개주의회의 130개가 넘는 법안을 분석했더니 ‘두낫함(Do Not Harmㆍ해를 끼치지 말라)’과 ‘가족연구위원회’라는 단체의 초안과 비슷했다는 것이다.
트랜스젠더를 옥죄는 법안은 미국 중서부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미성년자 성전환 치료를 법으로 금지한 주는 켄터키, 아칸소 등 11개에 달하고, 텍사스와 오하이오 등 20여 개주에서도 비슷한 입법이 준비되고 있다.
캔자스주의 경우 운동시설 탈의실, 구치소 및 교도소 등에서 트랜스젠더의 화장실 사용을 막아 버렸다. 이 법에선 여성의 정의를 ‘태어날 때부터 난자를 생산하도록 만들어진 생식 체계를 지닌 사람’이라고 규정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몬태나주에서는 트랜스젠더인 민주당 소속 주하원의원의 의회 출입을 막는 초유의 상황도 발생했다.
두낫함은 지난해 의대 교육과 채용 과정에서 인종의 역할에 중점을 두겠다며 출범했다. 하지만 실상은 트랜스젠더 때리기에 앞장서는 단체였다. 스탠리 골드파브 두낫함 설립자는 “엄격하고 비정치적인 연구 옹호를 통해 극단적인 성 이데올로기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AP에 밝혔다.
임신중지(낙태)와 성소수자 인권에 반대하는 가족연구위원회는 트랜스젠더의 성전환이 호르몬 치료 같은 의료 행위가 아닌 ‘실험’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공화당이 최근 트랜스젠더의 삶을 제한하는 법안에 집중하는 것은 과거 임신중지나 동성결혼과 같은 이슈를 이용했던 것처럼 유권자 표심을 자극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 전역의 공화당원들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온건한 여성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점점 더 트랜스젠더 이슈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