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고급 사무직 15만명 실직
인공지능(AI) 시대는 고용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AI 개발과 사용 속도가 가장 빠른 미국에서 두 가지 현상이 확인됐다.
우선 화이트칼라(사무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자동화 공정 도입으로 블루칼라(생산현장 노동자) 고용시장은 이미 재편된 만큼, 이번엔 화이트칼라 노동자가 눈물을 흘릴 차례라는 것이다. 또한 AI로 인한 고용시장 개편이 서서히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변화는 이미 현실이 됐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영리단체 ‘임플로이 아메리카’ 통계를 인용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AI 보급 등의 영향으로 미국 화이트칼라 노동자 약 15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단순 사무직 노동자뿐 아니라 시스템 관리자, 컴퓨터 공학자 등 고급 기술·지식 노동자도 포함됐다.
반면 블루칼라의 대표 직군인 제조업 종사자의 고용은 3월 기준 전년보다 25% 늘었다. 블루칼라 직종이 상대적으로 유망하다는 관측도 있다. 미 노동부가 예측한 ‘2031년까지 늘어날 20개의 직업’은 대부분 블루칼라에 돌아갔다. 요리사, 음식점·식료품점 종업원, 화물 운송업자 등이 상위권에 올랐고, 화이트칼라 직군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정도만 언급됐다.
화이트칼라의 실직을 주도하는 건 미국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영 정상화’와 ‘효율’을 명분으로 각각 2만7,000명과 2만1,000명의 노동자를 해고한 뒤 그들의 자리를 AI로 대체하고 있다.
미국 IT 기업들은 지난 몇 년 동안 고용에 열을 올렸지만, 지난해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을 겪으며 무자비한 감원을 하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IT 업계 종사자의 실업률은 전년 대비 88%가량 증가했고, 금융·보험 업계 정리해고도 55%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