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항해 대장정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을 맞아 LA부터 하와이를 거쳐 인천까지 대장정에 나선 태평양 요트횡단 원정대(대장 남진우)가 11일 오전 11시(현지시간) 2차 기항지인 북마리아나 제도 사이판을 출항했다.
3차 항해의 최종 목적지는 이민사의 출발지였던 인천으로 2,000마일에 이르는 구간이다. 이날 출항식에는 사이판 한인회(회장 유지광) 관계자들과 한인들이 인천광역시의 재외동포청 유치를 축하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원정대의 무사항해를 응원했다.
사이판에서 배 정비와 휴식을 마친 남진우 대장은 “이번 태평양 횡단의 목적은 이민 120주년을 기념해 이민 선조들의 발자취를 거꾸로 거슬러 찾아가자는 것이었는데 어느덧 인천까지 마지막 항해를 남겨 놓게 됐다”며 “원정대가 인천에 도착할 무렵 인천에서 재외동포청이 공식 출범하게 돼 대장정의 의미가 더욱 커졌다”고 출항소감을 밝혔다.
하와이까지의 1차 항해가 이민 선조들의 첫 정착지를 찾는 것이었다면, 사이판까지 2차 항해는 일제 강점기 징용 피해자들의 혼이 서린 곳을 찾는 여정이었고, 마지막 3차는 이민사의 출발지인 인천의 재외동포청 유치를 축하하는 항해라는 것이다.
인천 출신인 유도열 대원은 “두 달이 넘는 항해 기간 동안 여러차례 닥친 고비를 고향 땅을 밟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극복할 수 있었다”면서 “인천에 도착하면 모교인 제물포 고교 교정과 한인 이민 100주년 맞아 건립된 이민사 박물관,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설 재외동포청을 꼭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진우 대장과 유도열 대원으로 구성된 원정대는 통영 마리나에서 입국신고를 마치고 직장 복귀문제로 하와이에서 하선했던 박상희 대원과 조셉 장 대원과 합류해 인천까지의 대장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기상상황 등의 변수가 없으면 재외동포청이 출범하는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인천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원정대는 예상했다. 하지만 이 구간은 대형선박들의 이동이 많은 곳이고 조류나 파도, 바람 등의 기상상황이 만만치 않아 요트인들 사이에서 가장 어려운 항해 코스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인천광역시(시장 유정복)는 오는 6월5일 공식 출범하는 재외동포청 축하행사의 일환으로 태평양 요트횡단 원정대 환영행사를 준비 중이다. 진재광 인천시장 특별보좌관은 “유정복 시장도 원정대의 항해 의미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미주 한인사회의 축하사절단 격인 원정대원들을 맞을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당부한 상태”라고 전했다.
인천시 요트협회도 인천시와 협력해 ‘연어의 귀환’이라는 주제의 별도 환영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요트협회의 최강열 명예회장은 “강에서 태어난 연어가 바다에서 살다가 알을 낳을 때쯤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되돌아 간다는 의미에서 행사 주제를 ‘연어의 귀환’으로 정했다”며 “같은 요트인 입장에서 9,000여 마일에 이르는 태평양 횡단은 매우 용감한 도전이었다”고 평가했다.
최경선 명예회장도 “입항 절차에 필요한 서류, 기상상황 악화시 피항지 정보 등을 원정대와 수시로 공유하고 있다”면서 “원정대가 인천항에 근접하면 지역 요트인들이 근해로 마중 나가 동반 항해를 하는 등 축제 스타일의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이판에서 시작되는 3차 항해에 동행할 예정이었던 이승석 대원은 출국 전 비자 문제로 승선하지 못해 남진우 대장과 유도열 대원 2명만 항해에 나선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