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되돌아보는 2024년 주택 시장(하)
‘고주택가·고이자율·매물 부족’악재 이어져
보험료는 오르고, 보험금은 수리비에 미달
올해 상반기 주택 시장의 키워드는 ‘내 집 마련 여건 악화’다. 고주택가, 고이자율, 매물 부족 등 트리플 악재가 지난해에 이어 이어지며 많은 바이어들이 상반기 내내 주택 구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고이자율을 피하기 위해 셀러 모기지를 그대로 떠안는 방식의 대출이 등장했고, 부모의 도움을 받아 집을 사는 바이어도 늘었다. 취업 후 당장 주택 구입이 힘든 젊은 세대는 부모 집에 얹혀사는 ‘캥거루족’을 선택하기도 했다.
▲ 셀러 모기지 인수 방식 대출
높은 모기지 이자율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셀러의 모기지를 넘겨받는 대출이 올해 큰 관심을 받았다. 모기지 대출 인수는 바이어가 별도의 모기지 대출을 신청하지 않고 셀러가 발급받은 모기지의 기존 조건과 이자율을 그대로 적용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방식이다. 모기지 이자율이 올해 내내 6% 후반대로 높았던 반면, 최근 2~3년 사이 주택 구입자의 이자율은 4~5% 미만으로 낮다. 따라서 셀러의 기존 모기지를 넘겨받을 수 있다면 낮은 이자율을 적용받아 이자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인수 가능한 모기지는 정부가 보증한 FHA 대출과 VA 대출로 제한된다. 2022년 셀러의 FHA 대출을 인수해 주택을 구입한 바이어는 2,221명이었고 이 숫자는 2023년 3,825명으로 늘었다. 2022년 308건에 불과했던 VA 대출 인수는 지난해 2,224건으로 치솟았고 올해 1분기에만 1,457건의 VA 대출이 인수됐다.
▲ ‘좀비 모기지’ 출현
올해 20여 년 전 연체한 모기지 대한 독촉장이 빈발했다. 공영방송 NPR의 자체 조사에 의하면 지난 2년 사이 뉴욕주에서 이른바 좀비 모기지로 불리는 과거 연체 모기지를 가진 주택 소유주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실제로 주택 압류 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독촉장과 독촉 전화 연락이 늘면서 구글에서도 좀비 모기지와 이와 관련한 주택 압류 등의 검색이 급증하기도 했다.
좀비 모기지는 2008년 금융 위기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발급된, 이른바 ‘피기백 론’(Piggyback Loan)이 대부분이다. 제때 상환되지 않은 대출 또는 장기간 대출 은행의 추심 연락이 없어 휴면 상태였던 과거 대출도 좀비 모기지에 해당한다. ‘소비자재정보호국’(CFPB)의 지난 4월 권고문에 따르면 추심 유효 기간이 지난 모기지 대출자를 상대로 주택 압류나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통보하는 행위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 주택 보험금 미달 지급
자연재해는 빈발하는데 피해 복구에 필요한 주택 보험금이 충분히 지급되지 않아 큰 문제로 지적됐다. 보험 정보지 ‘코네티컷 인슈어런스 저널’(Connecticut Insurance Law Journal)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2019년 가주에서 지급된 주택 보험금 중 약 77%가 총수리비보다 적었다. 특히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로 인해 지급된 주택 보험금 중에는 96%가 수리 실시에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 보호 단체 ‘유나이티드 폴리시홀더스’(United Policyholders)의 조사에서도 자연재해 피해를 입은 주택 소유주 중 약 3분의 2가 재건축에 필요한 충분한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보험료는 오르는 데 반해 보험금 지급액은 줄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자재비, 인건비 등 건축 관련 비용이 일제히 급등했는데 팬데믹 기간 발생한 공급망 대란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 부모 도움 받아 주택 구입
부모의 도움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국영모기지보증기관 프레디맥의 분석에 의하면 55세 이상 모기지 대출 공동 서명자를 통해 주택을 구입한 35세 미만 바이어 비율은 1994년 1.6%에서 2022년 3.7%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55세 이상 대출 공동 서명자는 대부분 부모로 대출에 보증을 서는 형식으로 자녀의 주택 구입을 도왔다.
주택 구입에 반드시 필요한 다운페이먼트 등의 재정을 지원하는 부모도 증가세였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20, 30, 40대 초반 주택 구입자 중 부모나 친구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은 비율은 12%로 작년(9%)보다 높아졌다. 이 비율은 최근 5년간 하락했다가 올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 끊임없이 오른 주택 보험료
끊임없이 오르는 주택 보험료 때문에 올해도 많은 주택 소유주의 등골이 휘었다. 보험료 비교 사이트 ‘인슈러파이’(Inssurify)에 따르면 주택 소유주 중 약 30%가 주택 보험료 인상에 매우 불안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 업체 게런티드 레이트 인슈어런스의 조사에서는 지난해 주택 보험료가 평균 19%(보험당 273달러)나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평균 1,108달러였던 연평균 주택 보험료는 2023년 1,723달러로 55%나 급등했다.
주택 보험료가 오르는 주요 원인은 인플레이션과 자연재해 빈발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주택 수리비, 자재비, 건축비, 인건비 등이 상승해 주택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이상 기후로 빈발하는 자연재해는 주택 보험료가 오르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자연재해는 발생 횟수가 갈수록 늘 뿐만 아니라 피해 규모도 커져 보험 업계에 막대한 손실을 안기고 있다.
▲ 부모 집에 얹혀사는 캥거루족 증가
대학 졸업 후 취직한 뒤에 부모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다시 늘었다. 부모 집에 얹혀살면서 내 집 마련에 필요한 다운페이먼트를 모으려는 것이 이들이 부모 집으로 돌아온 이유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2022년 부모 등 가족 소유의 집에서 본인 소유의 집으로 이사한 첫주택구입자 비율은 27%로 조사됐다. 이들 대부분은 부모 집에 얹혀 살았던 캥거루족으로 조사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성인 MZ 세대는 학자금 대출, 자동차 대출, 자녀 양육비와 함께 살인적인 주택 렌트비에 시달리는 세대로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