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치료는 곧 심혈관 질환 치료”
한국의 2021년 사망 원인 통계(통계청)에 따르면 심ㆍ뇌혈관 질환은 암에 이어 사망 원인 2위다. 전 세계적으로는 1위다. 환자가 늘고 있지만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이런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심ㆍ뇌혈관 질환은 유전ㆍ환경적 요인 등이 합쳐져 발생하는 대표적인 다인자성 질환이다.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은 이상지질혈증은 심ㆍ뇌혈관 질환에 끼치는 영향력은 강하지만 조절할 수 있고 그러면 질환이 줄어든다. 게다가 간단한 혈액검사로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이상학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콜레스테롤에 의해 혈관 벽이 좁아지는 동맥경화가 발생하면 심ㆍ뇌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콜레스테롤 치료는 곧 심혈관 질환 치료”라고 강조했다.
-이상지질혈증과 동맥경화의 관계는.
“동맥경화는 동맥 표면이 국소적으로 두꺼워지면서 혈관이 좁아진 상태를 말한다. 발생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심혈관에서 생기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뇌에서 나타나면 뇌졸중, 팔다리에서 생기면 말초혈관 질환이 나타난다.
동맥경화는 110년 전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이후 혈관세포에 어떤 일이 생기고 무슨 물질에 의해 동맥경화가 처음 시작하는지 꾸준히 연구돼 콜레스테롤을 싣고 다니는 지단백(리포프로틴)과 콜레스테롤이 중요하다는 게 밝혀졌다.
콜레스테롤은 핏속에 홀로 돌아다닐 수 없고, 지단백이라는 입자 상태로 이동한다. 콜레스테롤을 담고 다니는 지단백 입자는 분해되면서 작아지고 콜레스테롤 분획이 큰 LDL 콜레스테롤 입자가 된다. LDL 콜레스테롤 특징은 크기가 작고 혈관 벽에 잘 침투한다는 것이다. 이상지질혈증처럼 많아진 LDL 콜레스테롤 입자를 혈관세포들이 잡아먹으면서 동맥경화가 시작된다.”
-콜레스테롤 치료는 어떻게 진행됐나.
“현재 치료법을 알려면 이상지질혈증과 동맥경화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1940년대 이후 다양한 나라 사람의 생활 습관과 혈액검사를 분석하면서 동맥경화성 심혈관 질환 원인에 대해 연구가 활발해졌다. 1949년에 발표된 ‘7개국 연구’는 일본과 서구 국가에서 식사 등 생활 습관, 콜레스테롤 수치가 심혈관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보고한 중요한 연구다.
이후 1961년 미국에서 처음 발표된 ‘프래밍험 심장 연구‘는 거대한 지역 코호트에 수천 명 환자를 등록하고 수년 이상 추적해 환자의 위험 요인(고혈압, 당뇨병, 흡연, 콜레스테롤 수치 등)이 미래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는지 처음 검증한 대표적인 연구다. 이 연구에서 심혈관 질환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공식이 만들어져 지금까지 수십 년간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세기에 콜레스테롤에 대한 생물ㆍ의학적 연구를 통해 콘라트 에밀 블로흐와 마이클 브라운ㆍ조셉 골드스타인이 1964년과 1985년에 각각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을 정도로 동맥경화와 이상지질혈증은 현대 의학에서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 1976년에 일본 엔도 아키라는 현대 이상지질혈증 약의 원형인 ‘컴팩틴’을 처음 발견했으며 이후 일본ㆍ미국을 중심으로 스타틴계 이상지질혈증 약이 본격 개발돼 20세기 말에는 심혈관 질환을 약으로 예방하는 길이 열렸다.”
-현재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이상지질혈증과 (동맥경화성) 심혈관 질환의 예방적 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생활 습관 교정과 약물 치료다. 생활 습관 교정은 크게 식사 요법과 운동을 들 수 있다. 식사 요법의 핵심은 ‘피할 음식을 피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포화지방ㆍ트랜스지방을 줄이는 게 제일 중요하다. 튀긴 음식, 지방 많은 육류, 과자, 디저트가 대표적이다.
운동 요법은 이상지질혈증 수치를 낮추는 데는 효과가 크지 않지만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기에 하는 게 좋다.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약물 치료를 결정하는 중요한 조건이지만, 이것만으로 약물 치료를 시작하지 않는다. 프래밍험 심장 연구 등을 통해 검증해 개정된 심혈관 질환 위험 점수를 계산해 점수가 높을수록 약물을 포함한 강력한 치료를 권하고 있다. 이 점수가 높은 사람은 심혈관 질환자다. 10년간 질환 발생(재발)률이 30% 이상이다.
이밖에 고혈압ㆍ당뇨병이 있거나 담배를 피운다면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기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더라도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약효를 중심으로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면 동맥경화 혹은 심혈관 질환 예방 약)를 먹어야 한다.
반면 다른 위험 요인이 없고 콜레스테롤만 높으면 약물 치료를 하지 않기도 한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외에 다른 위험 요인(고혈압, 당뇨병, 흡연)을 동시 조절했을 때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가 훨씬 좋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국내 대규모 분석 자료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이 늘고 있지만 나이를 보정한 자료는(같은 나이 환자에 대한 예전 상황과 비교하면) 약간 호전되는 추세다.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한 보건의료계와 환자의 노력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고혈압ㆍ당뇨병 치료, 금연과 함께 이상지질혈증 치료가 핵심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지질혈증은 앞으로 어떻게 치료할까.
“고령화와 식사 패턴 변화가 국내 심혈관 질환 환자 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 전 세계적으로 유전체학과 생물정보학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고 연구 비용이 낮아지면서 인간 유전자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 신약 개발이 활성화됐다. 이것은 이상지질혈증과 동맥경화 치료제 연구도 마찬가지여서 2010년대 발굴한 표적에 대한 약물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런 방식의 이상지질혈증 신약 개발은 미국 등 전통 제약 강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흥미롭게도 중성지방을 낮추는 약 개발이 한창이다. 하지만 콜레스테롤 치료 약과 달리 중성지방 치료약은 20~30년간 심혈관 질환 예방에 확실한 효과를 보인 적이 별로 없어 연구 결과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
< 이상학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