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FBI 예산 중단” 막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역대 전현직 미국 대통령 최초로 형사기소절차를 밟은 다음 날인 5일(현지 시간) 사법부와 행정부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을 향해 “미국이 이전에 본 적 없는 법 체계 무기화에 나섰다”며 “권력을 악랄하게 남용해 개입하고 있다”고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이를 지속적으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화당은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예산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사 당국을 예산으로 압박하라는 지침을 내린 셈으로 또 한 번 수사 당국의 정치·경제 권력에 대한 독립성 원칙을 침해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가짜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을 올리며 사법부를 조롱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만난 법률·정치분석가 대부분이 ‘불공평하고 도덕적으로 역겨운 기소’라고 평가했다며 “아무 쓸모도 없으며, 심지어 사건 자체가 성립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런 움직임에 내년 대선을 앞둔 공화당도 트럼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트럼프 선거캠프 측은 이날 자체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의 지지율이 47%로 43%인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앞섰다는 내용의 캠페인 관련 e메일을 발송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캠프 측은 e메일에서 트럼프가 여론조사에서 당내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환상적인 추세’로 격차를 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의 이런 행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주당원 다수가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가능한 최고의 상대가 트럼프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80세의 고령인 바이든으로서는 46세인 디샌티스보다 76세인 트럼프가 더 상대하기 쉽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일 때 보좌관을 지낸 스콧 뮬하우저는 정치 전문 매체 더힐에 “바이든이 대통령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가운데 트럼프가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그냥 두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고 논평했다.
CNN이 3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무당층 응답자의 60%가 트럼프 기소에 찬성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트럼프의 주장이 먹히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빈스 워런 미국 헌법권리센터(CCR) 전무이사는 “트럼프를 향한 법적 조치들은 앞으로는 대통령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함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