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생태계 흔드는 ‘챗GPT 플러그인 스토어’
오픈AI가 최근 출시한‘챗GPT 플러그인’을 두고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며 모바일 디바이스·애플리케이션 시대를 연‘아이폰 모먼트(iPhone Moment)’에 비견할 만큼 향후 소프트웨어(SW) 생태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챗GPT 출시 초기만 해도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봇이 집어삼킬 시장이 구글·메타가 장악한 온라인 광고 시장 정도로 여겨졌지만 연이어 추가되는 기능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SW 생태계 전반으로 파급효과가 확장될 수 있어서다.
2일 AI 기술 업계에 따르면 오픈AI가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선보인 챗GPT 플러그인 기능은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SW 산업 생태계를 뒤흔들 수 있는 서비스라는 평가가 나온다. 손쉽게 챗GPT의 활동 범위를 ‘서드파티(제3자)’ 앱으로 넓힐 수 있을 뿐 아니라 최신 정보 부족 등 챗GPT의 한계로 지적돼 온 많은 약점도 보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향력 있는 앱들을 파트너로 삼아 플러그인까지 내놓으면서 챗GPT의 생태계 확산 속도는 보다 빨리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뿐만 아니라 접근하기 어려운 서드파티 앱 데이터를 학습하게 되면서 최신 정보까지 흡수, 거대언어모델(LLM)의 정확성과 신뢰성 수준도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챗GPT 플러그인은 API(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 등 응용프로그램을 플랫폼에 간단하게 부착해 기능을 늘리는 시스템이다. 이용자가 챗GPT 플러그인에서 질문하면 플러그인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이해하고 필요한 API를 끌어와 답할 수 있다. 오픈AI의 설명에 따르면 플러그인 스토어에서 사용하기를 원하는 앱의 플러그인 버전을 다운받아 이를 챗GPT에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기존 챗GPT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개된 웹 자료를 학습해 결과물을 내놓았다면 플러그인이 결합된 상태에서는 챗GPT는 개별 앱이 가진 데이터와 기능까지 활용해 정교하고 고도화된 대답을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식당 예약 앱과 칼로리 계산 앱 플러그인을 챗GPT에 연동해 “이번 주말은 닭고기를 주재료로 삼은 식단들로 구성하려는데 토요일에는 인당 1만 5000원 이하의 식당을 추천해주고 일요일에는 당근이 들어가지 않은 닭고기 채식 레시피를 짜준 뒤 칼로리를 계산해줘”라고 하면 연동된 앱 데이터를 이용해 답변을 내놓는 식이다.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고 우선적으로 플러그인을 출시한 앱은 총 11개다. 여행 앱 ‘익스피디아’와 ‘카약’, 식당 예약 앱 ‘오픈테이블’, 구글 시트·지메일·세일즈포스 등 범용 오피스 서비스들을 통합하는 업무 앱 ‘재피어’ 등 이미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되는 앱들이 이름을 올렸다. 현재 오픈AI는 홈페이지를 통해 플러그인을 원하는 기업이나 개발자를 위해 ‘웨이팅 리스트(대기 순번)’를 받고 있다.
기존에는 앱 기능들을 구현하려면 화면들을 차례로 옮겨 다니며 수많은 버튼을 눌러야 했지만 챗GPT 플러그인을 통하면 자연어 명령어를 입력하는 것으로 이러한 번거로운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보다 직관적인 앱 이용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또한 창을 옮겨가는 대신 복수의 플러그인을 동시에 연동해 여러 앱을 챗GPT라는 단일 인터페이스에서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챗GPT가 향후 이용자들의 앱 사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플러그인 출시가 구글과 애플이 패권을 쥐고 있는 모바일 중심의 SW 생태계 구도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픈AI는 머지않아 다양한 개발자들과 기업들이 자사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플러그인 스토어’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플러그인 스토어가 구글플레이나 애플앱스토어 같은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준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AI연구원 겸무 교수)는 “챗GPT 플러그인으로 사용자 인터랙션 차원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챗GPT로 대화형 인터페이스로의 전환이 가속화된 만큼 구글이나 애플도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