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리프트 등 대안 늘어…구입가·유지비용 부담느껴
병원에서 간호사(RN)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인 이모씨는 우버나 리프트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있다. 자동차 구입을 하기 위해 판매 딜러와 접촉하고 있지만 이씨가 원하는 차종의 재고가 없어 공용 차량을 이용한 게 일상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씨는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자동차 가격도 크게 오르고 보험료와 개스값도 부담”이라며 “우버를 이용하는 게 불편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생활은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 차 없이도 지낼 만하다”고 했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씨도 자동차 구입을 미뤄둔 케이스에 속한다. 최근 자동차 구입 대신 자전거를 구입했다. 박씨는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하고 차량 구입에 따른 각종 유지비를 생각하면 부담이 크다”며 “직장도 한인타운에 있고 별다른 유지비가 들지 않고 운동도 될 것 같아 자전거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서 승용차 이용률이 젊은 층 사이에서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인터넷 보급에 따른 온라인 소비와 차량공유 서비스 등장 등 소비 환경의 변화와 함께 수입 감소에 따른 경제적 부담으로 자동차 운전을 기피하는 소위 ‘안티 드라이빙’ 의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에서 운전 기피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10대들의 운전면허 취득 감소다. 지난 2000년대 들어서 미국 내 10대 운전자 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연방 교통통계국에 따르면 2020년 16세 청소년 중 운전면허를 취득한 비율은 25%로 1997년 43%에 크게 감소했다. 17세 운전면허 취득률도 2020년 45%로 1997년 62%에 비해 급감했다. 20대도 비슷한 상황이다. 1997년 20~25세의 90%가 운전 면허를 갖고 있었는데, 2020년엔 80%로 떨어졌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동차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데는 온라인 소비 확산과 소득 감소가 자리잡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 샤핑이 가능해지면서 마켓 방문이 줄어들고 영화를 비롯한 각종 오락 영상물도 손쉽게 볼 수 있다 보니 굳이 운전할 일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경기 침체 우려로 실질 임금이 줄어들고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 등이 더해지면서 목돈이 들어가는 차량 구입은 젊은 세대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미국에서 차량을 보유하고 1만5,000마일을 운전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연간 1만1,000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가격과 개솔린 가격 상승에 자동차 보험료도 크게 오른 것도 자동차 보유와 운전을 기피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구 구조와 주거 환경이 바뀌면서 자동차 선호도를 낮추는 데 일조했다. 1인 가구에 타운에 거주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면서 자동차 구매 동기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젊은 층의 안티 드라이빙 문화가 확산되는 것에 긴장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자동차 완성업체다. 젊은 층이 자동차 구매를 포기하거나 미루면 그만큼 차량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자동차 완성업체들에게는 매출 감소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메르세데스 벤츠, GM 등 주요 자동차 완성업체들은 차량공유업체와 협업에 나서면서 자율 주행 자동차 개발에 투자하는 등 대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