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만 못한 인기 반영, 대학 등 지원자수 감소
회계업계가 구인난에 봉착해 있다. 최근 들어 회계법인 대신 타직장으로 대거 자리를 옮기는 ‘대이직’ 현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공인회계사(CPA)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는 인원이 줄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교의 회계학과 전공자까지 감소 추세여서 빈 자리마저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업계가 연봉 인상 카드를 꺼내 들면서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구인난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인 사회에서도 인기 직종이었던 CPA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공인회계사=인기 직종’이라는 통념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29일 월스트릿저널(WSJ)은 회계법인들이 구인난 타개를 위해 대대적인 연봉 인상책을 내놓고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력정보제공업체인 리벨리오 랩에 따르면 지난해 신입 CPA 연봉은 평균 6만1,000달러로 전년에 비해 13%나 올라 두자릿수 상승폭을 보였다. 2021년에는 4%, 2020년에는 2%의 연봉 상승률에 그쳤다.
올해 들어서도 CPA 연봉 상승세는 지속돼 2월 현재 21%나 오른 6만7,000달러를 기록했다.
신입 이외에도 기존 CPA들의 연봉도 올랐다. 5단계 고참급 CPA들의 연봉은 지난해 평균 12% 올라 8만7,000달러로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도 9만달러로 9%나 올랐다.
WSJ은 미 회계업계의 CPA 연봉 인상에도 불구하고 이직과 함께 CPA 지원자 수가 감소하고 있어 회계업계의 구인난은 현재진행형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공인회계사협회(AICPA)에 따르면 CPA 응시자 수는 6년 전 10만3,000명에서 2021년에는 7만2,000명으로 3만명 이상 줄어들었다. 응시자 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10년 만에 최소인 8만명대로 내려앉은 뒤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CPA들의 이직도 늘어 지난 3년간 30만여명의 CPA들이 회계업계를 떠나 타직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직의 종착지는 금융 관련 기업과 테크 기업이다. 세금보고 시즌이 되면 과도한 업무량으로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고 같은 종류의 일을 반복해야 하는 따분한 업무 속성이 이직의 주요 이유로 꼽히고 있다.
공인회계사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게 된 것은 대학의 관련학과 지원자 수의 급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AICPA에 따르면 미국 내 대학의 회계학과를 이수한 학사 졸업생의 수는 2020년 5만2,500명으로 2012년 5만7,500명에서 거의 9%나 감소했다. 지난해 졸업생 수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지난 2년 사이에 감소세는 더 가팔라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회계학과 지원자가 감소하는 데는 비용과 시간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CPA가 되기 위해 추가 필수 학점을 취득하기 위해 10개 학과목을 더 수강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학 학부 과정을 일반적인 4년이 아니라 5년 다녀야 해 이에 따른 학비와 생활비 부담이 더 늘어나는 것도 일종의 진입 장벽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회계법인들은 회계학과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학비를 지원하는 대신 일정 시간을 기업에서 일하는 조건을 제시해 미래 CPA를 ‘입도선매’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하고, 신입 CPA에게 과거에 비해 권한 이양도 대폭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