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담당자 27% 시인, 이미지 홍보로 ‘악용’
한인 김모씨는 지난해 경영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300여곳에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번번히 지원한 기업들로부터 속시원한 결과에 대합 답을 대부분 듣지 못했다. 김씨는 어렵게 지원한 한 기업의 인사 담당자와 연락이 닿아 결과 여부를 물어 보아지만 돌아온 답은 “당장 채용을 할 계획은 없다”였다. 김씨는 “잡(job) 구하기는 일이 마치 신기루를 쫓는 일처럼 느껴진다”며 “뽑지도 않을 거면서 구인 광고를 내 구직자들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 직원을 뽑지도 않을 의도가 없으면서도 직원 채용 광고를 지속해서 내는 소위 ‘유령 일자리’(ghost job) 구인 광고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고금리, 인플레이션 여파에 따른 불황에도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이미지 홍보용이나 일손 부족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내부 직원들의 불만 달래기용으로 유령 일자리 구인 광고가 도구로 쓰이면서 성행하고 있어 애꿎은 구직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최근 월스트릿저널(WSJ)은 미국 내 기업들이 직원 채용 의사는 없으면서 채용 광고를 수 개월 째 유지하는 ‘유령 일자리’ 구인 광고 사례들이 늘어나면서 구직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1,000여명의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27%의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유령 일자리 구인 광고를 4개월 이상 유지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기업들이 직원 채용 의사가 없으면서도 구인 광고를 내고 있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유령 일자리 광고를 유지는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함이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경제 불확실성 여파로 대량 해고 사태가 전 산업 분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유령 일자리 구인 광고를 내 경기 침체에도 기업의 실적이 좋아 신규 인원 충원을 하고 있다는 일종의 기업 이미지 홍보용 광고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내부 직원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불만 무마용으로 유령 일자리 구인 광고를 이용하기도 한다. 인력 감원을 통한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부족한 일손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로 내부 직원들의 커진 불만을 유령 일자리 구인 광고를 통해 ‘곧 인력이 충원될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불만을 경감시키려는 의도에서다.
기업들이 유령 일자리 구인 광고를 유지하는 또 다른 이유로 유사시 대체 인력을 충원을 위한 ‘비상 인력 풀’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예상하지 못한 직원의 퇴사에 대비해 유령 일자리 구인 광고를 보고 지원한 구직자들의 정보를 모아 두고 있는 것이다.
유령 일자리 구인 광고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광고를 보고 지원한 구직자들의 몫이 되고 만다. 지원서를 작성하는 수고와 함께 무작정 기다림에서 오는 초조함, 여기에 ‘안 된다’는 실패감 등으로 구직자들의 정신적 타격이 크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공격적으로 파격적인 조건으로 구인에 나선 기업들이 유령 일자리로 오인을 받아 능력 있는 지원자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유령 일자리 광고를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직무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여부를 따져 보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근무 내역과 스케줄, 명확한 책임 범위를 확인하고 구인 광고의 업데이트 여부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