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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다고 약·건강식품 마구 먹다간…‘독성 간염’ 걸린다

한국뉴스 | 기획·특집 | 2023-03-23 09:10:42

약·건강식품 마구 먹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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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은평·서울성모병원 연구진

 

약ㆍ한약ㆍ건강기능식품 등을 무분별하게 먹다간 발생하는 독성 간염(약인성 간 손상) 발병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약이나 한약,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해 간이 해독하는 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발생해 간 수치가 급격이 상승하거나 간 기능에 손상이 나타난다.

 

독성 간염은 급성 간염처럼 식욕부진ㆍ오심ㆍ구토ㆍ피로감 등이 나타나고 경우에 따라 관절 통증ㆍ피부 발진 등이 관찰된다. 병이 진행되면 복수(腹水)ㆍ간성뇌증으로 이어진다.

 

양현ㆍ배시현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이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면역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이뮤놀로지’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2017~2021년 6월 약물 복용에 따른 간 수치 상승이나 간 기능 저하를 이유로 조직 검사를 받은 53명의 환자에게서 얻은 간 조직 분석으로 독성 간염이 단순 독성 물질로 인해 발병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독성 물질 또는 그 대사 물질에 대해 ▲CD8 양성 T세포 ▲단핵 식세포 같은 특정한 면역세포가 반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환자 간에는 정상인 간과 달리 이 세포 침입이 명확히 관찰됐고, 침윤 정도가 간 손상 정도와 관련이 있었다.

 

CD8 양성 T세포는 세포 독성 T세포로도 불리며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종양세포를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단핵 식세포는 대식세포로 분화하기 전 단계 세포로, 분화되면 우리 몸에 침입한 외부 병원체 및 독성 물질을 포식 작용으로 제거하거나 포식 작용을 통해 T세포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세포 계통 및 분화·성숙·활성화 단계 등을 구분해 낼 수 있는 최신 유세포 분석 기법을 이용해 활성화 단계에 있는 CD8 양성 T세포와 단핵 식세포가 간 손상 정도와 더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두 세포에서 분비되는 작은 단백질인 사이토카인의 양도 손상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들은 밝혀낸 면역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면역억제제로 사용하는 스테로이드가 환자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치료 방향도 제시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독성 간염 유병률에 대한 정확한 보고는 없다. 매년 10만 명당 12명 정도의 환자가 독성 간염으로 입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53명의 연구 대상 환자 중 50명(94.3%)이 독성 간염 완치까지 추적 관찰됐는데, 전체 환자 중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환자는 37명(69.8%)이었다.

 

이들은 최소 7일에서 최장 107일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았고 투여 중단 후 재발은 없었다. 환자들의 스테로이드 투여 기간은 중앙값 기준 30일이었다. 양현 교수는 “약물 섭취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상황에서 독성 간염 환자의 급격한 증가가 우려된다”며 “이번 연구는 발병 메커니즘을 파악해 특별한 치료법이 없던 독성 간염에서 스테로이드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몸에 좋다고 약·건강식품 마구 먹다간…‘독성 간염’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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