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상금에 매년 대회도
버마왕비단뱀 2000년 야생서 첫 발견 20여년간 급증 거듭
플로리다주가 침입종인 비단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단뱀을 잡는 사람에게 주정부가 포상금을 지급하고 매년 대회까지 연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4일 지질조사국(USGS)이 지난달 초에 내놓은 버마왕비단뱀 연구 종합보고서와 함께 플로리다주의 비단뱀 문제를 소개했다.
파충류 데이터베이스(www.reptile-database.org)에 따르면 비단뱀과(科)에는 10개 속(屬)과 38개 종(種)이 알려져 있다. 그 중 '세계 5대 뱀'으로 알려진 버마왕비단뱀은 뱀아목(亞目) 동물 4천38개 종 가운데 가장 큰 것 중 하나다.
USGS에 따르면 남아시아 열대우림이 원서식지인 버마왕비단뱀이 플로리다에서 처음 야생으로 발견된 것은 2000년이다. 그 후 20여년간 야생 개체 수가 급증해 적어도 수만 마리가 플로리다에 살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정확한 규모를 추정하기는 불가능한 상태다.
어떻게 번식하고 이동하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 USGS의 과학자들이 일부 뱀에 무선 추적장치를 달아 조사한 결과 한 개체는 58시간 반 동안 계속 움직이는 것이 포착됐으며 하루에 2.43km를 이동했다.
USGS는 버마왕비단뱀의 확산을 통제하는 것이 플로리다주 남부의 열대습지 자연지대인 에버글레이즈를 보호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버마왕비단뱀 탓에 도요새류, 물떼세류, 습지토끼, 흰꼬리사슴 등 에버글레이즈에 사는 토착종들이 급격히 줄었다는 선행 연구들도 있다고 NYT는 소개했다.
아열대 기후인 플로리다주는 항구가 많고 살아 있는 동물의 거래가 활발해 외래종이 유입되기 쉬운 여건이다.
플로리다주 어류야생보전위원회(FWC)에 따르면 외래종이 500여개 보고됐으며, 그 중 이미 자리를 잡고 야생으로 번식 중인 침입종이 적어도 139종에 이른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2019년 5월에는 플로리다주 남부의 아파트 화장실 변기에서 1.2m 길이의 비단뱀이 나와 사람을 문 적도 있다. 야생 비단뱀이 플로리다에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2021년 말에는 알 122개를 뱃속에 품은 97.5㎏짜리 암컷이 발견되기도 했다.
플로리다의 비단뱀은 주로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등 늪지대에서 발견되지만, 네이플스나 주도(州都) 마이애미 외곽 등 도시 주변에도 자주 출몰한다.
플로리다에 비단뱀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진행해 온 에버글레이즈 자연환경 보전에도 지장이 생겼다. USGS 보고서는 침입종을 "(생태계) 복원 성공에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로 꼽았다.
FWS는 2013년부터 매년 '플로리다 비단뱀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버마왕비단뱀 잡기 대회를 연다. 참가자가 잡은 개체의 수와 길이를 따져 대상과 부문별 상을 수여한다. 작년 대회에는 977명이 참가했으며 28마리를 잡은 대상 수상자는 상금 1만 달러를 받았다.
이 대회와 별도로 주정부는 비단뱀 잡는 사람들에게 포상금과 함께 수당을 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비단뱀 잡기를 취미로 시작했다가 아예 직업으로 삼는 사람도 생겼다.
작년 '플로리다 비단뱀 챌린지'에서 가장 긴 뱀을 잡아 부문 상을 받은 더스틴 크럼이 그런 경우라고 NYT는 전했다.
잡은 비단뱀의 길이에 따라 포상금이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길이가 4 피트(122㎝)까지는 피트당 50달러이며, 이를 초과하는 길이에 대해서는 피트당 25달러다. 즉 4피트짜리는 200 달러, 5피트짜리는 225달러, 10피트짜리는 350달러다. 이와 별도로 주정부로부터 시간당 수당도 받는다.
FWS에 따르면 플로리다에서 2000년 이래 발견돼 제거된 비단뱀은 1만8천마리가 넘으며, 이 중 작년에 2천500마리가 잡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