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베테랑스 에듀
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전쟁 1주년… 고통·애도·분노 승화해 “기필코 승리” 다짐

글로벌뉴스 | 기획·특집 | 2023-02-27 09:04:42

전쟁 1주년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우크라를 다시 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맞은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한 장교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대통령이 들고 있는 군부대 깃발에 입 맞추고 있다. [로이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맞은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한 장교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대통령이 들고 있는 군부대 깃발에 입 맞추고 있다. [로이터]

 지난 25일 영국 런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맞아 반전 시위대가 ‘우크라 전쟁을 멈춰라’는 피켓 등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지난 25일 영국 런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맞아 반전 시위대가 ‘우크라 전쟁을 멈춰라’는 피켓 등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시작된 전쟁은 기어이 1년을 넘긴 채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잔혹함은 우크라이나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러시아의 손에 죽었거나 죽을 뻔한 이들의 고통,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 푸틴 대통령을 향한 분노를 꾹꾹 눌러 담아 승리를 향한 의지로 승화하고 있다.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목소리도 커지는 중이다.

 

개전 1년을 맞은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곳곳에선 전쟁으로 숨진 이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잇따랐다. 수도 키이우의 위성도시 부차에서 특히 추모 물결이 가득했다. 러시아군에 희생된 민간인이 유독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개전 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점령을 목표로 남진하다 이곳에 들렀고, 민간인 수백 명을 학살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가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부차에서 벌어진 집단 학살을 “가장 끔찍했던 기억”으로 꼽았다.

 

집단 학살 희생자들이 묻힌 교회에서는 추모 미사가 열렸다. 러시아군에 살해된 민간인 시신들이 거리에 방치됐던 장면을 담은 사진들이 교회 벽을 두르고 있는 가운데, 희생자들을 기리는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추모 미사를 찾은 나디야의 남편도 교회 뒷마당 차가운 흙 아래 묻혀 있다. 나디야는 “생각할 때마다 너무 분하고 슬프다”고 했다. 그는 눈물을 터뜨렸다가 참으려 애쓰기를 반복했다.

 

마을 구석에 있는 한 공장에선 러시아군이 죽인 민간인 8명을 기리는 추모식이 열렸다. 고 안드리 베르보비(55) 등의 시신에서는 고문의 흔적이 있었다. 베르보비의 부인 나탈랴는 “러시아군이 퇴각했는데 한참 동안 남편이 보이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아서 ‘그저 살아만 있어 달라’고 간절히 바랐다. 한 달 후쯤 이곳에 누워 있는 시신으로 발견됐을 때 가슴이 무너졌다”며 울먹였다.

 

부차의 공동묘지는 그야말로 울음바다였다. 전쟁에서 죽은 이들의 무덤은 아직 비석도 갖추지 못했다. 무덤 주변의 꽃들은 대부분 조화였던 탓인지 유독 노랗거나, 빨갛거나, 파란 빛깔을 띠고 있었다. 영정 사진 속 많은 이들의 웃음은 역설적이게도 더 슬프게 다가왔다. 한참을 울던 한 할머니는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았는지, 그저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기만 했다.

 

우크라이나는 그럼에도 고통에 잠식되지 않았다. ‘비극을 막으려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우크라이나 독립여론조사기관 레이팅이 2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으로 믿는다”는 응답자 비율은 무려 95%에 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내 승리’를 확신했다. 대국민 연설에서 그는 “지난 1년은 회복과 돌봄, 용맹, 고통, 희망, 인내, 단결의 해이자 분노한 ‘무적의 해’였다”며 “올해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모든 걸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파트너들이 (무기 지원과 관련한) 모든 약속을 준수한다면, 승리는 필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러시아에 대한 반격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루슬란 스테판추크 우크라이나 국회의장은 키이우에 위치한 ‘추모의 벽’을 찾아 헌화한 뒤 “우크라이나에는 승리 이외의 대안이 없다. 그때까지 계속 단결하고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지원도 단단해지고 있다. 개전 1년을 앞두고 키이우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20일)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21일), 산체스 페드로 스페인 총리(23일) 등 각국 정상과 지도자가 잇달아 방문했다. 모두 우크라이나를 향한 강력한 연대의 약속이었다. 폴란드가 제공한 독일산 탱크 ‘레오파르트 2’는 24일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상륙했다.

 

<키이우=신은별 특파원 >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메모리얼 연휴 4,300만 떠난다
메모리얼 연휴 4,300만 떠난다

AAA, 사상 최대 전망 올해 메모리얼 데이 연휴기간 4,400만명에 가깝게 여행을 떠날 것으로 예상됐다.전미자동차연합(AAA)은 메모리얼데이 연휴기간인 23~27일 전국에서 약

‘아늑하다’속뜻엔‘작다’있었네… 매물 설명 주의해야
‘아늑하다’속뜻엔‘작다’있었네… 매물 설명 주의해야

매물은 대개 사진과 함께 간단한 설명을 통해 홍보된다. 최근 전문 업체가 촬영한 사진과 영상, 가상 투어 영상 등이 바이어의 눈을 사로잡지만 글로 묘사된 설명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모기지, 다운페이 20% 없어도 대출 가능 프로그램 많아
모기지, 다운페이 20% 없어도 대출 가능 프로그램 많아

내 집을 마련할 때 가장 최대 걸림돌이 모기지 대출이다. 특히 다운페이먼트 마련이 가장 넘기 힘든 장애물이다. 최근에는 모기지 이자율마저 급등해 섣불리 모기지 대출을 신청하기 겁날

당신의 비밀번호 1초면 뚫린다

너무 흔한 조합 사용해 ‘1234’ 가 전체의 11% 매년 수천명의 사람들이 사기와 사이버 공격의 희생양이 되면서 비밀번호와 PIN 번호에 대해 좀 더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생각

“학업 스트레스·성공 압박에” CNN ‘멍때리기 대회’ 조명

CNN 방송이 학업 스트레스와 성공에 대한 압박이 극심한 사회에 사는 한국인들이 올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모였다며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한강 멍때기리 대회’를 조명했

부담 큰 대학 학자금 대출, 신중히 결정해야
부담 큰 대학 학자금 대출, 신중히 결정해야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지만, 부담스러운 학비 때문에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12학년생이 해마다 많다. 올해의 경우‘연방 학자금 보조 무료 신청서’(FAFSA) 지연으로 입학 결정

억지로 목소리 내다간 목에도‘굳은살' 생긴다
억지로 목소리 내다간 목에도‘굳은살' 생긴다

목이 쉰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되면 성대에 무엇이 생겼는지 의심해야 한다. 성대에 결절이나 용종(폴립)이 생기는 음성 질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가수·교사 등 목을 많이 쓰는

40세 이상 당뇨환자, 탄수화물 섭취 10% 늘면 사망률 10% 높아져
40세 이상 당뇨환자, 탄수화물 섭취 10% 늘면 사망률 10% 높아져

40세가 넘은 당뇨병 환자가 탄수화물을 전체 섭취 열량의 70% 이상 섭취하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이지원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권유진 용인세브란스병

눈앞에 날파리 날아다니는 듯… 망막박리로 실명 위험
눈앞에 날파리 날아다니는 듯… 망막박리로 실명 위험

김모(48·여)씨는 얼마 전부터 눈앞에 날파리와 먼지가 둥둥 떠다니고, 불빛이 깜빡거리는 증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순히 눈이 피로하다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

혈압은 높지 않은데 고혈압 약 처방해야 할 때
혈압은 높지 않은데 고혈압 약 처방해야 할 때

단백뇨는 신장내과 전문의가 진료하는 흔한 질환의 하나다. 건강검진에서 단백뇨 소견이 나와 병원에 찾아오는 사람들도 대개는 증상이 없다. ‘거품뇨’ 증상이 있어 진료받으러 왔다가 단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