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냉해·병충해 '설상가상'…비농축주스 2016년 이후 20%↑
플로리다산 오렌지가 거의 90년 만에 최악의 수확량 부진에 직면해 있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2일 보도했다.
대형 허리케인에 냉해, 병충해 등 잇단 악재가 겹친 여파다.
보도에 따르면 생산자 단체인 플로리다 시트러스 뮤추얼의 최고경영자(CEO)인 매트 조이너는 현지 오렌지 과수원들이 지난해 허리케인 '이안'과 냉해, 병충해 피해를 잇따라 입었다고 전했다.
플로리다에는 지난 2017년 대형 허리케인 '어마'가 덮쳐 피해를 본 과수원들이 오렌지 나무를 다시 심었지만 이들 나무에서 수확을 기대할 수 있는 지난해 초 냉해가 발생했고 같은 해 4분기에는 허리케인 '이안'과 '니콜'이 불어닥치며 나무들이 다시 뽑혀 나갔다.
게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 이 지역 과수원을 꾸준히 괴롭혀온 병충해 '오렌지 녹색병'도 확산하면서 이로 인해 익지 못한 채 낙과하는 피해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플로리다 내 오렌지 경작지 37만5천에이커(약 1천517㎢) 중 기상 재해나 병충해 피해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었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오렌지 주스 가격 추이를 전한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플로리다 주정부는 이번 수확 시즌 지역내 오렌지 생산량이 작년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 생산량은 거의 90년 만의 최저 규모로, 역대 최대 수확 기록을 낸 1998년과 비교하면 93%나 줄어드는 수준이다.
오렌지 주스 가격도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 비농축(NFC) 주스는 2016년 이후 20% 이상 오른 상황이다.
미국 내 오렌지 주산지로는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가 유명하지만 건조한 기후 영향으로 껍질이 두꺼워 비교적 장기 유통에 유리한 캘리포니아산은 주로 과일 형태로 소비되고 주스용으로는 플로리다산이 많이 쓰인다.
오렌지 주스는 2차 세계대전 때 군 공급용으로 오렌지 농축물 제조 기법이 개발된 뒤 대중화되면서 한동안 미국인의 아침 식탁 메뉴로 인기를 끌어 1970년대 플로리다에는 가공 공장이 50곳을 넘기도 했다.
이 지역 재배면적도 1990년대 후반에는 66만5천에이커로 늘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이후 확산한 '오렌지 녹색병' 여파로 많은 과수원이 복숭아, 파인애플 등으로 재배 작물을 전환하고 미국인들의 음료 소비행태도 변하면서 이 지역 경작지는 이미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플로리다에는 지난 16세기 후반 무렵 유럽인들에 의해 오렌지가 유입돼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