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에너지비 부담…단전 29%·가스중단 76%↑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요금을 제때 내지 못해 전기·가스 공급이 끊어진 전국 가구 수가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1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생물다양성센터 등 비영리단체 3곳은 지난해 1∼10월 미국 내 30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요금 체납에 따른 전력업체들의 단전 조치 횟수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 150만 회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스 공급이 끊어진 경우는 전년 동기 대비 76%나 늘었다.
이는 50개 주 가운데 전기·가스·수도 단전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30개 주의 상황만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이 지난해 40년 만에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직면한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등으로 소비자가 부담한 전기·천연가스 평균 요금은 각각 14%와 19% 늘었다.
저소득층 대상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에너지지원관리자협회(NEADA)는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8월 치솟는 전기료에 전국 가구 6곳 중 1곳은 제때 요금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생물다양성센터의 한 활동가는 “각 가정이 이미 인플레이션과 코로나19로 휘청이는 상황에서 기후 재난으로 지불 능력을 넘어서는 요금 인상에 직면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인들도 치솟는 전기와 천연가스 요금에 절약 노력을 하는 등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특히 소셜연금이나 웰페어 등 고정된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시니어들과 저소득층 한인들이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시니어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인 노인 최모씨는 “자식들이 사준 히터도 전기세 부담 때문에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정 소득자인 노인들은 전력비용이 오르면 먹는 음식을 줄여야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패사디나에 거주하는 한인 정모씨는 “전기와 천연가스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올 겨울에는 그 폭이 더 심하다”며 “히터 사용을 줄이기위해 가족들이 집안에서 두꺼운 옷을 입고 있는 등 가급적 전력과 천연가스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연 가스의 경우 올 겨울 요금이 지난해 겨울에 비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한편 연방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해 10월 전망을 통해 연료비 급등과 추위 등으로 올겨울 난방비가 전년 대비 28%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저소득 가구의 난방비 지원에 135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