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고금리 겹쳐…수요 감소·가격 급락
LA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직장인 박모씨는 현재 타고 있는 토요타 캠리 승용차를 정리하고 고급형 중고 자동차로 바꿔 타겠다는 계획을 잠시 보류했다. 박씨는 다음달부터 직장을 옮기면서 이동 거리가 늘어나 이동하기에 편한 고급형 차로 갈아타려고 했었다. 하지만 금리가 치솟으면서 중고차 대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난 데다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 부담도 커지면서 자동차 교체 계획을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박씨는 “지난해에 비해 이자 부담이 더 뛰었고 생활비 부담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쳤다”며 “당분간 타고 있는 차로 더 버티면서 돈을 모아 차라리 새 차를 구입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들이 높은 자동차 대출금리 부담 등에 구매 러시를 멈추면서 중고차 시장의 열기가 식고 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고금리에 따른 대출 이장 부담이 더 커지면서 중고차 판매와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수요가 감소하면서 딜러들은 싼 값에 중고차를 처분하려고 안간힘을 쓰는가 하면 중고차 판매 업체들은 실적 하락에 전전긍긍하며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달 31일 뉴욕타임스(NYT)는 현재 미국 중고차 업계가 판매 부진과 가격 하락이라는 ‘심한 숙취’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자동차 정보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 내 중고차 가격이 지난해 14%나 하락한 데 이어 올해에도 4%나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단 가격만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고차 판매도 올해엔 부진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콕스오토모티브는 올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중고차 수를 약 3,600만대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승용차와 트럭 등 신차 판매량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 2021년만 하더라도 중고차 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대중 교통 대신 자가용 수요가 급증한 데다 차량용 반도체 칩 품귀로 신차 생산이 급감하면서 공급이 줄면서 자동차 구매 수요가 중고차 시장으로 쏠렸던 것이다. 중고차 가격은 2021년에만 38%나 급등했다.
중고차 시장이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고금리에 따른 수요 감소에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가 급등하면서 자동차 융자 금리도 덩달아 뛰어올라 중고차 구매에 따른 대출 부담이 커진 것이 수요 위축으로 이어진 것이다.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중고차 대출 금리는 평균 12.37%로, 1년 전 10%에 비해 더 상승했다. 이는 신차 대출 금리 평균인 6~7%에 비해서도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중고차 시세가 급락하면서 중고차 시장이 위축되자 중고차 판매업체들은 직격탄을 맞고 흔들리고 있다. 중고차 업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카바나는 최근 분기 실적에서 5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자 직원 4,000명을 감원하는 조치를 취했다. 카바나의 주가는 지난해 95%나 하락한 데다 부채까지 늘어나면서 파산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으로까지 몰렸다.
중고차 판매 1위 업체인 카맥스도 부진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카맥스는 지난해 9~11월 사이에 중고차 18만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21%나 감소한 수치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