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레이팍 무차별 총격 10명 사망
70대 베트남계 용의자 대치중 자살
‘부인만 댄스 초대’ 가정불화 가능성
중국과 한국,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계 주민이 대거 거주하는 LA 시 인근 몬트레이팍에서 음력설 행사 기간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최소 10명이 숨지고 10명이 중상을 당했다.
LA 카운티 셰리프국에 따르면 설날 전날인 21일 오후 10시 20분께 몬트레이팍에 위치한 댄스 교습소인 ‘스타 댄스 스튜디오’(122 W. Garvey Ave., Monterey Park)에서 베트남계 남성 ‘휴 켄 트랜’(Huu Can Tran·72)이 반자동 소총으로 무차별 총격을 가해 남성 5명과 여성 5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부상자는 모두 10명으로 현재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총상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일부는 중태여서 희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사상자들의 구체적인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LA 카운티 셰리프국과 몬트레이팍 경찰 관계자들은 희생자들 모두 중국계 또는 베트남계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댄스 교습소는 중국계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주한 용의자 휴 켄 트랜은 총격 다음날인 22일 오전 10시께 토랜스 지역에서 흰색 밴을 몰다 발견됐으며 토랜스 무장경찰(SWAT)과 대치하다 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토랜스 경찰은 오후 1시30분께 트랜 사망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LA 카운티 셰리프국은 용의자 트랜 수배 사진도 공개했다. 용의자는 검은색 가죽 재킷과 털모자, 안경을 착용한 상태에서 사건 현장 인근 감시 카메라에 포착됐다.
경찰은 용의자가 몬트레이팍에서 2마일 떨어진 인근 도시 알함브라의 또 다른 댄스 교습소에서 2차 범행을 시도했다가 실패했을 가능성도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몬트레이팍 총격이 발생하고 20∼30분 뒤 알함브라의 ‘라이라이 볼룸·스튜디오’에서 한 남성이 총기를 난사하려 했고 사람들에게 무기를 빼앗기자 흰색 밴 차를 타고 달아났다.
용의자의 범행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중국과 베트남 커뮤니티에서는 가정 불화를 사건 동기 가능성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지 언론과 체스터 총 중국계 상공회의소 회장 등 커뮤니티 관계자들에 따르면 용의자는 부인이 댄스 교습소를 자주 가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날 행사에도 부인만 초대받고 자신은 초대받지 못한 것에 격분을 느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총 회장에 따르면 댄스 교습소 주인이 행사에 특정인만 초대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은 불만을 자주 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주민 웡웨이는 화장실에 있을 때 총격이 시작됐다고 증언했다. 화장실에서 나온 그는 장총을 난사하는 용의자 주변에 남녀 시신 3구가 널린 모습을 보고 바깥으로 탈출했다고 말했다.
그가 본 시신 중에는 해당 댄스 교습소 주인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인 최모씨는 자신의 식당 안으로 3명이 도망쳐 들어와 문을 잠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근처에 총기를 지닌 남성이 있고, 장전된 탄환을 다 쓴 뒤 재장전을 할 정도로 많은 총탄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사건은 몬트레이팍의 음력설 축제 행사장 근처에서 발생했다. 이 축제는 하루에 수만 명이 찾는 남가주에서 가장 큰 음력설 행사 중 하나다. 이 축제는 21일과 22일 이틀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총격 사건 때문에 2일차 일정이 전면 취소됐다.
한편 AP 통신에 따르면 이번 참사는 올해 들어 다섯 번째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이다. 아울러 지난해 5월 21명 목숨을 앗아간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총격 이후 가장 많은 사람이 숨진 총격 사건이다.
LA 카운티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는 역대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총기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2018년 11월 사우전드옥스 식당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로 13명이 숨지고 16명이 부상을 당한 것이 희생자가 더 많았다. 2008년 12월 코비나에서 가정불화로 인한 총격사건으로 10명이 숨지기도 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