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 골드만삭스 순익 66% 급감
자산관리 키운 모건스탠리 ‘그나마 선방’
월가의 대표적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지난해 4분기 나란히 ‘어닝쇼크’에 가까운 실적 부진에 빠졌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주요 수익처인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자산관리 부문을 미리 키워놓은 모건스탠리가 그나마 손실을 만회했다.
골드만삭스는 17일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13억2,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6% 급감했다고 밝혔다. 주당순이익은 3.32달러로 전망치(5.48달러)보다 40% 가까이 낮아졌다. 이 회사의 주당순이익이 전망치를 이렇게 큰 차이로 밑돈 것은 2011년 이후 11년 만이다. 4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16% 하락한 105억9,300만 달러로 역시 전망치(108억3,000만 달러)보다 낮았다.
컨설팅업체 오피마스의 옥타비오 마렌지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 “끔찍할 것으로 예상되기는 했지만, 골드만삭스의 4분기 결과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비참했다”면서 “진짜 문제는 매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영업비용은 11% 늘어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도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 급락한 22억3,600만 달러에 그쳤으며 같은 기간 매출도 12% 줄어든 127억4,9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고금리에 따른 ‘베어마켓’으로 M&A와 IPO를 꺼린 것이 실적에 직격탄이 됐다. 월스트릿저널(WSJ)에 따르면 투자은행 부문 매출은 골드만삭스 48%, 모건스탠리가 49%씩 감소해 반 토막이 났다. 여기에 골드만삭스는 직원 복리후생비 등 비용이 1년 전보다 1% 늘어나 실적을 더 끌어내렸다. 이는 골드만삭스가 최근 전체 직원의 6.5%에 해당하는 최대 3,200명의 감원을 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고금리가 자산관리 부문의 이자 수익 확대로 이어지며 한숨을 돌렸다. 블룸버그통신은 “소매금융을 확장해온 골드만삭스와 자산관리를 키워온 모건스탠리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다”고 평가했다.
다만 모건스탠리도 IB 부문이 회복되려면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는 “IB 붐이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주 먼저 실적을 발표한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도 투자은행 부문 부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금융 호조에 힘입어 월가 기대를 상회하는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씨티그룹의 4분기 실적은 전망치에 미치지 못했다. 한편 월가 대형 은행들의 규모가 너무 크고 복잡해 쪼개져야 할 수 있다고 마이클 쉬 연방 통화감독청(OCC) 청장 대행이 밝혔다.
월스트릿저널(WSJ)에 따르면 쉬 청장 대행은 지난 17일 워싱턴 DC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은행들이 너무 크고 복잡해 “통제·위험 관리 실패, 뜻밖의 부정적인 일들이 너무 자주 발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는 은행이 경영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조직의 규모와 복잡성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쉬 청장 대행은 당국의 규제에도 은행들이 긴 시간 동안 결함을 해결할 수 없었으며, 따라서 사업을 분리하고 운영을 축소해 복잡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쉬 청장 대행은 특정 은행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반복된 규제와 벌금에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웰스파고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WSJ은 분석했다.
웰스파고는 최근 1,600만 명 이상의 고객들을 상대로 오토론과 주택담보대출 수수료와 금리를 불법 책정한 혐의를 받아 37억 달러의 벌금과 보상금을 내기로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