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시대 금융 트렌드
지난해 급격한 기준 금리 인상으로 은행들의 먹거리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주수입 창출원이었던 기업 금융과 모기지 업계는 침체하는 반면 순이자순익 상승을 바탕으로 소비자금융 시장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같은 트렌드는 한인 은행권에도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한인 은행들 입장에서도 향후 경기 침체가 현실화 될 경우 꾸준히 거래를 이어가는 한인 스몰비지니스 커스터머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성적표를 발표한 주류 은행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매크로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소비자금융에 특화된 은행들이 선방하는 반면 기업대출과 모기지 시장에 강점을 갖고 있는 금융기관들은 부진한 실적을 내놓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이날 실적을 내놓은 골드만삭스는 11년 만의 최악의 어닝미스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IB)로 지난해 기업 공개(IPO)와 인수·합병(M&A) 시장이 부진한 탓으로 분석된다. 반면 지난 13일 선방한 실적을 내놓은 미국 선두 은행 JP모건체이스는 4분기 당기순이익이 예상치를 15%나 상회하는 순익을 내놓았다. 마찬가지로 경기 침체를 앞두고 있지만 실적이 엇갈린 것이다.
은행들의 성적표가 엇갈린 것은 지난해 급변한 금리 환경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은행들은 작년 금리 인상이 실적에 긍정적인 흐름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대표적으로 JP모건체이스의 지난해 4분기 순이자마진(NIM)은 전년 동기 대비 84bp(0.84% 포인트) 증가했는데 이는 그대로 이자 수입 상승으로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은행의 순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46% 증가한 123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JP모건체이스 역시 골드만삭스와 마찬가지로 기업금융(IB) 부문 수익은 전년 대비 약 60% 줄었다. 지난해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는 가운데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치자 기업들이 대출을 필요한 무리한 사업 확장을 피한 결과다.
모기지 시장의 경우 분위기가 더 나쁘다. 이는 은행 업계 모기지 선두인 웰스파고 실적으로 보면 알 수 있다. 은행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한 28억 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모기지를 활용하는 사람이 급감하면서 시장 자체가 쪼그라든 탓이다. 결과적으로 웰스파고는 언론 보도를 통해 향후 모기지 사업에서 철수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한인 은행들 입장에서도 이와 같은 금융시장 변화는 주목해서 봐야 하는 사안이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당분간 기업 대출(C&I)보다 일반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 거래가 당분간 수익 상승의 마중물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경운 기자>